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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으)로 22개의 도서가 검색 되었습니다.
9791137260726

인생을 허비했어

설지  | 부크크(bookk)
10,200원  | 20211101  | 9791137260726
어느 늙은 승려는 나이 팔십이 다 되서야 깨달음을 얻었다. 뒤늦게 깨달음을 얻은 승려는 정말 애처롭게 울었는데, 그 모습을 기이하게 여긴 시자가 물었다. “스님, 이제 깨달으셨는데 어째서 그렇게 울고계십니까?” 승려가 답했다. “인생을 허비했어.” 공자는 오늘 도를 깨치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했지만, 이는 도에 관한 거친 상상의 결과물이다. 도는 삶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도는 이 모든 것들을 초월하게 해주지 않는다.) 불교적 깨달음을 얻는 것, 선에 관한 진정한 안목을 얻는 것이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종교적 깨달음에 관한 거친 동경은 삶 자체를 돌아보지 못하도록 만든다. 본질을 너무 깊이 응시하려던 나머지 현상을 잊어버린다. 조심하시길. 본래면목은 언제나 그대로지만, 한 번 지나간 삶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책속에서 p. 7 모든 결말이 결국 죽음이라면, 죽음이 오기까지 모든 것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소모해버리고 싶었다. 자아의 한 조각까지 남김없이 연소시키고마는 완생을. 삶의 모든 고통과 모든 기쁨, 모든 슬픔과, 모든 즐거움, 그 같은 모든 충동을 경험해내고 싶었다. 삶은 소유의 충동이자 권력으로의 충동이었다. 맹목적 추동은 삶의 본질이다. 나는 또래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경험을 했다. 여러 곳을 지났고, 여러 일들을 해보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노동의 괴로움을 알았고, 일상의 진부함을 알았고, 자본의 위대함을 알았고, 욕망의 천박함을 알았다. 세상을 알아갈수록 세상은 더 이상 흥미롭지 않았고, 아름답지 않았고, 모든 것은 지루했다. p. 33 삶은 기억이라는 얇고 가느다란 실에 매달려 의지한다. 기억이 끊어지면, 삶도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매일 밤 잠에 들며 삶을 잃어버리고,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며 삶을 되찾는다. 한 생애를 두고 삶은 기억을 통해 영속한다. 죽음은 마침내 한 생애의 기억을 박탈하며, 개인의 스토리에 대한 종말을 선고한다. p. 50 감정은 우리에게 꾸준히 신호를 보낸다. 우리에게 행동하길 촉구한다. 감정을 폭력적으로 폭발시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폭력적 억압이나 폭력적 폭발은 서로 다를 것이 없다. 다만 정서가 들려주는 신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고민해보아야 한다. 분노가, 슬픔이, 절망이, 우울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를. p. 126 생의 궤적은 마치 처음부터 정해져있었던 것만 같다. 삶이 운명이라 믿는다. 많은 현자와 성자들은 조언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조언이란 것은 삶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삶은 태어남과 동시에 정해져 있다. 삶은 매 순간 정해진 여로에의 발견이다. 아무리 조심할 지라도, 불꽃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삶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9791137229204

참선의 민낯 (선불교란 무엇인가)

