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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한국어교육학
· ISBN : 978896817329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6-02-20
책 소개
목차
제1부 화용 교육
제2부 화행 교육
제3부 담화 교육
제4부 공손 표현 교육
제5부 은유 교육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1부 화용교육
1. 화용론의 연구 대상과 범위
화용론의 개념과 연구 주제는 언어학의 다른 영역과의 구분을 통해서 설명되어 왔다. 대표적인 논의로 Morris(1938)을 들 수 있는데 통사론은 기호와 기호의 관계, 의미론은 기호와 그것이 전달하는 것의 관계, 화용론은 기호와 기호 사용자 및 기호 해석자의 관계를 다루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박영순 2007: 14에서 재인용). 통사론에서는 언어 기호가 다른 언어 기호와 결합하여 단어, 구, 절, 문장 등을 만들어 내는 규칙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한다. 의미론에서는 특정한 언어 기호가 나타내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고 개별 단어의 의미, 단어와 단어의 의미적 관계, 문장의 중의성 또는 문장과 문장 간의 의미적 관계를 연구한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통사론과 의미론 분야에서는 언어 사용자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화용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언어 사용자가 실제로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즉, 언어 사용자가 언어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어떻게 표현하며 이것이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화용론을 통해서 우리는 여러 언어 기호 중에서 왜 특정한 것을 선택하여 말하는지, 그리고 화자가 말하는 것이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는데도 왜 특정한 의미로 해석되는지의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여기에는 맥락(context)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즉, 누가 누구에게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말하는지가 언어 기호를 선택하고 해석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용론에서는 언어 사용자들과 그들의 관계 및 사회적 상황과 같은 맥락에 주된 관심을 둔다.
언어학의 다른 영역과의 관계 속에서 화용론을 정의하고자 할 때에는 화용론을 ‘언어학의 쓰레기통(waste-basket of linguistic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기존의 통사론에서 논의가 불필요하거나 불가능하다고 본 것을 의미론에서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론을 ‘통사론의 쓰레기통’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통사론에서는 언어 보편적인 문법 규칙에 집중하여 의미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하였고 이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 의미론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통사론 연구에서는 문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문장이 왜 논리적으로 모순되며 아무 의미도 전달하지 못하는지, 문장을 구성하는 문법 규칙이 다른데도 왜 같은 내용을 의미하게 되는지의 문제를 쓰레기로 치부하였지만 이는 곧 의미론의 주요 연구 대상 중 하나가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의미론에서는 논리적이고 형식적인 의미 관계에 치우쳐 맥락적인 의미를 제쳐두었고 이를 주요 연구 대상으로 삼은 것은 화용론이다. ‘언어학의 쓰레기통’이라는 용어에서 부정적인 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는 화용론이 언어학의 연구 대상과 범위를 넓혔다는 것을 잘 설명하는 용어라고도 볼 수 있다.
화용론의 주요 연구 영역과 범위를 Mey(2001)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있다.
미시 화용론
1. 맥락, 함축, 지시(reference)
2. 화용적 원리
3. 화행
4. 대화분석
거시 화용론
5. 메타 화용론
6. 화용적 행위(pragmatic acts)
7. 문학 화용론
8. 문화 간 화용론
9. 화용론의 사회적 측면들
맥락은 함축이나 지시를 이해하는 전제로 작용한다. 화자가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지만 맥락을 통해 문자적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추론하는 것을 함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약속 시간에 늦은 사람에게 “지금 몇 시야?”라고 묻는 것은 약속 시간이 이미 한참 지났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약속에 늦은 것을 질책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지시는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것인데, 화용론에서는 지시 표현을 화자의 의도, 화자와 청자가 공유하고 있는 배경 지식에 따라 달리 선택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화용적 원리는 언어 사용을 규제하는 암묵적 규칙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협력원리와 공손원리, 관련성의 이론(Relevance Theory)이 있다. 협력원리는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대화 규칙을 말한다(Grice 1975). 우리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하고 관련 있는 정보를 알맞게 제공하려고 노력하며 대화 상대방 역시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관련이 없는 정보가 표현되더라도 이를 협력원리에 맞춰 이해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대화에서 ‘나’의 말은 ‘가’의 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가’는 ‘나’의 말을 다음 주에 빌린 돈을 갚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이는 대화 참여자가 서로에게 관련 있는 것을 이야기하려고 한다는 암묵적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1) 가: 빌려 간 돈 언제 갚을 거야?
나: 다음 주에 월급 들어 와.
또한 우리는 일부러 협력원리를 위반하는 발화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공손원리가 협력원리보다 우선시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설명된다(Lakoff 1973, Leech 1983). (2)에서 ‘나’는 한잔하자는 ‘가’의 제안을 듣고 이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자신의 건강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는 대화 상대방의 제안에 대한 직접적인 거절이 청자의 체면(face)을 손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즉, 협력원리를 우선시하여 보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관련성이 떨어지는 내용을 발화하여 체면에 대한 위협을 줄임으로써 우호적인 대화 분위기와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다.
(2) 가: 일도 잘 끝났는데 한잔할까?
나: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
협력원리가 양의 격률, 질의 격률, 관련성의 격률, 태도의 격률의 세부 유형으로 구성되는 것에 반하여 관련성 이론에서는 관련성이 의사소통 행위의 핵심이라고 본다(Sperber & Willson 1986). 협력원리의 하위 구성요소에 대해서는 공손을 다루는 4부에서 논의한다.
