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외국어 > 스페인어
· ISBN : 9788968176364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18-06-20
책 소개
목차
∙ 머리말 / v
제1장 스페인어의 중요성
1. 한국에서의 스페인어 교육: 역사, 현황 그리고 전망
2. 우리나라와 스페인어권의 세계
3. 세계 속의 스페인어
4. 배우기 쉬운 스페인어
5. 요약
제2장 스페인의 역사와 언어상황
1. 들어가기
2. 스페인의 언어상황
3. 유럽의 언어상황과 스페인어
4. 스페인의 역사와 언어
제3장 스페인의 언어상황과 언어정책
1. 스페인 문화의 다양성과 지역 민족주의
2. 스페인의 이중언어 지역
제4장 라틴아메리카의 언어상황과 언어정책
1. 들어가기
2. 라틴아메리카의 언어상황
3. 라틴아메리카의 시대별 언어정책
4. 라틴아메리카 몇몇 국가들의 언어상황과 언어정책
제5장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어와 스페인어
1. 들어가기
2. 중남미 원주민어 맛보기
3. 스페인어와 중남미 원주민어의 언어접촉
제6장 미국에서의 스페인어
1. 미국에서의 스페인어 사용의 역사적 배경
2. 미국에서의 스페인어
제7장 스페인어의 다양성
1. 스페인어의 다양성
2. 스페인에서의 스페인어의 특징
3. 스페인 이중언어 지역에서의 스페인어
4. 중남미 스페인어의 특징
5. 표준 스페인어와 스페인 한림원의 언어정책
제8장 스페인어의 유래와 로망스어
1. 들어가기
2. 스페인어 발달사와 스페인어 방언
3. 스페인어와 로망스어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제3장 : 스페인의 언어상황과 언어정책
1. 스페인 문화의 다양성과 지역 민족주의
1.1. 스페인의 지역감정
필자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유학하던 시절의 경험담이다. 1994년 5월 당시 챔피언스 리그의 전신인 유로피언컵 결승전에서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가 이탈리아의 AC 밀란과 우승을 다투게 되었다. 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친구들과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대부분의 마드리드 사람들이 밀란을 응원하는 게 아닌가? 필자는 당시 스페인의 지역감정이 그렇게 드센 줄 모르고 있었기에 이러한 광경은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경기결과는 AC 밀란이 4:0으로 FC 바르셀로나를 이기고 우승컵을 안았으며, 당연히 마드리드의 바에서는 환호성이 울렸고 축제의 분위기가 되었다.
반대로, 바르셀로나에서는 마드리드를 철천지원수처럼 대한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루이스 피구는 FC 바르셀로나 캄누(Camp Nou) 홈구장에서 치러진 엘 클라시코 더비에 나섰다가 무수한 야유에 시달렸고 급기야 바르셀로나 팬들이 피구를 향해 오물과 돼지머리를 투척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는 바르셀로나의 상징이던 피구가 라이벌 팀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것에 대한 배신감과 증오가 한 데 섞인, 바르셀로나 팬들의 격한 감정의 표현이었다. 아마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가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비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감정이 심각한 정치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지 오래지만, 만약 반감을 가지고 있는 특정 지역 연고지 팀이 외국팀과 경기를 한다고 가정해보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지역에 관계없이 자국 팀을 응원하지 않겠는가? 또한, 아무리 지역감정이 있더라도 라이벌 팀으로 이적했다고 오물까지 투척할 정도로 증오감을 느낄까? 이러한 생각에 이르게 되면서, 당시 필자는 스페인의 지역감정이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도 우리나라는 동일한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한민족이란 넓은 테두리 내에서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과 같은 지역적 색깔이 포용되는 반면, 스페인은 지역별로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카탈루냐, 갈리시아, 바스크의 분리주의적 지역감정이 우리나라의 지역감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민족적 색깔을 띠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게 보면, 카탈루냐가 카스티야(스페인)에 대해 지니는 지역감정은 우리가 일본에 대해 느끼는 ‘한일감정’과 유사한 것으로도 비교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무력진압을 통한 지배의 역사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즉, 1910년 일본제국이 조선의 주권을 강탈하여 35년간 조선을 식민 지배하였듯이, 스페인도 1714년 부르봉 왕조의 펠리페 5세가 스페인?프랑스 연합군을 이끌고 자치권과 독립을 외치며 항쟁하던 카탈루냐인들을 무력진압하고 바르셀로나를 함락하여 카탈루냐를 지배하고 통치하였다. 현대사로 눈을 돌리면,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사이의 대립양상을 보인 스페인 내전이 끝난 뒤, 군부 프랑코의 파시스트 체제는 철저한 중앙집권 통치를 선보이며 분리?독립을 추진했던 카탈루냐와 바스크를 가혹하게 탄압하는 폭압정치를 하였다.
