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592760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_ 4
쌈과 키스 _ 11
왜 사니, 왜 살아? _ 21
어느 작가의 사연 _ 26
딸애 졸업 사진 _ 33
선물가게 _ 37
복권 _ 43
뽕짝 _ 55
산다방 별다방 _ 63
어느 보험 세일즈맨의 후회 _ 100
텔레비전 유감 _ 110
아비 마음 _ 115
거짓말 _ 119
부부가 다시 쓰는 연애편지 _ 127
세월이 약이라더니 _ 136
신발 바꿔 신은 여자 _ 187
저자소개
책속에서
쌈과 키스
- 남편의 넋두리
연일 30℃를 웃도는 기온은 모든 창을 다 열어 놓고 선풍기를 고속으로 틀어 놓았지만 더운 열기만 이리저리 더 흩트릴 뿐 좀체 더위를 견뎌 낼 수가 없었다.
“웬 날씨가 바람 한 점 없이 이리 푹푹 찌기만 하노?”
뭔가 좀 다른 게 있나 하고 연신 부채를 짜증스레 휘저으며 TV를 못살게 굴던 다수 씨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여봐요, 안 되겠다. 바닷가라도 다녀오자. 도저히 더워서 못 참겠다.”
“샤워나 해요, 더운데 움직이면 더 덥기나 하지….”
아내가 시큰둥하게 한마디 던진다.
큰방 구석에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아내는 자기가 무슨 와선도사라고 몇 시간째 꿈쩍 않더니 그제야 길게 뻗은 몸을 빙글 돌려 버렸다.
― 그래, 니한테 말을 꺼낸 내가 잘못이지….
샤워를 몇 번이나 해 보고, 리모콘 버튼을 망가뜨릴 듯 끊임없이 눌러 대고, 베란다에 서서 심호흡을 하며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안달을 부려 봤지만 별 시원함을 못 가지더니, 결국 다수 씨는 소파에서 삐질 대는 땀에 젖은 채 잠이 들었다.
그래, 발정 난 강아지처럼 날뛰어 봤자 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더위 속의 휴일엔 그저 잠자는 게 상책인 게지.
“여보, 다수 씨 그만 일어나요, 아까 바닷가에 가자 그랬잖아요?”
― 아니, 가잘 때는 무얼 사 달라고 떼쓰는 아이에게 야단치듯 하더니 잘 자고 있는데 이제사 이 무슨 망령 같은 소리고?
“아이고, 이 무슨 변덕이고? 당신 말대로 더운데 움직이면 더 덥다. 오늘은 그냥 집에 있고 다음에 가자. 잠 좀 자야겠다.”
“남자가 어찌 중간에 말을 바꾸시나…. 더위에 이리 늘어져 있으면 일주일 내내 피로하게 보낼 텐데…. 갑시다, 여보옹.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 회하고 소주 한잔 사줄게.”
― 하이고! 지가 사주겠다고?! 이제는 안 가 봐도 천 리를 재는 박수무당이 다 된기라. 맨날 지가 산다고 꼬셔 놓고는 ‘집안에서 당신이 가져다주는 쥐꼬리로 어렵게 어렵게 살림만 하는 여자가 무슨 돈이 있다고? 좋은 기분으로 선심 쓸 기회를 사랑하는 당신께에…’ 하며 정말 개미 뭣만 한 용돈을 한입에 털린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모처럼의 낮잠을 설친데다 사기성이 농후하다 여기는 미심쩍은 심보가 더위와 더불어 열불을 일으키고 온갖 속이 다 끓지만 다수 씨는 나가야 합니다. 몇 번의 체험을 통해 그것만이 가정의 평화를 유지시키는 답이란 걸 아니까요.
이럴 땐 정말 짜증이 납니다. 왜 결혼했나 하며 후회를 합니다.
다수 씨가 너무 오버라구요? 원, 몰라도 뭘 한참 모르시네. 잠자는 아이 중간에 선잠 깨 봐요. 온종일 집안이 양철공장보다 더 시끄러워요. 다수 씨는 그래도 명색이 남편에 가장이라 삭이며 속으로만 시끄러운 거지.
아, 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이 다수 씨랑 별로 큰 차이 없는 가정생활일건 자명한 일, 불쌍한 남편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