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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4961322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3-03-0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경찰서를 나와 종종걸음으로 상진을 따라가던 장호가 조심스럽게 말을 붙였다. 걸음을 멈춘 상진이 몸을 홱 돌렸다.
“요새는 조폭도 졸업장이 필요하냐?”
“네?”
“그게 아니면, 왜 그렇게 기를 쓰고 학교를 다니려고 해?”
“…… 아입니더.”
“뭐가 아니라고?”
“졸업장 때문에 학교 다니는 거 아이라꼬요.”
상진은 혀를 찼다.
“뭔데 그럼?”
“…… 좋심더.”
“뭐라고?”
장호가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웅얼거렸다.
“노래하는 기 좋심더.”
“허…….”
상진은 문득 목소리를 낮추었다.
“지금, 농담이지?”
“내 노래 안 들어 봤다 아입니꺼.”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 봐야 아냐?”
“샘요. 내 똥 아입니더!”
“깡패 짓이 그렇게 좋아? 힘없는 사람 등처 먹고, 깜빵 가는 게 훈장인 줄 알고!”
“와 그케요…… 사모님이랑 싸웠어예? 오늘은 몇 번 부르까예? 목 상태 최곤데.”
장호는 당혹스러움을 감추느라 일부러 딴소리를 했다.
“이장호! 사람들이 니들을 왜 쳐다보는지 알아? 무서워서 쳐다보는 거 아니야. 같잖아서 보는 거야. 같지도 않은 새끼들이 주제 파악도 못하고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게 우스워서! 알겠어?”
“샘이 뭘 안다꼬 그래 함부로 말씀하심니꺼?”
장호가 정색했다.
“내가 뭘 몰라? 길을 막고 물어봐. 깡패가 뭐 하는 놈들인지! 성악을 하려거든 주변 정리부터 해야…….”
“아무도 모립니더!”
장호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을 끊었다. 가뜩이나 하얀 얼굴에 핏기가 사라져 입술까지 창백했다. 부글부글대는 장호 두 눈에 서러운 기억이 비쳤다.
“내가 뭘 처무꼬 우예 살아가는지, 아무도, 아무도 몰랐다꼬예!”
상진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창백한 형광등 불빛에 눈이 아팠다. 눈을 감은 상진의 볼에 뜨뜻한 액체 한 줄기가 흘러내렸다.
“내가 장담한다. 너는 세계적인 테너가 될 거다.”
장호가 주먹으로 쓱쓱 눈을 문질렀다.
“정말…… 입니꺼?”
상진은 탁자 너머로 손을 뻗어 숟가락을 꼭 쥔 장호의 손을 잡았다.
“장호야, 이제 그 검은 양복 벗고…… 턱시도 입고 살자, 응? 그게 네 운명이다.”
“처음입니더. 내보고 그래 말해 준 사람, 샘이 처음입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