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할게, Chat 무비
심진호 | 세종출판사(이길안)
17,580원 | 20250110 | 9791159797453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로 인해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AI 시대에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과 감성을 자극하는 가장 대중적인 예술 매체는 다름 아닌 영화/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21세기의 문맹자는 영화/애니메이션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대학 학부생의 깊은 공감과 더불어 융합적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MZ세대 학부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세대를 초월하는 깊은 정서적 유대감을 조성하게 하는 적절한 교재를 쉽게 찾을 수 없다.
흥미진진한 글로벌 역사, 전쟁, 패션, 건축, 미술, 음악, 춤, 음식 등을 망라한 예술 콘텐츠가 가득한 영화는 국제화 시대 대학생들에게 매우 효율적인 멀티미디어 교육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최근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교양 교과목 개발 공모전 및 네이밍 공모전’에 선정되어 2022년부터 신설된 강좌인 〈전쟁영화로 읽는 세계사〉, 〈영화에게 영화를 묻다〉, 〈스크린으로 읽는 서양 문화여행〉, 〈애니메이션과 셰어 감성〉 등을 위해 흥미롭고 참신한 저서 개발에 착수해 왔다. MZ세대를 위한 영화로 읽는 현대 문화와 전쟁영화로 읽는 세계사, 영화로 떠나는 의식주 인문학,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탈경계성, 스크린을 횡단하는 글로벌 문화 등은 그 대표적 결과물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본 저서 〈오픈할게, Chat 무비〉에서 필자는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Frozen)에서부터 지브리 애니메이션 특유의 감성이 짙게 배어있는 〈바람이 분다〉(The Wind Rises)를 포함하여 2023년 12월 상영된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최신 영화 〈나폴레옹〉(Napoleon)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글로벌 문화와 더불어 인문학적 사유를 더해주는 2010년대 이후 상영된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를 통해 동ㆍ서양의 다양한 국가들의 문화와 예술을 살펴봄으로써, MZ세대 학부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창의적 사고 확장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 책은 총 2부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는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라는 클리셰로 이루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결말에서 탈피하여 그동안의 남녀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 여성들 사이의 사랑과 연대, 즉 남다른 자매애를 탁월하게 담아낸 장편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부터 〈킹 아서: 제왕의 검〉(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 〈나폴레옹〉(Napoleon), 〈레미제라블〉(Les Miserables), 〈에곤 실레〉(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바람이 분다〉(The Wind Rises)를 다룬다. 아서 왕과 엑스칼리버 이야기를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새롭게 변주하기 위해 판타지적 요소의 극대화와 현란한 카메라워크가 돋보이는 가이 리치 감독의 창의적인 연출적 상상력, ‘나폴레옹 전쟁’(Napoleonic Wars, 1803~1815)과 아내 조세핀에 대한 사랑을 두 축으로 한 나폴레옹의 영웅적 면모,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Victor Hugo)의 대하소설 「레미제라블」을 토대로 프랑스 대혁명 이후 지속된 혁명기 시대 민중들의 삶을 담아낸 뮤지컬 영화, 제1차 세계대전 전후 도발적이고 에로틱하면서도 독특한 화풍으로 유럽 화단에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현대화가 에곤 실레(Egon Schiele)의 에로티시즘 미학과 그의 영원한 뮤즈 발리 노이질과의 러브스토리,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에서 판타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고 아름다운 비행기를 설계하려는 꿈을 지닌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Horikoshi Jiro)의 삶을 아름답게 윤색한 장편 애니메이션을 포함하여 새처럼 절대 자유를 꿈꾸는 ‘날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고자 ‘새-되기’를 열망하는 미국 청년과 베트남 전쟁의 트라우마를 독창적인 카메라워크로 담아낸 앨런 파커(Alan Parker) 감독의 수작 〈버디〉(Birdy)까지 다루었다.
제2부에서는 2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1960년대 패션 아이콘 에디 세즈윅(Edie Sedgwick)과 ‘팝 아트’의 제왕으로 평가받고 있는 예술가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애증의 서사를 담아낸 영화 〈팩토리 걸〉(Factory Girl)에서부터 〈블랙 스완〉(Black Swan), 〈라이프 오브 파이〉(Life of Pi), 〈리스본행 야간열차〉(Night Train to Lisbon), 〈라라랜드〉(La La Land), 〈맘마미아!〉(Mamma Mia!) 등 클래식 발레 〈백조의 호수〉의 프리마돈나로 완벽함(perfection)을 추구하며 ‘성공’을 꿈꾸는 발레리나가 자신의 강박증으로 인해 자기 파멸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긴장감 넘치게 담아낸 최고의 심리 스릴러 영화, 망망대해에서 벵골호랑이와 함께 작은 구명보트 안에서 무려 227일간 표류한 16세 소년의 신에 대한 믿음과 생존 투쟁 그리고 두 가지 버전의 스토리, 고풍스럽고 여유로움과 낭만이 가득한 도시 리스본을 배경으로 스위스 출신의 중년 남성 그레고리우스가 추적하는 포르투갈 카네이션 혁명기의 청년 아마데우와 그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에 내재한 여행 철학, ‘현실과 동떨어진 비현실적인 세계’이자 ‘꿈의 나라’를 의미하는 ‘라라랜드’인 LA를 배경으로 성공을 꿈꾸는 젊은 청춘남녀의 사랑과 이별을 고전 뮤지컬 영화 형식으로 탁월하게 그려낸 감각적인 뮤지컬 영화, 에게해에 있는 그리스 섬들의 눈부신 풍경을 배경으로 엄마와 딸이 행복을 꿈꾸며 진정한 삶과 자아를 찾아가는 스토리를 스웨덴 출신의 혼성 그룹 아바(ABBA)의 명곡으로 노래한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를 포함해 ‘원조 마약왕’으로 불리며 전 세계 코카인 시장을 장악하며 콜롬비아 정부를 상대로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던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일대기를 다룬 비르히니아 바예호(Virginia Vallejo)의 회고록에 바탕을 둔 영화 〈에스코바르〉(Loving Pablo)까지 다루었다.
〈오픈할게, Chat 무비〉는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교육 환경에 부합하는 시의성 있는 교육 강좌로서 대학생들이 진지하게 세계의 역사를 더욱 새롭게 경험하는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세대를 초월하여 현재까지도 꾸준히 MZ세대의 깊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라이프 오브 파이〉와 〈라라랜드〉 등의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에 수록된 대부분의 영화/애니메이션은 나날이 부각되는 비주얼 컬쳐 시대에 부응하는 감각적인 미장센과 감성을 자극하는 배경 음악 및 당대의 패션 트렌드 등을 담아냄으로써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이 책을 통해 대학 학부생은 물론 일반인들이 다양한 글로벌 문화와 인문학적 사유를 더해주는 영화/애니메이션을 통해 창의적·융합적 상상력을 고양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끝으로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교정 작업에 참여하여 큰 도움을 준 신라대 학생들과 세종출판사 관계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
2025년 겨울
심진호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