설지  | 부크크(bookk)
12,800원  | 20201222  | 9791137229204
어느 가을, 마당을 쓸던 제자가 스승에게 말했다. "스님, 낙엽을 깨끗이 치웠습니다." 이를 본 스승은 나무를 흔들어 낙엽 몇 장을 흩뿌리곤 말했다. "가을은 원래 이런 것이다." 선불교의 가장 큰 특징은 번뇌를 다루지 않는 것이다. 선불교는 번뇌를 긍정한다. 번뇌의 소멸을 기대하지 않으며, 욕망과 정서로 펼쳐지는 번뇌의 세계에 기꺼이 응한다. 상좌부불교의 아라한들이 보리수나무 아래 앉아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절멸하고 있을 때, 선종의 선사들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가득한 저잣거리를 노닐었다. 아라한들이 춤과 노래에 눈을 감고 귀를 닫은 채 분소의와 발우 하나로 금욕적인 삶을 살아갈 때, 선사들은 거문고를 튕기고 차를 즐기며, 깨달음의 시를 지었다. 선종에서는 아내가 있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그들의 깨달음과 모순되지 않았다. 초기불교에는 깨달은 재가자가 없지만, 선불교에서는 깨달은 재가자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 책은 선불교의 사상, 선불교의 수행, 선불교의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자아와 욕망과 정서를 그려나가는 선불교의 세계를 담았다. 「책 속에서」 초기불교에서 깨달음의 목적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것’이다. 삶은 고통의 연속일 뿐이라는 염세적 통찰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승불교에서는 삶이 고통스러워도 계속해서 태어나겠다는 다짐을 한다. 모두가 ‘다시 태어나지 않을 때 까지’ 자신은 계속해서 태어나, 모든 중생들을 구제하겠다는 숭고한 염원이다. 숭고하기는 숭고하지만, 이 역시도 염세적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러한 대승에서 선불교가 파생한다. 선불교는 불교계의 이단아다. 선불교는 삶에 대한 절대적 긍정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다. 생사의 불안에서 벗어나면, 생사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탐진치 그대로의 삶을 통째로 긍정해버리는 것이다. -----p. 45 고통은 고통대로 가져다 주는 미장셴이 있고, 불행은 불행대로 가져다 주는 미장셴이 있다. ‘인생에 실패하면 재능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시詩의 세계에 접근하게 된다.’ 에밀 시오랑의 말이다. 오직 행복만 삶의 목적이 된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서글픈 일일 것이다. 삶이 가져다주는 다양한 재료들을 적극적으로 요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우리는 삶에 내던져졌고, 운명이 다할 때까지는 살아내야 하는 것이니까. -----p. 53 전통불교의 수행자들처럼, 우리는 우리의 욕망과 정서와 어리석음을 ‘주시’하거나 혹은 화두 위에 올려놓아서 수시로 태워버릴 수 있다. 죽음이 올 때까지, 끊임없이 샘솟는 욕망과 정서와 어리석음을 끊임없이 태워버리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전통적인 불교 수행자의 삶이다. 한편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정서, 어리석음을 껴안을 수 있다. 고통과 결핍을 껴안을 수 있다. 껴안는다는 것은 그것을 수용함으로써 해소하고자 함이 아니다. 정면으로 의욕해가는 것이다. 욕망에, 정서에, 고통에 망설이지 않는 것이다. 그 모든 재료들이 다채로운 삶을 구성하게 된다. 이것은 선불교적 삶이다. -----p. 63 ‘화’는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부분을 조율해준다. 화는 서로가 지켜야 할 매너와 거리를 알려준다. 분노는 부당한 것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적개심을 느낀다는 것은, 그와 우리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이다. 중요한 것은 화를 억제하고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화가, 분노가, 적개심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무엇을 알려주려 하고 있는가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분노를 없애기보다 분노를 근사하게 표출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p. 85 우리는 수행할 수 있다. 또, 우리는 그냥 ‘살아갈 수도’ 있다. 본래면목을 통찰한 뒤에, 우리는 여전히 본래면목에 주의를 기울인 채 경계 속을 헤엄치며 공부를 해나갈 수 있다. 반면, 본래면목을 통찰한 뒤에, 우리는 수행이라던가 깨달음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온전히 삶 자체를 누릴 수 있다. 자기 향상에 대한 족쇄에서 벗어나, 삶의 불완전성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다. -----p. 121
9791127282271

