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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61705431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6-04-20
책 소개
목차
1. 마당 아이
2. 재주 많은 어린 노비
3. 궁궐에 들어가다
4. 과학의 땅 명나라로
5. 상의원이 된 노비
6. 조선의 시간을 찾아서
7. 세자와 만든 측우기
8. 부서진 가마
글쓴이의 말
역사인물 돋보기
책속에서
“훈장님, 저 미천한 녀석을 쫓아내시지는 않고 왜 저희와 똑같이 대하십니까?”
서당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박 진사댁 큰 도령이었습니다. 도령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습니다.
도령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영실이는 바닥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이럴 때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잘못했다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양반 댁 도령들에게 호되게 혼이 날 테니 말입니다.
훈장님이 다시 싸리나무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네 이놈! 천민이든 양반이든 글을 배우고 책을 읽어야 바르게 살 수 있거늘, 네놈은 어리석게 싸우려고만 드는구나!”
회초리가 대청마루를 세게 때리자 박 진사댁 도령은 깨갱 하고 꼬리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영실이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될 때까지 마당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뒷산으로 해가 저물자 서당 도령들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일어섰습니다. 도령들은 영실이 곁을 지나가며 흥흥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쳇, 그래 봤자 네놈은 과거 시험도 보지 못하는 천한 기생의 자식이다.”
박 진사댁 도령의 말에 다른 도령들도 와르르 영실이를 비죽거렸습니다. 날마다 밥 먹듯 듣는 소리였습니다. 영실이의 마음은 이제 갑옷을 두른 장군처럼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상의원은 왕실에서 고용한 기술자들이 일하는 곳이었습니다. 장영실은 그중에서도 책을 찍는 활자를 만드는 주자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재주를 높이 산 태종이 친히 임명한 자리였습니다. 주자소에는 조선에서 제일가는 기술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작지만 정교한 활자를 만드는 데는 공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동래현에서 온 장영실이라 하옵니다.”
장영실은 선배 기술자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습니다. 그러나 주자소의 기술자들은 콧방귀만 뀌었습니다.
“흥, 임금님께서 무슨 생각으로 주자소에 노비를 부르셨담? 우리처럼 솜씨 좋은 기술자가 넘쳐 나는데 말이야.”
“그러게 말일세. 하하!”
장영실은 선배들의 따돌림에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