즉, 서로의 발화에 관련 있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나머지 하위 격률들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화행 이론은 언어 사용 자체가 특정한 행위를 의미한다고 보는 관점을 기본으로 한다. 화행 이론에서는 요청이나 거절과 같이 우리가 언어를 통해 수행하는 행위에 관심을 두고 이러한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나 이러한 행위가 언어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주로 연구해 왔다. 화행 이론 덕분에 우리는 화자가 언어를 통해 실제로 의도하고자 하는 것이 어떻게 표현되고 이해되는지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대화분석(Conversation Analysis)에서는 실제 대화를 분석하여 언어적 상호작용의 특징과 구성 원리를 밝히고자 한다. 대화분석을 통해 우리는 대화가 말차례(turn)로 구성되며, 말차례가 어떻게 교환되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대화가 시작되고, 대화의 주제가 전개되거나 전환되며 마무리되는 대화의 구성을 파악할 수 있다. 대화분석에서는 응집성(coherence)과 응결성(cohesion), 인접쌍(adjacency pairs)을 주요 개념으로 다루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문장 단위 이상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응집성은 담화가 내용적인 일관성을 갖추는 것, 응결성은 담화표지와 같은 언어 형식을 사용하여 짜임새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인접쌍은 요청의 발화에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하는 발화가 이어지는 것과 같은 대화의 구조를 말한다.
거시 화용론에서는 언어 사용의 사회적 측면을 보다 중요하게 다룬다. 메타 화용론은 화용론의 개념 정의, 언어학의 다른 영역과의 관계 등 화용론 자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화용적 행위는 ‘맥락화된 적응 행위(contextualized adaptive behavior)’로 규정되는데 언어 사용자가 자신을 맥락에 맞추는 것, 그리고 언어 사용자가 맥락을 자신에게 맞게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Mey 2001: 227). 따라서 화용적 행위 이론에서는 요청이나 거절과 같은 개별적인 화행보다 언어 사용자와 맥락 간의 상호작용에 더 집중하게 된다. 문학 화용론에서는 문학 작품에 쓰인 지시, 시제, 담화 구성 등의 문제를 화용론적 관점에서 다룬다. 문화권마다 서로 달리 나타나는 협력원리나 공손원리의 문제는 문화 간 화용론의 주요 관심사이다. 화용론의 사회적 측면들에 대한 논의에서는 교육 현장이나 미디어에서의 언어 사용 문제를 주로 다루며 기본적으로 언어 사용을 사회적 힘(social power)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보는 관점을 취한다.
이상의 논의를 살펴볼 때 화용론은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 및 사회적 맥락에 기본적인 관심을 두고, 특정 맥락에서 생겨나는 다양한 언어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화용 교육의 필요성
외국어 교육에서 화용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된 것은 의사소통적 접근법(communicative approach)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의사소통적 접근법에서는 실제적인 언어 사용 능력의 개발을 기본 목적으로 한다. 즉, 어휘나 문법 그 자체를 아는 것보다는 이를 활용하여 자신이 의도한 바를 분명하고 적절하게 전달하며 상대방의 의도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자 하는 것이다. Savignon(1972)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언어 학습자들이 다른 이들과 상호작용하며 의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라고 본다(Savignon 2001: 16에서 재인용). 의사소통 능력은 [그림 1.1]의 4가지의 하위 요소로 구성된다.
[머리말]
현재 한국어교육의 목적은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란 맥락에 적절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상대방이 의도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화용론의 주요 연구 주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화용론에서는 기본적으로 언어 사용자들 간의 관계 및 발화 상황, 그리고 이에 대한 언어 사용자들의 인식이 언어 사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주된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화용론의 개념과 원리를 한국어 교수학습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화용론의 주요 연구 주제이자 한국어교육학에서 활발하게 연구되어 온 화행, 담화, 공손, 은유의 기본 이론을 소개하고 교수학습의 내용과 방법에 대해 논의한다.
화용론과 화용 교육의 영역이 아주 넓기 때문에 부족한 저자가 그 일부분이라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그동안 공부해 온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은 욕심으로 이 책을 내게 되었다. 화용론의 주요 이론을 잘 설명하는 책들은 많지만 이를 한국어교육 현장에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책들은 많지 않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냈다. 화용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힘에 부쳤지만 늘 흥미롭고 즐거웠다. 화용 교육을 고민하는 다른 분들께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동안 저자가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박사논문을 마치기까지 공부하고 고민한 것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기존에 저자가 발표한 논문들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전반적인 이론과 연구의 흐름을 논의하면서 스스로의 연구를 정리해 보고자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많다. 여러 번 글을 고치고 다듬었지만 서투르고 거친 부분이 자꾸 눈에 띄어 부끄럽기도 하다. 많은 분들의 지적과 도움을 통해 논의를 넓혀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부족하나마 이 책을 마치기까지 아주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주춤대고 버벅거리기만 하는 제자에게 늘 관심과 믿음을 보여 주시는 배주채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님의 가르침과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도록 일깨워 주시는 이지양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화용론이라는 넓은 세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이끌어 주신 이창봉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선생님께 들은 의미론과 화용론 강의는 이 책의 바탕이 되었다.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여러 가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좋은 기회를 주시고 도움말을 아끼지 않으시는 조형일 선생님, 박사 논문을 완성하는 데에 많은 도움말을 주신 강석우 선생님과 박석준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좋은 생각들을 기꺼이 나누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 이론과 적용 방법을 고민하게 하는 우리 학생들, 공부하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함께 나눠 온 대학원 동기, 선후배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한다. 특히 부족한 원고를 꼼꼼히 읽고 검토하느라 고생한 주혜와 용혁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오신, 존경하는 부모님께 이 책을 바친다.
2016년 2월
저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