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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2893
· 쪽수 : 274쪽
· 출판일 : 2013-11-3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고귀한 기숙학교
[제1장] 사교계의 커리큘럼
[제2장] 짓궂은 키스와 러브레터
[제3장] 왕자님의 본격적인 속박
[제4장] 한밤중의 방문은 달콤하고 난폭하게
[제5장] 왕족 무도회는 달밤에 푸르게
[에필로그] 첨탑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무렵
작가 후기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옆을 보자 딜크의 윤곽이 뚜렷한 얼굴과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눈동자가 코앞에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도 어색해 하는 표정이다.
그 콧날과 긴장한 입술, 미미하게 물든 뺨에 악셀리나는 무심코 눈을 빼앗겨 그대로 관찰 모드로 들어갔다.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머리카락이 길구나. 윤곽도 뚜렷하고…….
식물도감을 보고 있던 탓인지 아니면 그가 어떤 매력을 갖추고 있어서 관찰의 대상이 된 것인지, 악셀리나는 딜크의 얼굴과 그 주변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뺨이 붉은 건 감기 때문인가?”
소박한 의문이 악셀리나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식물도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 일이 있다. 그러므로 옮겨 심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 너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날 도발이라도 하려고?”
눈썹을 치켜 올린 딜크가 악셀리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역시 혈색이 좋았다.
“도발이라니 무슨 소리야? 몸 상태가 안 좋은데 무리하게 붙잡아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넌 자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서, 나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상상은 못 하는 것 같군!”
“뭐……?”
악셀리나는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딜크를 보았다.
다음 순간, 딜크의 눈이 쓰윽 하고 가늘어지더니 입술이 다가왔다.
“자…… 잠깐……. 멈춰!”
악셀리나는 딜크의 가슴팍을 밀치며 그의 키스를 거부했다.
“…… 이 이상 날 창피하게 하지 마.”
창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프라이드에 관련된 무언가를 건들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있는 힘껏 밀쳐내자 딜크가 불만스럽게 등을 돌렸다.
“내 키스를 거부하다니 배짱도 좋군. 네가 스스로 키스해 오고 싶어질 만한 보수를 걸지.”
“앗…….”
딜크가 상의에서 꺼낸 물건에 악셀리나는 저도 모르게 안타까운 신음을 냈다.
그의 손가락에 걸려 있는 건 열쇠 꾸러미였다. 아마도 그중에 하나가 이 도서관 문의 열쇠일 것이다.
악셀리나는 그 열쇠를 잡아채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내 입술에 키스를 하면 언제라도 원할 때 도서관 열쇠를 빌려주겠다고 약속하지.”
“비…… 비열해! 남자 주제에…….”
“그래? 키스 하는 것만으로 취침 후 외출 및 도서관 무단침입이 불문에 붙여지고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는데? 파격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나, 나의 키스와…… 열쇠를…….”
악셀리나는 반론하면서도 단호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바로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조건이었다.
“…… 입술에 자극이 필요하면 벌에게라도 쏘이면 될 것을……. 숲 속에 들어가면 잔뜩 있다고.”
“그러면 그렇게 할까? 대신 도서관 문을 잠그고 넌 두번 다시 방금 전의 책을 이어서 읽는 것도, 이곳에 있는 수천 권의 책을 읽는 것도 할 수 없게 되겠지만.”
―수천 권!?
머리가 아찔해지는 숫자다.
“혀, 협박을 하다니 비겁해…….”
“협박이 아니야. 거래라고 말해줬으면 좋겠군.”
점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악셀리나 앞에서 딜크가 열쇠 꾸러미를 가지고 놀았다.
“…… 으윽!”
―이렇게 된 바에야……!
키스 한 번이나 두 번 쯤, 그 대가로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면 상관없다.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은…….
“후회하지 않을 거지? 멈추려면 지금 뿐이야……. 그리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
“아무래도 좋지만, 결단을 서둘러 주지 않겠어?”
“알았다니까! 으음―.”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내밀었다.
잔상 속에 남은 딜크의 입술을 향해 악셀리나는 몸을 기울였다.
“어, 어라?”
“…… 안 닿는걸……. 게다가 그런 식으로 아래를 향하고 있어서야 키스가 되겠어? ……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이군.”
“뭐……? 크윽―!”
그의 검지가 악셀리나의 턱에 닿아 얼굴을 들어 올렸다.
악셀리나가 망설이는 동안, 그의 입술이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