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바꾸기 (하모니북 ‘하루 10분 글쓰기’ 30기 작품집)
| 하모니북
17,000원 | 20250830 | 9791167472649
하모니북 ‘하루 10분 글쓰기’ 30기 작품집
열다섯 가지 글감으로 쓰인 4명 작가님의 글을 모은 작품집입니다.
[본문 속으로]
늦게까지 자고 일어나는 삶도, 새벽을 깨우는 삶도 해봤다.
둘 다 저마다의 장단이 있었고, 감내해야 하는 수고와 누릴 수 있는 행복의 결이 달랐다.
상황에 맞춰 선택해야만 하는 삶은 때로는 제약처럼 느껴지지만 그 또한 사회에 기여하는 헌신이며,
동시에 누리며 받는 혜택일 것이다.
선사시대의 인류는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을까, 식량을 구할 수 있을까, 자는 동안 맹수의 위협은 없을까, 언제 주거지를 옮겨야 할까,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을 것이다.
태양을 언제 볼지 정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이 세상을 정복한 종(種)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찾는다지만 새는 그것을 스스로 정하지 않고 섭리를 따를 뿐이다.
선호(選好)와 사유(思惟)는 승리한 자가 내리꽂은 깃발이다.
톱니바퀴는 철마(鐵馬)를 따라 세상을 질주한다.
주어진 하루의 선택은, 선조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내어준 선물일지 모른다.
나는 이르고 늦게 일어난 모든 것을 사랑할 것이다.
- ‘얼리버드 | 네비맨’ 중에서
스마트워치에서 알람이 울린다. ‘움직일 시간이에요.’
이 순간 나의 선택은?
아날로그 손목시계가 주는 감성이 좋아 즐겨 차던 자리를 이제는 스마트워치가 차지하고 있다. 손목 한마디를 차지하는 작은 기기에 참 많은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만족스러운 기능이라면, 1시간 간격으로 움직임이 없을 때 울리는 이 알람이다.
‘움직일 시간이에요.’
근무시간 중, 얼마나 오랜 시간 책상 앞에 앉아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자주 있다. 어깨가 굽고 뭉치며, 다리가 퉁퉁 붓는 것도 모른 채.
처리해야 할 업무에 치여 주로 ‘나중에요’를 눌러대긴 해도, ‘잠시 쉬었다 하는 건 어때?’, ‘스트레칭도 좀 해 봐.’ 라며 휴식이 필요한 순간을 알려주는 고마운 기능이다.
심지어 잠시 자세를 고쳐 앉으려 일어났다 앉기만 해도, 출력물을 가지러 몇 걸음만 걸어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기계에게 칭찬도 받다니, 이렇게 쉽게!
- ‘잘 산 물건 | 이주연(볕살)’ 중에서
내가 사는 지역은 작은 소도시이지만, 최근 몇 년의 공사로 인해 집 앞에 큰 공원이 생겼다. 완전 지역의 명물거리로 발전을 했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공원 뷰는 정말 화려한 대도시인 듯 하다.
집 근처로 2분 거리에 큰 도서관이며 보건소, 큰 대형마트를 걸어서 5분 내로 다닐 수 있는 위치적으로 최고의 장점을 가진 동네에 산다.
아이들 셋과 함께 도서관에서 하루의 반을 보냈기도 하고, 남편은 걸어서 5분 걸리는 직장을 다니고 흔히 부동산에서 말하는 스벅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살기 좋은 동네를 떠나 조만간 이사를 간다. 아이들도 많이 컸고 이런저런 이유로. 산을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간다. 내심 이제는 조용한 곳을 찾는 이유기도 하다.
좋은 추억들로 나의 젊음을 나눴던 이곳을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너무 들쑥날쑥 한다. 또 다른 내일이 기다려지니 좋은 기억만 남기고 좋은 기운 그대로 담아 가야겠다.
- ‘우리 동네 | 장원선’ 중에서
- 첫 발이 시작이라면, 끝까지 가는 건 태도다
중요한 건 왜 걷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그 걸음을 내가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이다.
어떤 길은 오래 걸어도 단단해지고, 어떤 길은 빠르게 걸어도 금세 부서진다.
그 차이는 속도가 아니라,나 자신이 방향을 붙잡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혼자 걷는 시간이 익숙하지만, 가끔은 함께 걸을 사람도 필요하다.
의미 있는 대화 하나, 묵직한 침묵 하나면 충분하다.
걸음이 멈출 것 같은 순간에 나를 다시 일으켜 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니까.
나는 지금도 걷는 중이다.
완벽하게 설계된 인생이 아니라 그때그때 조율하며 나아가는 삶.
그렇기에 걸음 수는 숫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성실하게 살아냈는가를 말해주는 증거다.
나는 오늘도 묻는다.
“지금 걷는 이길, 내가 원하는 방향이 맞는가?”
- ‘걸음 수 | 황후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