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혁  | 퍼플

7,000원  | 20150415  | 9788924026900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절벽을 손으로 꽉 잡고 살아가는 것이다. 욕망은 집착을 낳고 집착은 번뇌를 낳아 삶을 고통스럽게하지만 이 고통은 오히려 인생에 원동력을 불어넣는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모든 이들이 저마다 자신의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그리고 타인들로부터 뜻깊은 인생이라 칭송받기 위해 절규하지만 삶이란 그저 숨쉬는 것의 연속이며 살아있는 것의 연장일 뿐이었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지마는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 알지 못했고, 성취와 만족은 찰나의 순간으로 우리 기억 속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다. 사람들은 뜻깊은 인생이 되기 위해 미친 듯이 분발했지만 남아버린 것은 허탈한 절망감뿐이었다. 나는 가끔씩 술자리에서 이런 암울한 이야기들을 토로할 때가 있었다. 나는 내가 친구들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고통의 윤곽을 조금 말해 주었지만 그럴때면 그들은 잠시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야기를 다른 화제로 돌리곤 했다. 나에게는 검은 그림자가 달싹 붙어있어 결코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나의 자폐적 고뇌는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속앓이를 한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만나지 못했다.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사람들의 욕망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으며 모두 같은 종류의 쾌락만을 지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