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화 날다

시인의 말

제1부
한 구절 / 서정도 / 난, 글씨를 품다 / 하얀 밤 / 봄 소리 / 이슬방울 / 섬진강의 봄 / 모란
수선화 눈물 / 호랑가시나무 / 창포물에 ?다 / 청도 반시 / 능소화 / 국화베개 / 가을이 번지다
창 너머에는 / 동그라미 그려놓고 / 감꽃

제2부
수선화 / 탐진에 봄바람 일면 / 학춤 / 파초 / 다초점 / 포도 / 절구통 / 석류 / 겉절이 / 군고구마
서설 / 여의도 / 꽃비 / 떠난 자리 / 꽃진 자리 / 대숲 소리 / 송연묵 / 걸레 / 무구 / 종이의 변신
매화 그림 / 바람꽃

제3부
꽃담 / 녹우당 / 가람의 뜨락에서 / 자월도 / 질마재에서 / 합죽선 / 미황사 / 압해교에서
연밥경전 / 지국총 지국총 어사화 / 여든 한 송이 / 화차 / 그립다 / 몽당연필 / 수묵화 날다
무화과

제4부
태교 / 입석대 / 유모차 / 이것만은 / 그 때 그 모습 / 훈민정음 / 국립서울현충원 / 구퇴유감
줄탁동기 / 결 / 흔적을 따라 / 깨알 글씨 / 학생탑 앞에서 / 먹

제5부
세한도 / 한 뿌리 / 수문장 / 묵매화 / 율곡매 / 들국화 / 난을 치다 / 은일자의 꽃 / 합죽선
덧없이 / 문인화 / 대숲이 들석인다 / 한국화 / 전각 / 서각

해설

수묵화 날다

여백 속에 펼쳐지는 촘촘한 하늘 무늬
한 마리도 낙오 없이 점선으로 이어진다
저 군무
그물망 펼쳐 노을빛을 낚는다

빈틈없는 깃털들의 현란한 저 율동
가오리 잽싸게 날고 밍크고래 잠수하고
어미의
눈빛에 따라 공중곡예 거나하다

점과 점이 뭉치고 선과 선 이어지고
생을 건 춤사위 비백飛白처럼 또렷하다
허공에
새긴 결들이 농담濃淡으로 번진다

노을 쪼갠 햇빛 가루 어둠을 블러오고
갈대숲의 숨소리 고요 속에 잠든다
수묵화
그 번짐 소리 화폭으로 내어준다



난, 글씨를 품다

결 고운 푸른 여인 바람결에 흔들린다
찾는 이 하나 없어도 맑은 향 내어주고
곧은 듯
보드레하게
여린 몸 추스른다

이파리의 선과 선 궁서체를 닮았고
꽃대궁, 혀끝 점에 판본체를 실었다
오묘한
글꼴의 자태
숨은 듯 또렷하다

서성의 행서와 초서 바람결에 흔들리고
해거름의 묵란화墨蘭畵 자모음 한글을 품었다
낭모필
한 필획으로
묵란이 나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