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원시인의 사랑

시인의 말

1. 길 위의 여자

빈집
마지막 오월
길 잃은 나비가 있다, 해질녘 들판을 헤매는
There is a butterfly wandering about in the field at sunset
정전
강가 엘레나 모텔에서
미로
스치며 언제나 스치며
정거장 없는 길 따라
그 안개 바다
시내버스에 올라탄 밤
나의 모습은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강물 위에도 강은 흐른다
가을, 묘지로 떠나는 산책
교회 밑 여인숙
장 폴 클레의 어느 그림
꽃츤
유유히 에스컬레이터 타고 어디들 가니
가을 내면의 정거장에서
이태원 영자 언니
새벽 기도
눈 내리는 봄날
빈 어항 속엔
일상 밖 일상
빈집, 두 번째
내 존재의 푸른 하수구
이 야밤에
그녀는 칙칙폭폭 페달을 밟고
날개 달린 고백
출구 없는 밤

2. 언제나 고향으로 가는 길

묘지로 가는 길
세상 끄트머리에 저무는 마을
가위질 하는 시간
그때의 풍경
머구리 소리와 하나의 풍경화
황금색 동전
밤의 황야에서
철든 밥상
고향 아랫목
바다와 새
밤바다에 편지를 띄운다
여름 한줄기
붉은 동백꽃
푸른 이장

3.세상 끝 거처에서 그들을 만났다

어떤 여름이 끝날 무렵
세상 끝 거처에서
혁명을 위해, 사랑을 위해 다시 태어났다
낙엽이 서로를 기대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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