무력한 깨달음

설지  | 부크크(bookk)
12,600원  | 20190904  | 9791127282271
딱! 딱! 딱! 아직은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세 시. 적막한 대방 안에 울려 퍼지는 죽비 소리. 죽비 삼타에 맞춰 삼배하고, 가사를 벗고, 좌복 위에 앉는다. 스무살, 친구가 죽었고 나는 죽음을 두려워했다. 나의 젊은 날은 죽음에 대한 몸부림으로 점철되었고, 그것이 결국 머리를 밀게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 죽음을 몽상했다. 사는 것이 허무했고, 죽는 것이 두려웠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아는 유일한 피조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죽음을 사유한다. 태어남이 알 수 없는 곳에서 모든 것을 쓸어왔다면, 죽음은 알 수 없는 곳으로 모든 것을 쓸어간다. 죽음과 삶은 양면을 공유한다. 그래서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은 곧 삶을 묻게 된다. 죽어야 한다면 어째서 태어났는가? 왜 모든 것이 존재하는가? 삶의 의미는? 이런저런 공허한 질문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그러한 질문들이 이윽고 삶을 부조리의 사막으로 끌고간다. 삶의 고통, 죽음의 두려움, 행복의 과잉, 권태, 허무…. 결국 그런 것들이 중을 만든다. 머리를 밀고 먹물옷을 입은 뒤에는 곧장 선원에 갔다. 선원에 가서 좌복 위에 앉았고, 사람들이 참선이라 부르는 것을 업으로 삼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이제는 좌복 위에 앉는 것도 익숙해졌고, 좌선을 하는 것도 그럴듯 해졌다. 사람들에게 참선이 무엇인지도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물었다. “그렇게 참선을 해서 무엇을 얻었나요?” 지난날 언제쯤, 깨달음으로는 라면 하나도 끓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깨달음도, 참선도, 한편으론 그렇게나 무력한 것일지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참선은 그렇게 라면 하나도 끓이지 못하는 ‘무력한’ 깨달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참선을 한 지 몇 년이 지났건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그대로였다. 다만, 그 모든 것으로부터 물러선 바탕이, 그 바탕이 여기에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음을 발견했을 뿐이다. 책 속으로 사람들은 너무나 오랜 세월 생각에 물들어버린 나머지 자기 자신을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한다. 너무나 익숙해서 귀기울이지 않았기에 까마득히 잊어버린 것이다. 너무나 익숙해서 너무나 낯선 것들에 대한 기억들을 되살려야 한다. ------ p.29 참선을 하는 것은 삶의 지복감을 누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 지복감이라던지, 행복이라던지, 불행이라던지, 괴로움, 환희, 선과 악, 미와 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임을 알게 되는 것’은 우리를 이야기와 직면하게 해줄 뿐 이야기로부터 떠나게 해주지는 않는다. 참선은 모든 것과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날 것, 삶의 날 것, 죽음의 날 것, 행복의 날 것과 불행의 날 것, 괴로움의 날 것과 즐거움의 날 것 그 양쪽을 모두 마주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낭만적인 영성이나 달콤한 힐링 같은 것이 없다. 여기에는 그저 그러함이 있을 뿐이다. ‘그저 그러함’. 그것이 이것의 전부다. ------ p.88 몸이 있고 삶이 있다면 때론 웃고 울고 또 때론 기뻐하고 슬퍼할 수 있는 것이다. 인연이 그러하면 또 때로는 치졸할 수도 있는 것이고 변명할 수도 있는 것이고 비겁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수행을 이야기하며 희노애락을 두려워하고 삶을 두려워한다. 수행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삶에 폭력을 가한다. 삶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허파는 스스로 호흡하고 위장도 스스로 운동하며 뇌 또한 스스로 생각을 만든다. 모든 것들이 스스로가 알아서 흘러가고 있는데 정작 스스로가 그것을 붙잡은 채 놓지 않을 뿐이다. ------ p.91 불교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많은 선사들이 선을 이야기하고 깨달음을 이야기하며, 이 선의 정신으로 세계의 전쟁과 가난과 범죄를 불식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세상에 만연한 갈등이 선으로 융해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선사들은 정신을 개벽하자고도 이야기했고, 깨달아서 이 세계를 극락정토로 만들어야 한다고도 이야기했다. 글쎄,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조금 회의적이다. 일본의 깨달음을 얻은 선사이자 스즈키 다이세츠의 스승이었던 소엔은 톨스토이의 러일전쟁 반전운동 제의를 거절했다. “양립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조화를 일으키는 수단으로 살생과 전쟁은 필요한 것이오.” 소엔은 그렇게 살인과 전쟁을 정당화했다. 실제 태평양전쟁 당시 꽤나 많은 ‘깨달은’ 선승들이 군국주의를 찬양하고 전쟁을 선전했다. 삼보교단의 창시자였던 야스타니 하쿤 선사 또한 대표적인 군국주의자였고, 별로 보지도 못했을 지구 반대편의 유대인들을 극렬히 증오하기도 했다. ----- p.118 “고기가 용이 됨에 비늘을 바꾸지 않고, 범부가 성인이 됨에 얼굴을 고치지 않는다.” 깨달음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깨달음을 통해 자신을 바꾸려 한다. 자신의 심리상태라던가, 현실적인 문제들, 인격적인 부분, 도덕성, 생리학적 습관들마저도 바꾸려 한다.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깨달음 뒤에도 긴긴 수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깨달음이란 번뇌를 끊는 일도 아니고 욕망을 절멸하는 일도 아니다. 깨달음은 번뇌의 바탕, 욕망의 바탕, 모든 것들이 발 딛고선 그 바탕을 눈치채는 것이다. ----- p.121
9791127291365

