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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의 고양이 드라마CD 합본팩

왕자님의 고양이 드라마CD 합본팩

타카나시 히요 (지은이), 아사히코 (그림), 은박지 (옮긴이)
앨리스노블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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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의 고양이 드라마CD 합본팩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왕자님의 고양이 드라마CD 합본팩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382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4-07-30

책 소개

어린 시절, 기억을 잃고 숲을 헤매고 있을 때, 왕자 사뮤엘에게 거두어진 소녀 릴. 사뮤엘은 그런 그녀를 고양이로서 기르기 시작해 사랑을 쏟아 붓는다. 숲 속 깊은 곳, 사람이 거의 찾아오지 않는 별궁에서 언제부턴가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에 빠져들게 되는데…….

목차

1
2
3
4
5
6
7
8
작가 후기

책속에서

“다녀왔어, 릴. 얌전히 지내고 있었어?”
문이 열림과 동시에 들려온 조용한 목소리에 릴은 하얀 드레스 자락을 펄럭이며 ‘왕자님’에게 달려갔다.
“실컷 잤어, 릴. 꿈 많이 꿨어. 즐거운 꿈, 왕자님하고 노는 꿈 꿨어.”
그렇게 말하며 기지개를 켜고는 ‘왕자님’의 목 뒤로 손을 두르고 뺨에 머리를 비비며 애정을 표현했다. 왕자님은 양손으로 릴의 뺨을 감싸고 얼굴 전체와 턱 아래를 몇 번이나 쓰다듬었다. 마치 고양이에게 하듯이.
“내 얼굴을 잊어버리지 않았구나.”
“릴, 안 잊어. 왕자님 얼굴, 절대 안 잊어.”
“하지만 고양이는 3일 지나면 주인 얼굴을 잊어버린다고.”
“안 잊어버려. 릴은 안 잊어.”
몸을 내밀고 약간 성을 내며 말하는 릴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침대에 앉혔다.
“선물이야. 릴에게 잘 어울릴 거야.”
왕자님은 릴 앞에 상자를 꺼내 보였다. 흰 나무 재질의 상자는 덩굴무늬가 조각된 금속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살며시 그 상자를 열어 보자, 벨벳으로 감싸인 내부에 은방울꽃과 깃털 모양이 조각된 금색 방울이 들어 있었다. 왕자님이 집어 올려 가볍게 흔들자 청명한 소리가 방 안에 높게 울려 퍼진다.
왕자님은 릴이 목에 매고 있는 가죽으로 된 붉은 리본에 방울을 매달고는, 블루 그레이의 눈동자를 반달 모양으로 만들며 미소 지었다.
“역시, 릴에게는 방울이 있어야지.”
왕자님은 릴이 가볍게 발꿈치를 들고 나긋하게 걸을 때, 움직임에 맞춰 울리는 방울소리를 좋아했다. 지금까지 차고 있었던 방울이 저번에 망가져 버려서 새로운 것을, 그것도 보통 방울이 아니라 아름다운 릴에게 어울리는, 미려한 조각이 새겨진 방울을 줄곧 찾고 있었다. 왕자님은 3일 전 무렵부터 자신의 어머니인 이 나라의 왕비가 기거하는 성에 머물렀는데, 거기에서 우연히 이 방울을 발견했다. 동방의 예술가의 작품으로, 왕비의 오랜 친구에게 선물 받은 것이라고 했지만, 억지를 부려 얻어 왔다.
“나는 말이야, 첫눈에 봤을 때부터 이건 어마마마의 거실에 있는 것보다 너의 희고 가는 목에 장식하는 편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 어때, 마음에 들어?”
다정한 물음에 릴이 끄덕이자 작은 머리통 바로 아래에서 딸랑, 하고 방울이 울렸다. 릴은 손가락 끝으로 방울을 튕겨 몇 번인가 울려 보고는 왕자님의 무릎 위에 두 손을 모아 올려놓고 어리광스러운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릴의 눈동자는 홍차 색보다는 엷고 금색보다는 짙은 호박색이다.
이 눈을 방울로 만들어서 목에 매달면 릴은 틀림없이 더욱 아름다워지리라. 하지만 그렇게 하면 릴의 눈동자가 하나 줄게 된다. 그건 안 된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스로 지워 버리며 왕자님이 자조적으로 조용히 숨을 내쉬었지만,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릴은 기쁨과 쓸쓸함이 반쯤 섞인 표정으로 끄덕였다.
“방울, 무척 기뻐. 하지만 왕자님이 돌아와 준 게 더 기뻐. 즐거운 꿈 꿨어. 그리고 슬픈 꿈도 꿨어. 왕자님이 없는 꿈 꿨어.”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 있는 얼굴 위에서 팽이처럼 빙글빙글 움직이는 눈동자가 사랑스러워서 왕자님은 지금 당장 세게 껴안고 입술을 격렬하게 빨아 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짓궂게 굴 때 릴이 얼마나 귀여운지 알기 때문에, 일부러 쌀쌀맞게 그 손을 뿌리쳤다.
“어쩔 수 없잖아. 가끔씩 비위를 맞추러 가지 않으면 어마마마가 화내시니까. 그리고 자리를 비운 건 겨우 3일이야.”
사실은 오늘밤도 묵고 가라는 걸 거절하고 아침 일찍 왕비 곁을 떠나 점심 전까지는 돌아올 수 있도록 서둘러 마차를 달려왔지만, 릴에게 그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릴은 늘 왕자님과 함께 있을래.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놀고, 책 읽고, 목욕하고, 잠잘 때도, 계속, 계속 함께. 함께가 아니면 싫어.”
매달리듯이 다시금 무릎에 손을 올리는 릴의 머리를 쓰다듬고 왕자님은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그렇지, 릴은 나와 계속 함께 있지 않으면 싫지.”
왕자님은 늘 하던 대로 드레스의 옷자락 틈으로 손을 넣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크기의 젖가슴을 천천히 주무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입술 사이로 가냘프고 달달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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