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로렌의 열쇠

오만하게 솟은 높은 광대뼈와 터질 듯 풍만한 가슴. 건강미 넘치는 시골 쳐녀의 섹시함으로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과 헐리우드까지 공략한 소피아 로렌은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여배우다. AFI가 선정한 25명의 여배우 중 살아있는 다섯 전설 가운데 한 명이며 이탈리아인으로는 유일하다. 소피아 로렌이 세계적인 배우로 주목받은 것은 1961년 아카데미에서 <두 여인>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부터였다. 비토리오 데 시카 등 이탈리아 최고 감독의 영화와 <엘시드>와 같은 할리우드 역사극까지 그녀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미와 불 같은 기질, 아찔한 몸매로 전세계 팬들을 사로잡았다. 소피아 로렌은 섹스 심벌의 이미지와는 달리 이탈리아의 명제제작자 카를로 폰티의 아내이자 영화인으로서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트레버 하워드는 영국에서 정상으로 꼽히는 클리프턴 칼리지에 다녔고, 그런 다음 왕립극예술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 몇 년 동안 런던의 연극 무대에서 연기했고, 전쟁 때는 영국군 포병대에 입대했다가 1943년에 전투 중 부상을 당했다. 그는 「선봉에서(1944)」의 해군 역과 「구름 속의 자니(1945)」에서 영국 공군 조종사 역으로 영국영화계에 입문했다. 성공의 돌파구는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1945)」를 통해 찾아왔는데, 거기서 그는 조신한 셀리아 존슨을 사랑하면서도 망설이는 의사 역할에 감동적인 진지함을 불어넣었다. 그 역할은 이후 영국적 자제의 상징으로서 종종 패러디 대상이 되었다. 하워드는 「위험한 병동(1946)」과 「제3의 사나이(1949)」에서 좋은 조연 연기를 보여 주었고 「도망자(1947)」에서는 은행 강도가 된 참전용사로서 전후의 혼란을 흥미롭게 표현했으며 「버림받은 자의 초상(1952)」에서는 배신자 역을, 「사건의 핵심(1953)」에서는 식민지 경찰관 역을 연기했다. 그는 D. H. 로렌스의 소설을 영화화한 「아들과 연인(1960)」에서 술주정꾼 월터 모렐을 연기하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름으로써 영화계 동료들에게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외모가 거칠게 변해 가면서 그는 「바운티 호의 반란(1962)」의 블라이 선장이나 「차지 오브 라이트 브리게이드(1968)」의 붉은 얼굴에 구레나룻을 기른 카디건 경처럼 미치광이거나 악질적인 관리 역에 가장 잘 어울렸다. 그는 꾸준히 연기를 했지만 「루드비히 신들의 황혼(1972)」에서 리하르트 바그너와 「라이언의 딸(1970)」에서 콜린스 신부를 제외하면 후기로 갈수록 좋은 역할은 별로 맡지 못했다. 「롤린슨 엔드의 헨리 경(1980)」에서 괴짜 귀족 연기도 기억에 남는다. 전형적인 영국인인 하워드는 영화사와 맺는 모든 계약서에 크리켓 국제대회 결승전을 관람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조항을 꼭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