나는 어째서 중이 되었나

설지  | 부크크(bookk)
10,000원  | 20191210  | 9791127291365
종교인들의 일과는 기본적으로 부지런하게 짜여져있지만, 그 리듬에 익숙해지고나면 공백의 여유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절집이나 성당이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신 종교인들 중에 의외로 알콜중독이 많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 죽음이 오기까지 무수한 공백의 시간들. 맨 정신으로 공백을 목도하기에는 정신이 너무도 아찔해서. 어쩔 수 없는 사람인지라. 그래서 어떤 신부와 수사들은 와인을 홀짝이고 그래서 어떤 승려들은 곡차를 홀짝인다. 독신자의 삶이란 외롭고 쓸쓸하기 마련이다. 젊은 날에 절집에 들어와 아직도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이렇게 삭발염의하고 있으면 사람들은 묻는다. 금욕생활을 어떻게 견디시나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냥 견디는 것 뿐이에요. 어쩔 때는 정말 다른 생각 들지 않을 정도로 바쁘고 힘들어서, 견뎌낸다는 생각도 없이 견뎌내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정말 한가해서, 누적된 모든 쓸쓸함과 모든 외로움이 덮쳐올 때, 그럴때 마저도 별 도리없이 무식하게 참아내다보면, 또 그렇게 견뎌내지기도 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익숙해지고, 인내하고, 견뎌내고…. 두 해 전 겨울 해인사에서 같이 살았던 스님이 죽었다는 소식. 때이른 죽음들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우울증걸린 중만큼이나 꼴불견도 없다지만. 그렇지만 나는 사실 조금 우울하다. 가끔은 사는 것이 지겹게 느껴진다. 인생이, 젊음이, 시간이 연기처럼 사라진다. 홀로 나이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때로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어쩌면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모른다. 잠자코 있어서 승려의 위의를 갖췄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기엔 내 긍지가 그리 대단치 못하기에. 이렇게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너무 일찍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 밤이 깊다. 정신이 무겁다. ----- p. 26 습한 도량은 하안거가 끝나기 전부터 여치가 등장한다. 방아깨비는 귀여워서 봐줄만 하지만 두꺼운 검지 손가락만 한 여치들이 날개를 펄럭이며 몸에 달라 붙는 것은 몇 해를 거듭해도 적응되지 않는다. 이것들은 밝은 불을 좋아해서, 밤에도 등을 켜놓는 해우소 같은 데는 새벽에 무리를 지어 용맹정진하고 있다. 여치 뿐이면 다행인가. 개울가 가까운 곳으로 포행이라도 간다면 머리가 세모난 독사들이 일광욕을 즐긴다. 독사들은 거만스러워서 사람을 봐도 도망가는 법이 없고 기껏해야 몸을 제껴 길을 내줄 뿐이다. 돈벌레나 지네한테는 그리 시달려본 적이 없는데, 어떤 스님은 자는 도중 지네한테 물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봄에는 꽃가루 알레르기가 나를 괴롭게 한다. 여름에는 풀을 뽑고 가을에는 낙엽을 쓸고 겨울에는 눈을 퍼낸다. ----- p. 45 ‘결국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다.’ 그렇다. 인생이란 마음의 문제다.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손에 쥔 이 마음을 뜻대로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수많은 수행을 통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마음을 이렇게 저렇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에는 경계도 없고 실체도 없어서. 마치 흐르는 물과 같아서. 붙잡으려 한다면 유유히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갈 뿐이다. 마음은 전능하지만. 인간은 그 마음에 대해서도 무력하여. 그리하여 삶이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이라 하여. 인생이란 왕의 옷을 입어도 결국 신하가 되어버리는 것이라 하여. 나는 조금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 p. 74
9791127284992

