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의 빛
김미정 | 트임9
14,850원 | 20250815 | 9791197365577
삶의 위로가 되는 빛의 조각들
여러 곳을 하염없이 기웃거리다가 56세에 운명처럼 닿은 작가의 길,
그리고 61세에 그 첫 번째 소설집으로 나온 ‘요요의 빛!’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상처, 아픔, 슬픔이 있고 그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이 인생이기에, 또한 소설이란 그런 인간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이기에, 모든 작가들의 작품 속에도 이와 같은 상처, 아픔, 슬픔이 이야기가 되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결국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예술이며 문학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집 『요요의 빛』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삶의 위로가 되는 빛의 조각들’로 정리가 되겠다. 무엇보다 위로가 필요한 이 세대,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요란하지 않게, 그러나 짠하게 건네는 위로를 느낄 것이다.
김미정 작가는 2020년 단편소설 『사블레』로 ‘글로벌경제 제1회 글로리 시니어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본격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56세에 등단하여 61세에 첫 소설집을 낸, 그야말로 늦깎이 작가인 것이다. 아무리 백세시대라고 해도 지금은 글을 읽지 않는 시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놀랄 정도로 많은 시대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무리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해도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모든 사람들이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지. 그렇기에 더불어 이 책은 사회의 중심 역할을 내주면서 새 길을 찾아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새겨야 하는, 특히 글을 써보고자 하는 시니어들에게 늦지 않았다는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건네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 소설집 『요요의 빛』에는 열 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요즈음 출간되는 작가들의 작품집에 비하면 그 편수가 묵직하다. 미처 다 못 실은 작품이 있는 걸 보면, 그간 오랜 습작기를 거쳐 작가가 된 뒤에도 누가 알아주건 말건, 얼마나 묵묵히 늦게나마 자아실현을 위해 작품을 써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요요의 빛』에 실린 열 편의 작품은 세 개의 챕터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에는 ‘나’라는 개념으로 묶여 「요요의 빛」, 「사브레」, 「쉽게 나오지 않았던 말」, 「저녁노을」이 실려 있다. 두 번째에는 ‘너’라는 개념으로 묶여 「너울거리던 시간」, 「어쩔 수 없는 일」, 「서로 다른 체념」이 실려 있다. 그리고 세 번째에는 ‘우리’라는 개념으로 묶여 「제로니모카페의 핫초코」, 「해후」, 「산조르디」가 실려 있다. 그러니 이 소설집 『요요의 빛』은 나열식이 아닌, 소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라는 맥락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예술이란, 다시 말해 소설이란 나에서 시작해 너로 향하고 우리에게 이르는 과정이 아닐지. 그로 인해 세계관과 우주관을 획득하는 것이 아닐지. 첫 번째 소설집이기에 아직 닿아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을지라도, 이런 구성이 가능했던 것은 아마도 오랜 습작기를 거쳐 오십대 중후반에 작가가 된 뒤에도 소설 쓰기를 생활의 중심에 놓은 채 묵묵히 소설을 써 온 사람의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연륜이 절로 표출해낸 결과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