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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건강요리
· ISBN : 9788964560037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스님에게 살림을 배우다
매화 피는 봄, 꽃비빔밥 만찬을 누리다
생긴 대로 살려 꽂는 자연주의 꽃꽂이_냉랭한 듯 달콤한 향이 톡 터지는 매화꽃 비빔밥
부지런한 손길로 옥토가 된 텃밭_쨍하게 개운한 오이냉면과 열무냉면
요즘 세상에 깁고 기워 쓰는 이야기_마당에 둘러 앉아 빚은 주먹밥
정갈한 모양새 내는 여름 밑반찬_김장아찌?초생강?새송이버섯장아찌
스님이 내려주는 커피의 맛, 문화 카페 지대방이 문을 열다
꽃 상보 덮어 차린 빡빡 된장 보리밥에 반하다_감자보리밥에 강된장
조막만한 물건들에 쓸모를 찾아주다_싸 먹을 수 있는 이것저것으로 쌈밥
생활에서 꽃피는 스님의 컬러 감각을 보다_곱디고운 묵채와 묵전
겨울 텃밭에서 헤매다
꽃 시장을 다녀오는 서정적인 겨울채비
겨울 밥상에 내는 비타민 반찬_텃밭 무를 뽑아다 입맛 도는 파래무생채
툭툭 내는 먹음직스러움, 다과상 담음새
마음이 반하는 선물_등줄기에서 땀이 쭉 흐르는 뜨끈한 짜이라테
뭐든 가여워 되살려 쓸 궁리를 하다_15년 내공의 채소떡국
앞마당 도드리에서 가을의 풍요를 나누다
요즘 메뉴, 스님 맘대로 창조한 레시피_토종 크림스파게티, 아삭이고추조림, 감자핫케이크
무심히 두고 세심히 살피는 돌 이야기_더없이 맑은 맛, 표고국수, 커피국수
모빌 같은 연등에 반한 봄날_연근, 마, 파인애플 넣은 영양카레
가을날 여는 포틀럭 바자 ‘도드리’_아이 살결처럼 뽀얀 땅콩죽
정위 스님식 생활 풍류, 날마다 그림 감상_초록과 하양의 컬러매치, 매생이새알심 애피타이저
정위 스님은 아트 디렉터
에필로그|정위 스님의 대접하는 마음
요리 레시피 모음
리뷰
책속에서
생활에서 배어나오는 미감
기자가 스님에게 반한 진짜 이유는 잘 꾸며서,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라기보다 생활 속에서 미감을 누리며 사는 라이프스타일 때문이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나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멋지게 차려낸 그림 같은 광경은 숱하게 봐왔고 때로는 그 센스를 우리 집에 응용했지만, 스님의 살림은 꾸밈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아끼고 배려하며 생활에 충실한 가운데 멋이 묻어났다. 치장이 아닌 배어나오는 아름다움이라고 해야 할까.
에코 마인드의 ‘토털 살림법’
스님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요모조모 들여다볼수록 로하스적인 삶을 사는 헬렌 니어링이나 타샤 튜터 할머니가 따로 없었다. 스님은 세상에 자신의 일상을 내보이기가 부담스러운지 줄곧 기자를 만류했으나 기자는 요즘 사람들은 제철 재료의 맛도 모르고 맨 양념만 그득 뿌려 음식을 해 먹으니 안타까워 조르는 것이라며 스님 하시는 그대로 옆에서 보고 배워가면 안 되겠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천주교 신자인 기자는 절에 죽치고 앉아 스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독 뚜껑에 매화꽃 뿌려 비벼 먹는 비빔밥과 김치를 쫑쫑 썰어 넣은 하나도 안 느끼한 크림스파게티를 맛보고, 할머니 시절에만 하던 일인 줄 알았던 ‘기워 쓰기’도 새로 배우고, 커다란 화분에 무 심어 먹기, 미나리 다듬고 뿌리 길러 먹기, 꺾어진 꽃 버리지 않고 멋들어지게 꽂기 등 학교 다니고 일하느라 바빠 미처 못 배운 ‘토털 살림법’을 공부했다.
겨울 텃밭에서 헤맨 에피소드
“뒷산 밭에 가서 무 하나만 뽑아 오소.”
스님의 명령에 기자와 포토그래퍼는 얼른 뒷산 텃밭으로 올랐다. 스님은 겨울 추위에 단도리 하느라 텃밭에 비닐을 덮어 군데군데 돌을 눌러 놓았다. 우리는 이걸 걷고 뽑아 오라는 것이지 싶어 주머니에 찔러 넣었던 손을 억지로 꺼내 서둘러 비닐부터 들췄다. 그런데 무청이 산발해 엉켜 있어 도무지 뭘 잡고 당겨야 할지 난감했다. 또 가늘디가는 줄기를 잡고 뽑다가 줄기만 툭 끊어지지는 않을지 염려가 되었다. 꽃 시장 가서 발에 채이는 부러진 가지도 주워오는 스님이신데 괜히 쓸데도 없는 무를 여러 개 뽑았다간 혼이 나지 않을까 싶어 도리 없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내 기자가 용기를 내어 공양간에 있는 스님을 힘차게 불렀다
“스님, 무 못 뽑겠어요.”
스님은 손에 묻은 물기를 행주치마에 닦으며 급히 나오셨다. 그러더니 텃밭 앞의 커다란 화분에 있는 푸른 줄기를 잡고 쑥 뽑으시는 게 아닌가. 기자 일행이 씨름한 것은 무가 아니라 갓이었다. 오 마이 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