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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070740
· 쪽수 : 196쪽
· 출판일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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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한테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곧 괜찮아질 거라고 장담하지도 않고, 그러는 자신도 그다지 괜찮지 않은 상태라는 걸 잘 숨기지도 못한다. 어쩌면 숨길 기운이 없을지도. 아빠가 술에 취해 지냈다면 엄마는 피곤에 절어 있다. 엄마가 혼자 쓰게 된 안방에서 옅은 술 냄새가 맴돌기도 한다. 한별이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우리 엄빠랑 똑같네!”라는 답이 돌아왔다. 밤에 화장실 가려고 나와 보면 안방 문틈으로 불빛과 음악 소리와 잔 부딪치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고, 사는 게 힘든 어른들은 그럴 때가 있다면서 말이다. 우리 엄마가 안방에서 아빠 귀신하고 술잔을 짠 부딪칠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런 이야기가 아닌데, 한별이는 참 눈치도 없이 그럴 때가 있다.
초등학생 때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던 시기여서, 하루에도 몇 번씩 땅속에서 다이너마이트가 터졌다. 그때마다 우웅― 하고 엄청나게 커다란 북이나 징을 두드리는 듯 둔탁한 진동과 함께 교실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 느낌이 싫지 않았고, 어린 마음에 좀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터널이 완공돼 차량 통행을 시작하고부터 마음이 달라졌다. 우리 집 아래로, 내가 누운 침대와 앉아서 밥을 먹는 식탁 저 밑으로 차가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묘한 불안감이 뿌옇게 피어올랐다. 학교에 있을 때도, 동네를 걸어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다. 땅이 꺼지면서 화단 흙에 묻혀 있던 건물 아랫부분이 드러난 보배아파트처럼, 이 세상도 몇 도쯤 기우뚱해지며 속내를 드러내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몇 뼘 깊이밖에 안 되는 어딘가에 불안과 초조를 감춰 놓고 사는 걸까? 나랑 엄마, 보배아파트 주민들처럼?
“왜 헤집어? 왜 들쑤셔? 아빠가 너한테 뭐였다고 이제 와서 이래? 살아 있을 땐 관심도 없었으면서!”
어둠 속에서 엄마를, 엄마가 선 쪽을 바라봤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서 희미한 형체가 드러났지만 그 실루엣이 엄마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대체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걸까? 왜 이렇게 멀고 아득하기만 하지? 만약 오늘 밤에 엄마나 내가 죽는다면, 우리가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쏘아붙인 말은 무엇이라고 기억 속에 기록될까. 내가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기록되지 않고 사라졌다.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