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적 정동 (정신분석을 통하여 그가 말한 모든 것)
콜레트 솔레르 | 명자
31,500원 | 20251001 | 9791198821843
‘정동情動affect’을 통해서 재발견하는 라캉적 정신분석
정신분석이란 무엇이고 어떠한 것인가? 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보자. 창시자인 프로이트에 따르면, 대체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작업과 다른 것은 아니다. 그러한 작업을 위한 지침으로 그가 제시한 길에 따르면, 꿈과 증상(특히 신경증), 무의식이 형성한 것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본다면, 증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그때 느끼는 정서 상태, 흔히 어떤 감정에 쌓이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정동affect’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외적 자극이나 내적 자극이라는 ‘대타자’로부터 주체가 받는 정서적으로 겪는 심적 영향으로, 대체로 주체를 괴롭히는 것이다. ‘대체로’라는 것은 그 외로 즐거움을 주는 것도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어떤 정서적인 받아들임을 감정(émotion), 감각적 느낌(sentiment), 지각적 느낌(perception), 느낌(feeling), 기분(mood) 등으로 부르며 어떤 심적 상태를 통하여 감지한다. 분명 느끼기는 하지만 그것을 규정하려고 하면, 그것의 실체를 규정하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미결정인 채로 막연하게 느끼면서 언어화한다. 즉 그러한 각각의 정서를 무엇이라고 명명하게 된다(예, 불안, 공포, 두려움, 우울함 등). 과연 그 명명이 명명 이전의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상, 즉 ‘정동’의 양상을 통하여 라캉적 정신분석을 조망한 점이 이 책의 저자 솔레르의 작업이었다. 앞서 명명 작업이라는 익숙한 표현은 라캉의 ‘언어적 관점’의 대표적 용어인 ‘시니피앙signifiant’을 통한다면, 그것은 ‘상상계에 대한 상징적 극복’이라는 표현으로 비유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정동’은 시니피앙이며, 하나의 ‘증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필연적인 이유를 밝히는 것이 이 책의 주 내용이다.
당연히 정동의 기원이나 원인에 대한 규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은 논리적인 필연이다. ‘언어가 사물에 대한 타살이다’라는 라캉 정신분석의 명제가 재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또다시 억압, 욕동, 대상 a, 반복강박을 소환하면서, 인간 정신발달에서 ‘언어’와 ‘언어화’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추적하는 일이 정신분석의 요체라는 점을 ‘정동’, 즉 그것에 관한 변천 과정의 마지막 — ‘환상을 가로지르기’ — 이 몸과 정신을 통하며, 분석의 종결 시에는 최초의 정동이 변하게 되어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게 된다’라는 점까지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인간은 ‘타자 결정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 언어로 각인된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가 정신분석이 추구하는 길이라고 한다면 너무 단정적이고 추상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일단에 대한 솔레르의 해석과 해설을 통하여 라캉의 사유에 대한 관점을 분석하고 도전해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