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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가와 공감장

한국시가와 공감장

조태성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8-06-15
  |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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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가와 공감장

책 정보

· 제목 : 한국시가와 공감장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어문학계열 > 국어국문학 > 고전문학론
· ISBN : 9788968495076
· 쪽수 : 260쪽

책 소개

감성총서 22권. 본문은 크게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감과 연대, 감정과 감성, 심상과 상징 등이다. 한국시가에 나타난 이런 양상들을 토대로 이 책에서는 당대 공감의 장들에 대한 구축 가능성 혹은 설명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하였다.

목차

책머리에 / 5

제1부 공감과 연대
조선 후기 종교가사와 공감장 / 12
연대의 노래, 공감장의 형성 : 1970년대 이후 민중가요를 중심으로 / 40
사설시조의 모더니티 : 자설의 사설 담론화를 중심으로 / 65

제2부 감정과 감성
울鬱과 한恨의 접점 혹은 변주 : '아리랑'과 '가시리'를 중심으로 / 98
‘부끄러움[恥]’의 역설, 감성의 동역학 : 단종복위운동과 임병양란기 시조를 중심으로 / 124
한국애정시 전개 논의를 위한 몇 가지 전제와 양상 / 150

제3부 심상과 상징
시조에 구현된 물[水]의 심상 / 184
시조에 나타난 국화[菊]의 심상 / 203
한국 선시에 나타난 소[牛]의 상징성 / 226

참고문헌 / 249
부기 / 256
찾아보기 / 257

저자소개

조태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감성’을 매개로 한국시가 다시읽기를 시도해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고전과 감성』(2012), 『감성시학의 새지평』(2014), 『한국시가와 공감장』(2018)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는 감성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시가를 매개로 ‘공감장’과 ‘지역성’을 천착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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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조선 후기 종교가사와 공감장

