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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스페인여행 > 스페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59594375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서문 하고 싶은 말 _ 004
-5. 15 산티아고를 향하여 첫발을 떼다 _ 011
-5. 16 생장에서 길을 묻다 _ 013
1일차5. 17 세계와 만나는 곳, 산티아고 _ 020
2일차5. 18 소르지나리차가 마녀 숲과 헤밍웨이 _ 031
3일차5. 19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하다 _ 040
4일차5. 20 ‘강남 스타일’로 하나가 되다 _ 047
5일차5. 21 역시 식사는 여럿이 함께 먹어야 제맛! _ 053
6일차5. 22 순례자들을 위한 ‘포도주의 샘’ _ 060
7일차5. 23 순례길의 동반자-첼로? 당나귀? _ 068
8일차5. 24 나헤라의 잊을 수 없는 춤과 노래잔치 _ 075
9일차5. 25 “어르신,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_ 082
10일차5. 26 세례 성 요한 성당 알베르게의 만찬과 아리랑 합창 _ 090
11일차5. 27 벨로라도의 고집 센 길안내 할머니 _ 096
12일차5. 28 순례길에는 삶이 있다 _ 103
13일차5. 29 사람들이 산티아고를 걷는 이유 _ 108
14일차5. 30 엘 시드의 도시 부르고스 _ 116
15일차5. 31 메세타 고원에서 첼로 연주를 듣다 _ 122
16일차6. 1산 니콜라스 예배당 알베르게에서의 이색 체험 _ 129
17일차6. 2 들판에 퍼지는 그녀의 노래 ‘Let It Be’ _ 138
18일차6. 3 발바닥이 장난이 아니네! _ 148
19일차6. 4 타인에 대한 관심 혹은 무관심 _ 153
20일차6. 5 ‘행복한 우리 집입니다’ _ 159
21일차6. 6 “로미오와 줄리엣 중에서 누가 더 오래 살았나요?” _ 166
22일차6. 7 산티아고에 ‘마파두’는 없다 _ 172
23일차6. 8 토미코의 운명運命의 남자가 되다 _ 177
24일차6. 9 맛없는 과일로 장사하는 길가의 기부제 간이가게 _ 185
25일차6. 10 랜드마크 오르비고 다리, 그리고 돈 키호테와 돈 수에로 _ 191
26일차6. 11 아름다운 가우디 건물 주교의 궁 _ 196
27일차6. 12 “나는 한국인입니다!” _ 202
28일차6. 13 아일랜드 수녀 캐서린 _ 207
29일차6. 14 85세 할아버지와 76세 할머니 부부 순례자 _ 214
30일차6. 15 버찌(체리) 과수원 주인의 깊은 뜻에 감동하다 _ 222
31일차6. 16 작은 에딘버러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_ 231
32일차6. 17 갈리시아의 첫 산골마을 오세브레이로 _ 239
33일차6. 18나도 한국 젊은이들과 같이 어울리고 대화하고 싶다! _ 246
34일차6. 19 깊은 산속 아름다운 사모스 수도원 _ 253
35일차6. 20 카메라로 길바닥 똥을 찍는 독특한 미국 여자 _ 262
36일차6. 21 순례길에는 왜 흑인이 드물까 _ 269
37일차6. 22 석조 십자가 아래서 사진을 기피한 여자 _ 272
38일차6. 23 히로미의 수다 _ 279
39일차6. 24 요리 담당 토미코의 몽니와 사보타주 _ 282
40일차6. 25 알리칸테 12인의 광란(?)의 파티 _ 288
41일차6. 26 아!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_ 296
-6. 27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벌렁 드러눕다 _ 309
-6. 28 땅끝 마을 피스테라 _ 315
저자소개
책속에서
2014년 5월 16일 금요일 파리, 생장 맑음
생장에서 길을 묻다
새벽 1시 조금 넘어 잠에서 깨 뒤척거리다 4시 무렵에 다시 잠들어 1시간 30분 정도 더 자고 일어났더니 기분이 좋다. 체질적으로 잠을 쉽게 못 이루는 나 같은 사람에게 잠을 더 잤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선물을 받은 듯하여 기분이 좋은 법이다. 왼쪽 아래 어금니 마모된 부분에 붙어 있던 치과 보철물 레진이 떨어져 나갔다. 물로 입을 헹구는 과정에서 쉽게 떨어진 것이다. 50일간 아니 하루 지났으니 49일간 보호막 없이 지내야 한다. 치과 주치의 김○○이 오른쪽 윗니가 30일쯤 후에 통증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하여 불안감을 안고 출발했는데, 이제 보호막을 잃은 왼쪽 아래 어금니까지 부담을 준다.
7시 조금 넘어 호텔에서 뷔페식 아침을 먹었다. 음식의 가짓수는 많지 않으나 깔끔했다. 이곳까지 입고 온 헌 와이셔츠와 팬티, 신고 온 헌 양말 한 켤레를 호텔 쓰레기통에 버렸다. 어제 세탁하여 말린 오래된 러닝셔츠는 하루 더 입고 버릴 것이다. 파리에서 세탁하여 말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헌 것을 입고 와 버리는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10시 넘어 호텔을 나와 몽파르나스 기차역을 찾았다. 여행사에서 준 안내서에 따르면 12시 28분발 헨다예HENDAYE 행 TGV를 타라는데 12시 28분발은 둘, 그러나 표시된 도시는 모두 헨다예가 아니다. 어느 것을 타야 하는지 여러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아는 사람이 없다. 결국 안내소를 찾아 이룬IRUN 행을 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호텔에서 언뜻 보았던 2명의 한국인 여자를 대합실에서 만나 이야기하게 되었다. 1명은 건강한 60대 후반 혹은 70대 초반으로 보이고 나머지 1명은 50대로 보이는데 한 동네 이웃으로 의기투합하여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했다는 것이다. 함께 기차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화장실 갈 때는 짐을 부탁하면서 낯을 익혔다. 식사 대용으로 누룽지도 상당량 가져왔다는 것을 보면 알뜰하고 꼼꼼하게 순례길 여행을 준비한 것이 분명하다. 나이든 분은 힘들면 자동차를 이용하여 무리하지 않겠다고 솔직하게 말한다. 지당하고 현명한 생각이다.
