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임시정부의 현장을 가다
박환 | 선인
18,000원 | 20230607 | 9791160688207
역사학자의 길은 연구와 답사로 요약될 수 있다. 연구가 문헌사료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답사는 사료들의 현장을 직접 목도함으로서 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장답사를 통하여 비로소 역사가의 논문과 저술이 완성된다고 볼수 있다. 역사학자들은 누구나 현장을 보기를 갈구한다. 새로운 연구성과를 기대하며, 보다 풍성한 내용을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1992년 국교가 수립되어 1992년부터 최근까지 상해, 소주, 항주, 가흥, 남경, 장사, 유주, 계림, 광주, 기강, 중경 등 여러 곳을 다수 다녀왔다. 그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더구나 1992년 8월 24일 임시정부가 있던 중경에서 맞은 국교수교는 더욱 감동 그 자체였다. 또한 동년 윤경빈 등 생존 광복군 지사들과 함께 한 답사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환국 이후 처음 자신의 옛 활동지인 역사의 현장 중경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당시를 회고하는 그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중국의 방문은 한국독립운동사를 이해하고 저술하는데 큰 도움들을 주었다. 특히 현장의 감동과 독립운동가들의 숨결과 열정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연구자에게 큰 행운이었다. 당시의 감동들을 메모하고 사진들도 촬영하고, 자료사진들과 비교 검토해 보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사 전공자이긴 하지만 임시정부 전문가가 아니라서 답사 책자 간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
최근 임시정부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학계의 전문안내서가 많지 않음을 인지하게 되어 감히 용기를 내게 되었다. 또한 그동안 수많은 초중등교사들, 일반시민, 힉생들과 함께 한 경험과 감동들을 대중화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아울러 답사의 편린들을 모아 정리해두면 후학들과 앞으로 탐방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판단하였다. 책을 간행한 동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두려움이 앞선다. 일차적으로 사라져 버린 역사의 현장을 위치비정하는 작업의 어려움 때문이다. 당시의 지도와 현재의 지도 및 지적도를 비교 분석하는 작업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공동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위치비정이 잘못된 경우들도 있다. 특히 도시와 도로의 변화는 이를 더욱 힘들게 한다. 자료 사진의 고증 및 설명도 역시 힘든 작업의 하나이다. 특히 임시정부 이동시기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1935년 11월 사진들은 항주, 가흥, 진강 등 동일한 사진에 대해 책자마다 설명이 다르다.
그러므로 최대한 전문가들의 조언과 연구를 바탕으로 답사기를 작성해 보고자 하였다. 사진자료와 위치 비정 등은 독립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등의 자료실을 통해 확인하고 수정 보완해 나갔다. 특히 자료사진의 경우 홍소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1장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유적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상해, 가흥, 항주, 남경, 장사, 유주, 기강, 중경 등 유적들에 대하여 당시의 감동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독립기념관 홈페이지 국외독립운동사적지의 내용도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였다. 최근까지의 학계의 연구조사결과를 수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장에서는 학병으로 징병되어 일본군을 탈출, 중경 임시정부로 향하는 장준하의 발길을 정리해 보았다. 서주, 임천, 노하구, 중경 등지로 향하는 그의 애국 열정을 사실적으로 기록하고자 하였다. 장준하의 한걸음 한걸음은 조국의 광복을 향한 열정 그 자체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조선의용대와 조선의용군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하였다. 1939년 조선의용대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계림과 잊혀진 혁명의 도시 연안이 바로 그것이다. 계림에서는 조선의용대와 조선혁명선언을 기초한 유자명의 흔적을, 연안에서는 임시정부와 다른 길을 걸었던 한위건, 김산, 정율성 등 젊은 혁명가들의 흔적을 찾아 답사하였다. 연안 입구의 보탑은 공산혁명을 상징하고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혁명가들이 머물렀던 요동에는 아직도 체취가 남아 있는 듯하여 더욱 감동스러웠다.
답사는 항상 현장에 있는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특히 외국인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중국에서의 답사에 도움을 주신 수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린다. 국가보훈부, 보훈연수원, 장준하기념사업회, 광복회, 그리고 오일환, 이준영, 양대령, 홍종화 등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또한 자료 제공 등에 도움을 주신 홍소연, 김광만 학형을 비롯하여 독립기념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등에 깊은 감사들 드린다. 아울러 일일이 자문을 해주신 국사편찬위원회 김광재 박사, 독립기념관 오대록,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유대성, 원고 교정을 도와준 제자 송민지, 김용진, 김경준 군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아울러 항상 도움이 되어준 동학 박경, 박찬 그리고 막내 박윤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한다. 끝으로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책자를 간행해주신 도서출판 선인 윤관백 대표와 편집부, 특히 박애리 실장께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2023. 5.
문화당에서 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