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 사러 오세유!

작가의 말 04
구두쇠 아버지 08
명희 언니 17
갸를 만나야 26
장날 밤 32
소포 46
새 옷 57
거짓말로 쓴 동시 63
보고 싶은 ‘어깨동무’ 70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겨! 77
비밀 89
임시 휴업 99
아버지 없는 날 105
그 책 이름이 뭐냐? 117

함석 빈지문을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함석이 콘크리트 문틀 바닥에 긁히며 날카롭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빈지문을 한 짝씩 잡아당겨 열 때마다 감겨 있던 눈이 떠지듯, 가게 안으로 저녁 햇살이 깊게 비쳐 들었다. 가게 안이 밝아지자 가슴이 벅차올랐다.
가게 앞 큰길 한가운데에 서서 면사무소 지붕 위로 넘어가고 있는 저녁 해를 올려다보았다. 해도 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나를 보았다. 마치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것처럼 발그레 웃고 있는 해를 향해 팔을 벌렸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소리를 질렀다.
“울 아부지 집에 오셨어유! 가게 문두 열었어유. 인자 우리 집에 철물들 사러 오세유우!”
저녁 해는 서쪽 하늘에서 점점 더 붉게 번져 가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