기차는 정시에 출발했다. 노선은 파리(몽파르나스 역)-보르도-닥스-바욘-비아리츠-생장드뤼-시보레-헨다예-이룬(스페인)까지이며 내려야 할 곳인 바욘에는 17시 32분이 도착시간으로 나와 있는데 거의 정시에 출발하고 정시에 도착했다. 옆 좌석에 앉은 영국인 남자 대학생은 독서에 열중했으며 매우 예의 발랐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던 프랑스 영화 ‘리스본 特急특급’이라는 범죄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원제는 ‘형사Un Flic’로 알랭 들롱, 리차드 크레나, 카트린느 드뇌브가 출연했는데 그때의 리스본 특급이 달렸던 길이 지금 달리는 노선과 같다. 물론 그 당시에는 디젤기관차였고 지금은 고속열차 TGV다. 영화에서의 리스본 특급 노선은 파리에서 출발하여 이룬을 거쳐 다시 산 세바스찬 ? 부르고스 -메디나 델 캄포-리스본까지 가는 야간열차인데 프랑스 지역에서 범죄가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추억의 영화를 생각하며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오후 5시 30분경, 바욘에서 내려 기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만약 기차가 없으면 버스로 이동하라는 여행사의 조언이 있었다. 같이 내린 많은 순례자들이 역 광장으로 나와 왼쪽으로 150~200m 지점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쪽으로 이동하였다. 버스는 자주 있는 것 같았다. 먼저 오는 것을 잡아타고 앞에서 너덧째 오른쪽 창 측 좌석에 자리 잡았다. 잠시 후 옆자리에 중년 여자가 앉기에 남자인 내가 인사치레를 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네덜란드 여자였다. 그녀는 미소를 띠지만 예의상 대꾸만 할 뿐 나에게는 관심이 없다. 내가 아는 서양 숙녀와는 사뭇 달랐다. 보통은 예의상 상대방에게 관심 있는 척하는 것이 통례인데 그녀는 다르다. 옆 사람과 오랜 시간 침묵을 지키면서 가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 일인지 잘 알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무시하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앞으로 그녀를 자주 보지만 결코 친구가 되지는 못했다. 이후 편의상 그녀를 ‘생장버스女’라 한다).
생장피드포르(줄여서 생장)에서 내리니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안면을 튼 한국인 두 여자도 같이 내렸다. 오후 7시경에 도착했으니 2시간 조금 더 걸린 셈이다. 우리는 먼저 순례자 사무소를 찾기로 했다. 우리 외에도 한국인 여러 명을 마을길에서 만났다. 물어서 찾아간 순례자 사무소는 문이 닫혀 있고, 오후 8시에 다시 문을 연다는 글이 붙어 있었다. 일단 숙소(알베르게)를 찾아야 했다. 가까운 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자리는 있는데 가격이 오늘 저녁 식사와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 식사까지 34.5유로라고 한다. 다른 곳을 찾기로 하고 나오는데 두 여자는 좀 더 저렴한 곳을 구하는 눈치다. 피곤하기도 했지만 두 여자와 같이 행동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어 적당한 때를 봐 그들로부터 이탈하였다. 처음 들어갔던 알베르게, 프랑스어로 순례자라는 뜻의 ‘P?lerin’이라는 곳에 다시 가서 빈방의 유무를 확인한 후 투숙 수속을 하였다.
중년 부인이 운영하는 곳으로 2층 방으로 안내했다. 여주인은 화장실과 샤워장을 안내한 후 곧 저녁 식사를 할 테니 내려오라고 하며 아침 식사는 6시에 내려와서 하라고 했다. 그녀가 내려간 후 짐을 내려놓고 창가에 서서 전망을 보는데 이웃 침대에서 한 젊은 여자가 미국 억양의 영어로 말을 걸었다. 서로 적당히 인사를 나눈 후 전망이 좋네 어쩌네 하며 의례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이틀 후 다른 곳에서 다시 만나 통성명하는데 그녀의 이름은 에리카다. 통성명(通姓名)의 본뜻은 모르는 사람과 처음으로 인사할 때 성과 이름을 서로에게 알려준다는 의미이지만, 편의상 단지 이름만 알려주는 것도 통성명으로 한다).
잠시 후 식당으로 내려가 자리에 앉았다. 식탁에는 전부 여자들로 맞은편에는 남아공에서 온 초로의 어머니 엘리자베스와 젊은 딸(이름을 잊었다)이 있고, 내 옆으로 미국인 중년 부인 아일린과 딸 모이라가 앉아 있다. 모두 긴 순례여정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고 있어서인지 식사하는 동안 쉽게 대화를 나누었다. 남아공 모녀는 힘드니 내일 여기서 5km 떨어진 오리송까지만 가서 하루를 더 쉬겠다고 한다. 아일린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가르치고 딸 모이라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다고 한다. 아일린은 남성다운 면이 있는데 딸 모이라는 여성스럽다. 적당한 곳까지 걷다가 자전거로 산티아고까지 갈 거라고 한다.
<생략>
- <본문> 중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