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 (포토보이스로 기록한 노년, 장애, 돌봄의 초상들)
김정석, 김남옥, 김본, 윤태영, 한지혜 | 이매진
16,740원 | 20250402 | 9791155311516
다른 듯 닮은, 삶이라는 우주를 전하는 목소리들
노인, 지체장애인, 발달장애인 어머니, 요양보호사
사진이라는 매개를 거쳐 드러나는 소수자들의 자기 경험
내가 살아갈 오늘을 바꾸는 우리 곁의 작은 목소리들
포토보이스, 평범한 일상을 기록하고 작은 목소리를 담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퍼센트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한국.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노년기가 길어지고 장애 노인이 많아지는 등 돌봄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고립된 가족이 돌봄을 온전히 떠맡을 수 없는 지금, 우리는 돌봄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노화, 장애, 돌봄을 기록해 그동안 동떨어진 문제로 여겨진 노화와 장애, 돌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에 관한 인식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 나왔다.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가 기획한 포토보이스 활동 참여자 22명의 사진과 글, 구술을 묶은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다.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는 네 가지 프로젝트로 진행한 포토보이스 활동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저자 5명과 참여자 22명은 노년과 장애, 돌봄을 주제로 일상에서 자유롭게 찍은 사진과 이야기를 모아 책을 내고 전시회를 연다. 포토보이스란 소외된 이들이 사진이라는 매개를 거쳐 자기 목소리와 경험을 드러내고 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인구 고령화와 지역 사회 통합 돌봄을 오래 고민한 저자들과 포토보이스 활동에 함께한 참여자들은 일상과 경험이 오롯이 담긴 생활 세계를 서로 알려 주고 들려주고 기록하면서 돌봄 사회로 나아갈 마음을 준비하는 우리의 오늘을 보여 준다.
찍고 쓰는 사람들, 삶이라는 우주를 드러내는 사진과 이야기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를 구성하는 각 부는 포토보이스 활동 대상에 따라 구분된다. 1부 ‘뒤도 돌아보고, 옆 사람도 보고, 하늘도 보고’는 완연한 노년을 맞은 70대 고령자들의 일상을 소개한다. 2부 ‘여여한 삶, 그리고 나’에서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중년 지체장애인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따라간다. 3부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는 발달장애인을 키우는 어머니들 눈에 비친 나와 자녀의 삶을 다룬다. 마지막 4부 ‘내 미래를 향한 동행’은 요양보호사가 전하는 돌봄 현장 이야기다.
참여자 22명은 실명이나 작가명(아호) 아래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구술을 했으며, 저자들은 이 내용을 정리해 책으로 다듬었다. 저자들은 2024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네 프로젝트를 순서대로 진행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했고, 그러는 사이에 포토보이스 연구도 발전했다. 포토보이스 활동을 본격 시작하기 전에 짧으면 한 달에서 길면 넉 달 동안 일대일 심층 면접, 생애사 인터뷰, 초점 집단 면접(Focus Group Interview)을 결합해 한 가지 주제를 다층적이고 입체적으로 해석하려 시도했다. 포토보이스에 관련해서는 간단한 지침을 제시한 교과서나 짧은 학술지 논문 정도만 나온 상황이라 방대한 자료를 해석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함께 논의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시행착오를 교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고심 끝에 찍은 장면, 의도하지 않은 채 우연히 포착된 장면, 찍지 않기로 선택한 상황, 찍을 수 없던 조건이 사진과 이야기를 만나면서 비로소 제 모습을 나타낸다. 참여자가 스스로 털어놓는 자기 삶에 관한 이야기는 사진(이미지), 사진에 관한 서술(문어), 집단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나오는 구술(구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전달된다. 그렇게 참여자들은 찍고 쓰는 사람이 되고, 저자들은 사진 자료, 전자적으로 전송된 사진에 붙은 설명, 토론에서 나온 구술을 모두 담아 삶이라는 우주를 드러낸다.
다른 목소리, 일상을 듣고 시대를 읽는 초상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는 여럿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인구 문제를 중심으로 고령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관련된 다학제적 연구를 진행하고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동국대학교 인구와사회협동연구소에 소속된 다섯 저자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 가는 것’이라고 깨닫는 노년, ‘반전 있는 삶’과 ‘공존을 꿈꾸며’ 휠체어에 앉아 ‘길 위에서’ 나아가는 지체장애인, ‘나중에 누가 돼지갈비 사 주겠나’며 혼자 남을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언제나 짝사랑하듯 팔짱을 낀다’는 발달장애인 어머니, 어르신의 귀와 눈 구실을 하는 ‘동반자’로서 ‘새벽길을 뚫고 나와 이용자의 집으로’ 향하는 요양보호사 등 참여자 22명은 다른 목소리를 모아 ‘차가운 고드름’이 햇볕에 녹아 뭉툭해지듯 노년, 장애, 돌봄 당사자가 느끼는 뾰족한 사회가, 그리고 이런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이 조금씩 무뎌져 ‘뭉툭한 고드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음을 모아 일상을 듣고 시대를 읽는 초상을 찍어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