인생의 허무함에 관한 논고 [개정판]

설지  | 부크크(Bookk)
0원  | 20191104  | 9791127284992
방바닥을 긁으며 생각한다. ‘행복이란 것은 없는 것이다. 있을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나는 이 있을 수 없는 것을 여지껏 찾아왔다.’ 사람은 살아야만 한다. 그러다가 어느날이고는 반드시 죽고야 말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어디까지라도 살아야만 할 것이다…. 죽지 못하는 실망과 살지 못하는 한탄 속에 하루가 저문다. 나는 내가 여전히 죽을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참으로 죽을 것을 몇 번이나 생각하였다. 이 인생의 패배자는 무엇을 고백하는가? 세상에 대한 나의 염세는 이제 물릴대로 물려버렸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도 몇 번을 지웠다 썼다 다시 반복을 하는 것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입 밖으로 무수히도 많은 허무를 내뱉었다. 나는 이제 무엇보다도 조금 쉬고 싶다. 눕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 글 쓰는 것을 멈추고 누울 예정이다.
9791127263089

묵조선을 위한 변명 (선이란 무엇인가)

설지  | 부크크(bookk)
10,900원  | 20190220  | 9791127263089
불교의 수행이란 대상들의 뒷편을 보는 것이다. 몸과 마음, 생각, 감정, 느낌. 일상의 많은 사물과 풍경들. 이 수없는 대상들의 비실체성을 보는 것이며, 대상이 딛고선 현실을 눈치채는 것이다. 그러나, 수행이 체계화되고, 사람들이 수행에 몰두하면서, 수행도 이제는 대상이 되었다. 수행도 세계 안에 갇혀버렸다. 가장 본질적인 수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행이다. 무방법의 방법이다. 진공의 수행이다. 이런 수행은 보통 선종의 조동종 승려들이 즐겨 하는 편이다. 그들은 선방에 앉아 좌복 위에 가부좌를 틀고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호흡을 보지도 않고, 공안을 참구하지도 않는다. <<<책 속에서>>> 묵조선은 수행자의 모든 것을 –막연하게- 열어버린다. 단지 앉아있음을 통해서, ‘막연함’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를 지워버린다. 간화선 수행은 깨달음을 겨냥해 화두를 참구하기 때문에 묵조선보다 매우 효율적이지만, 반대로 깨달음을 얻으려하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서 묵조선의 ‘막연함’은 깨달음을 얻으려는 ‘생각’을 미끄러트린다. ------ p.80 조동종에서는 수행과 깨달음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깨달음을 염두하지 않고 다만 수행에 전력을 다할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조동종의 선승들은 수행을 통해 ‘선의 문턱’을 넘었을지라도 여전히 수행을 한다. 예외는 없다. 일상이 곧 수행이고 수행이 곧 일상이라지만, 조동종에서의 일상과 수행은 오직 좌선이 중심이 된다. 조동종에서는 어째서 이토록 좌선을 강조하는 것일까? ------ p.84 중국에서 선을 배우고 빈 손으로 돌아온 도겐 선사에게 사람들은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배우고 오셨습니까?” 도겐은 답했다. “‘눈은 가로로 놓여있고, 코는 세로로 달려 있다.’ 이것을 깨닫고 왔을 뿐입니다.” ------ p.96 지관타좌를 시도하는 많은 이들은 잡아야 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혼란에 빠진다. 머릿속을 배회하는 수많은 생각들을 붙잡고 있거나, 혹은 이전에 참구했던 화두를 떠올리거나, 혹은 코를 드나드는 숨결을 관찰하거나, 지관타좌를 시도하는 많은 수행자들은 곧잘 ‘대상’에 빠지고 만다. ------ p.118
9791127247164

