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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9207134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4-05-14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바보아재
얼굴 하얀 그 사람
할멍구와 백수건달
그날, 그리고 그다음 날 새벽
똥 싸는 시어머니
태식이 엄마
봉선화
공범
찬란한 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천진난만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그 얼굴에는 언제나 웃음이 싱글거렸다. 아버지와 대구 작은아버지, 그리고 아재는 외탁하여 얼굴이 닮았는데도 그 얼굴에 대한 느낌은 딴판으로 달랐다. 바로 그 웃음 때문이었다. 웃음기로 말미암아 아예 얼굴이 달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할머니의 사려 깊은 묵인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말투는 물론, 걸음걸이나 몸짓, 심지어는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새까지, 아재는 송순당의 다른 구성원들과는 눈에 띄게 달랐다. 송순당에서 유일한 자유인이었다고나 할까. 예닐곱 살짜리 순둥이 같은 아재는 언제나 웃고 거의 쉴 새 없이 겅정겅정 움직였으며, 그 입이 가만히 닫혀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혀 천장을 울리는 듯한 목소리에는 금세라도 벙글어 피어날 듯한 웃음이 버무려져 있었기에, 아재의 이야기는 그 울림만으로도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아재의 지능은 예닐곱 살짜리 정도로, 어린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더러 엉뚱한 일을 저지르거나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 능력이 달리기는 했으나 한계를 명확하게 지시받은 일이나 일상적으로 늘 하는 일은 오히려 꼼꼼하게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한글을 읽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고, 한자 경우에도 자기 이름 정도는 그려낼 수 있었으며, 큰돈은 어렵지만 적은 돈 계산에는 실수가 없었다. 아마도 할머니가 집요하게 반복시킨 교육과 훈련 덕분이었을 듯했다. 샘골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그 아들, 사람 노릇 하고 살도록 만들라고 송순당 종부가 오만 정성 다 쏟았지. 참 고생했어. 암만 그렇고말고.
자연스러운 일일 듯한데, 비단 여기 모아 본 아홉 편의 이야기들만은 아닙니다. 죽음은 평생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죽음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이 문득 편안해지는 격세의 위안, 역시 그런 것 때문일 것 같습니다. 삶이 더 남루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든, 상상에서든, 죽음을 맨 낮으로 마주하게 될 때마다 어김없이 옷깃 여미게 되는 숙연함은 또 어떤가요. 피가 서늘하게 정화되는 듯한 이런 숙연함, 이 현실 다른 어느 경우에서도 느껴볼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숙연함 다음에는, 적어도 당분간이나마, 삶에 대한 근심 걱정이 스스로 느낄 만큼 묽어지는 것도, 그때마다 늘 새롭죠. 그래서 쓰든, 쓰지 않든, 죽음에 대한 생각을 버릇처럼 되풀이하고 있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_「에필로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