이러한 프랑코의 강력한 독재정치가 지역 간의 대립과 악감정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한민족이 일본의 식민지배에 저항하며 독립을 위해 투쟁해온 역사는 카탈루냐나 바스크가 스페인의 지배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역사와 비교될 수도 있겠다. 그만큼 스페인의 지역감정은 스페인을 둘러싸고 있는 다언어, 다문화 그리고 다민족이라는 개념과 스페인의 역사에서 출발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에 있던 다수의 소왕국들이 재정복 과정에서 하나로 합쳐져 형성된 국가로,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지역별로 다양한 문화권이 존재한다. 특히 해당 문화권의 지역색이 강해서 구성원들 사이에 출신지에 대한 자부심을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수도 마드리드와 카스티야 지방을 중심으로 하는 중앙집권적인 애국심에 대한 저항감도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La Liga)는 이러한 스페인의 지역주의의 대립이 가장 분명하게 표출되는 공간이다. 지역주의가 강하게 나타나는 문화권인 카스티야, 카탈루냐, 바스크, 갈리시아를 대표하는 클럽들 간에는 라이벌 관계가 분명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경우인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는 지역주의가 집약된 형태의 대립관계로 지역 내 더비와는 차원이 다른 열기와 격렬함을 느낄 수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카스티야에는 마드리드 중앙정부를 상징하는 레알 마드리드가 대립관계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카탈루냐는 FC 바르셀로나, 바스크는 아틀레틱 클럽(Athletic Club)이 있다. 따라서 지역 간 대립구도로 보면, 카스티야(Real Madrid)-카탈루냐(FC Barcelona), 카스티야(Real Madrid)-바스크(Athletic Club) 간의 경기에서 지역주의가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한편,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카탈루냐인들과 바스크인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l?tico de Madrid)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다(마드리드 더비: Real Madrid vs. Atl?tico de Madrid). 카탈루냐와 바스크 역시 내부적으로 친 중앙정부적인 구단인 에스퍄뇰(Espa?ol)과 레알 소시에다드(Real Sociedad)의 존재로, 지역 간 더비의 축소판인 지역 내 더비(카탈루냐 더비: FC Barcelona vs. Espa?ol, 바스크 더비: Athletic Club vs. Real Sociedad)가 나타난다. 갈리시아의 경우,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그렇게 강력한 편은 아니지만, 여전히 지역 내에서 친 중앙정부적 성향을 지닌 데포르티보(Deportivo)와 갈리시아 정체성을 대표하는 셀타 비고(Celta Vigo)가 지역 내 더비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렇게 스페인 사회의 지역주의는 스페인 축구계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지역주의는 내부 경쟁을 유발하여 외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스페인 축구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스페인 축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유로 2008 우승을 시작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 유로 2012 우승까지 메이저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최초의 팀으로 등극하였으며, 클럽 대항전에서도 08/09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후, 현재까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 등 여타 유럽리그를 압도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2008년 여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스페인 축구 국가대표팀의 유로 2008 우승 퍼레이드가 화려하게 펼쳐졌는데, 이를 통해 모처럼 스페인은 케케묵은 지역적 갈등을 벗고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한마음이 돼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스페인 풍경은 2002년 6월의 우리나라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