참선일기 (조사선, 묵조선, 간화선에 관한 논고)

설지  | 부크크(bookk)
13,500원  | 20180831  | 9791127247164
사회에 있는 한 누구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사회의 법칙이다. 자신의 자리를 찾으면 계속 나아가야 한다. 계속 순응해야 한다. 모든 자리가 그렇다. 모든 직업이 그렇다. 다만 머리를 밀고 가사를 수한 승려의 삶이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선종을 표방하는 조계종의 수도승들은 한 해의 절반을 선원에서 보낸다. 8시간 이상의 좌선. 채식. 개인의 공간과 개인의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모종의 연유로 머리를 밀고, 먹물 옷을 입고, 가사를 수하고 하루의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좌복 위에 가만히 앉아서 보내는 라이프스타일이란 참으로 기묘한 것이다. 이 기묘한 라이프스타일 덕분에 수도승들은 삶과 사회로부터 집행유예를 받는다. 좌복 위에 앉아있을 때 이들은 완벽하다. 더 이상 보탤 것도 더 이상 덜어낼 것도 없다. 안거철이 돌아오고, 좌복 위에 앉아있을 때면 나는 모든 것을 유예받은 채 자유로운 망상에 잠긴다. 몸통을 좌복 위에 얹은 채 하릴 없이 있노라면 나는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이 존재한다.‘ 인간은 내려치는 천둥에 더 놀라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 사람이 인류의 마지막 철학자라고 할 수 있는 비트겐슈타인이다. 나는 좌복 위에 앉아 내려치는 천둥에 더 놀라는 법을 배우고 있다. 삶과 사회의 모든 의무로부터 유예받은 채, 나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이 쓸모없는 경이로움에 넋을 놓는다. 이것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좌복 위에서 하릴 없이 앉아있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허용된 아주 신비롭고 낯선 사치이다. 책 속으로)) 이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이 낯설어졌다. 마치 생각하는 내가 있고, 그 나를 목격하는 또 다른 나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생각은 장황하게 흐르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흘러가는 생각들을 목격하고 있었다. 도대체 내 스스로가 무엇인지 참으로 기이하고 알 수 없었다. 어느 새부턴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보고 있는 자로 머물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생경하고 낯선 변화였다. ------ p.8 주관의 영역 안에서 객관의 작용이 주관의 탈을 쓰고 일어난다. 오직 구경꾼에 머물러야한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내버려두고 그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구경해보자. 나의 행동, 나의 생각, 나의 느낌, 나의 감정. 모든 것이 나의 영역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역의 꼭대기에서 모든 작용들을 구경해보자. 우리는 구경꾼이 되어야한다. (그렇다면 구경꾼은 무엇인가?) ------ p.55 우리의 인식은 언어에 함몰되어있고, 언어가 창조한 ‘사건’의 세계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언어를 걷어낸다면 삶은 놀랍도록 명료하고 가뿐해진다. 인간사의 모든 기쁨, 슬픔, 좌절, 분노, 희열은 언어 속에서 존재할 뿐이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언어사유를 우리 스스로가 목격할 수 있을 때. 이를테면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마침내 언어가 만들어낸 사건의 세계로부터 물러날 수 있다. ------ p.59 깨달음은 얻는 것이 아니라 기억해내는 것이며, 원래 있던 것을 발견하는 것이다. 불교적 수도는 애초의 자아를 없애고 무아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본래부터 자아라고 할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때문에 돈오가 가능하다. ------ p.169 꿈 속에서 제 아무리 화두가 성성하고 꿈 속에서 제 아무리 성성하게 반조되어진다 할지라도 그것이 꿈없는 깊은 잠에 들었을 때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무상한 것들이다. 오매일여는 이렇게 ‘꿈없는 깊은 잠’이라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린다. 수도자들은 이 관문에 이르러 그 깊은 잠에서조차 화두를 들려하고 견문각지 하는 그 놈을 성성히 하려하지만 그 모든 노력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게 되어있다. ------ p.259
9788997970100

논어집주(부 안설): 지 (懸吐新譯 附 按說 論語集註)

성백효  | 한국인문고전연구소
17,100원  | 20130830  | 9788997970100
『논어집주(부 안설): 지』는 유가경전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운 한송(寒松) 성백효(한국고전번역원 교수, 해동경사연구소 소장) 선생의《부 안설(附按說) 논어집주(論語集註)》(2013년 8월 출간)를 천·지·인(전3권)으로 분권하였다. 《부 안설(附按說) 논어집주(論語集註)》양장본이 840쪽의 두께와 무게로 인해 들고 다니며 공부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 3권으로 분권하여 무게와 두께의 어려움을 덜어주고자 하였다.
9791127201432

기초러프수학 해설지

박진권  | 부크크(Bookk)
10,500원  | 20160818  | 9791127201432
9788924134131

육맨파워유형 고등 수학하 해설지 [2024 개정판]

이주엽  | 퍼플
10,000원  | 20240904  | 9788924134131
기본 이론 및 이론의 증명, 기본적인 문제부터 시험 출제율이 높은 문제까지 모두 담은 유형 분석형 고등 수학(하) 문제집의 해설지입니다. 의지 있는 학생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9788924122831

육맨파워유형 고등 수학상 해설지 [2024 개정판]

이주엽  | 퍼플
13,000원  | 20240122  | 9788924122831
기본 이론 및 이론의 증명, 기본적인 문제부터 시험 출제율이 높은 문제까지 모두 담은 유형 분석형 수학 문제집의 해설지입니다. 의지 있는 학생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9788977485945

첨단산업측정인증동 건설지

우리북 편집부  | 우리북
0원  | 20150311  | 9788977485945
“첨단산업측정인증동 건설지”는 건축, 구조, 시공, 기계설비등의 계획을 실었다.
9791192668369

감정카드 시리즈 욕구부탁카드 84종 (공감을 부르는 말/ 단절을 부르는 말 & 해설지 84종 수록)

콘텐츠에그 편집부  | 콘텐츠에그
13,050원  | 20230510  | 9791192668369
『감정카드 시리즈 욕구부탁카드 84종』는 감정에 대한 자기 욕구를 알아채고 공감대화로 부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드입니다. ‘자주 보고 연습, 훈련’하면서 욕구표현과 공감대화를 체질화하여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시길 바랍니다. ※ 활용서 다운로드 및 활용영상 링크 : https://cafe.naver.com/emotiongood (욕구카드 활용의 좋은 점 및 활용방법 외 활동지)
9788924104691

육맨파워유형 고등 수학(상) 해설지 [2023년판]

이주엽  | 퍼플
0원  | 20230110  | 9788924104691
기본 이론 및 이론의 증명, 기본적인 문제부터 시험 출제율이 높은 문제까지 모두 담은 유형 분석형 문제집의 해설지입니다. 높은 시험 출제율을 보장합니다.
9788924098082

육맨파워유형 고등 수학(하) 해설지 [2022년판]

이주엽  | 퍼플
0원  | 20220719  | 9788924098082
기본 이론 및 이론의 증명, 기본적인 문제부터 시험 출제율이 높은 문제까지 모두 담은 유형 분석형 문제집의 해설지입니다. 높은 시험 출제율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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