1. 종교, 가사, 그리고 공감장
조선 후기 종교가사를 읽는 방식은, 물론 너무나 당연하지만, 문학적이다. 서술상의 특징이나 문체의 변이 등을 비교하여 분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런 특징 등이 종교적 가르침과 포교를 위한 것이라는 논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당대 사회에 관한 기술은 그저 가사 산생의 배경으로만 존재하며, 따라서 가사들이 내세우는 평등이나 외세 배격 등의 기치는 당대 사회의 혼란과 맞물려 근대(성)의 주요한 키워드로 작동된다.
그러나 외세를 배격하거나 인간의 평등을 말한다고 하여 그것 자체가 근대성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사가 그것을 표방한다고 하여 그것이 향유되던 당대를 근대사회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사가 표방한 바를 그것을 향유하던 사람들이 얼마만큼 자기의 문제로 인식하고 실천하려 했는가, 나아가 그런 인식과 실천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졌는가 등을 되짚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종교 혹은 종교성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지탱하는 ‘사람의 힘’은 무엇이었으며, 그런 힘들은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지를 가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필요한 몇 가지 방식 혹은 매개 중의 하나가 ‘공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감을 구성하는 특정 장을 설정하고, 그 자장 아래에서 가사가 분석된다면 비로소 작품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 근대(성)의 한 부분이 재구성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공감장共感場 이론을 토대로 당대 사회의 특정 장場의 형성, 특히 종교공감장의 형성과 그 투쟁의 과정을 살펴볼 것이다. 이는 지금껏 각기 설명되어 왔던 당대 종교들에 대한 문화사적 맥락의 해석을 넘어 그것들이 경쟁과 공존, 배제의 과정에서 어떠한 양상으로 투쟁해왔는지, 더불어 그것이 당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지 등등을 설명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과정은 근대라는 이름으로 당대를 규정짓는 일방적 방식에 대한 하나의 대안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획일화된 근대성 논리에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또 다른 시각과 그것의 정당성을 설명해줄 수 있는 대안적 방식을 내놓음으로써 또 하나의 근대를 설정해보려는 부차적 이유도 있다. 필자는 그것을 감성적 근대(성)라고 이름한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일정 부분 문학사회학적 이론의 일부를 원용하고자 한다. 문학사회학이 문학현상을 한 계층의 집단의식으로 파악하고, 부분과 전체와의 이해와 설명을 시도하는 방법론이라는 점, 나아가 문학의 자율성과 사회성을 포괄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즉, 이 글에서라면 특정 장에서 향유되었던 텍스트들을 통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종교적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그것은 또 어떤 방식으로 당대 사회를 읽을 수 있게 하는 지에 대한 문학이론적 방식이라는 것이다.
우리 종교가사는 이러한 상황을 가장 적절하게 해석해 줄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가사는 조선 후기에 들어 그 향유 방식에 변화를 겪게 되며, 또한 향유층 측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변화를 수용한 시가라고 할 수 있다. 즉, 당대 정치ㆍ사회ㆍ문화적 맥락을 비교적 다양한 관점에서 포착하게 해 주는 특이한 시가 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가사 문학사를 일별할 때 19세기는 가히 종교가사의 시대라 할 만하다. 천주교는 포교의 자유를 획득한 19세기 중엽에 최양업의 주도로 일군의 가사에 교리를 담아 펼침으로써 본격적인 포교의 시대를 열어나갔고, 이에 상응하여 동학교에서도 1860년에 최제우가 자신의 사상을 가사에 담음으로써 교리를 다듬어 나갔다. 천주교를 서학이라 규정하고 이에 상대적인 개념으로 동학을 신흥종교의 이름으로 삼은 것처럼, 동학교는 천주가사에 대한 대응의 한 양상으로 가사 형식을 원용하여 경전의 대용물로 활용하였다.”는 사실은 당대 종교가사의 면면을 단순하게 종교적 차원에서만 분석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이 글은 우리 종교가사를 통하여 당대 사회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것이다. 특정 가사를 공유했던 특정 공감장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그런 관계가 갖는 정치ㆍ사회적 의미, 나아가 대안적 근대를 모색할 수 있는 어떤 시사점을 포착할 수 있게 하는 지 등등을 천착해보겠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우선 공감장이론에 대해서 살펴보고, 이어 이를 토대로 불교가사, 천주가사, 동학가사 등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2. 공감장이란 무엇인가
‘공감장이란 무엇인가?’를 말하기 위해 필요한 전제적 개념은 감정과 감성, 그리고 당연하게도 공감이다. “개인적인 것으로 또는 인간의 본능적인 것으로서 귀속되고 포착될 때조차 감정은 언제나 사회적 감성이며 그래서 공감이다. 이는 감성이 관개체적 성격을 갖는다는 것, 더 나아가 그것이 발생하는 바탕이나 조건으로서 필히 사회성을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함축한다.” 이는 사회를 반영하는 문학의 일면과도 상통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를 반영하는 문학과 그것이 향유되는 어떤 장에서 공감은 그것 자체로 문학과 사회를 분석하는 유용한 매개가 될 수 있다.
애초 “공감장은 감성의 사회적 성격을 해명하면서 동시에 한 사회의 변화발전을 담보하는 인간의 감성적 동인을 분석ㆍ비판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공감장 개념은 분석적 또는 비판적 개념이자, 동시에 구성적 개념”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공감장 이론 내에서 감성이 “의식 또는 무의식의 층위에서 일어나는 신체들의 마주침과 변용 그리고 그것의 발생적 바탕이나 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용어”임을 전제하다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신체들의 마주침과 변용을 공감이라고 규정하고, 그러한 마주침과 변용의 발생적 바탕이나 조건을 공감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감장론에서 혼용될 여지가 있는 ‘공감’에 대해서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공감은 긍정적ㆍ부정적 감정을 가리지 않고 남의 감정을 자기 속에서 ‘재현’하여 남의 감정과 유사하게 재현된 이 감정을 ‘남과 같이 느끼는’ 이심전심의 감정 ‘작용’ 또는 이심전심의 감정전달 ‘능력’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감성과 맞닿은 공감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등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과 같은 사전식 풀이와는 퍽 거리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감이라는 용어에 일상적으로 따라붙는 긍정적인 도덕관념의 뉘앙스를 의도적으로 희석시킬 필요도 있다. 이를테면 감성이 상호적이라는 사태 그 자체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감은 이제 ‘co-emotion’을 넘어 ‘공共 - 감感’, 즉 ‘trans-emotion’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공감장론의 출발은 고정된 장이 아닌 역동적인 장을 견실하게 설정하는 것에서부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불어 이 글의 임무인 텍스트 분석과 관련하여 ‘공론公論’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종교가사 제작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가 특정 론論의 설파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공론이란 말 그대로 특정 사회 혹은 공동체의 보편적인 의견을 말한다. 물론 ‘특정’에 한정되는 보편성이기에 그 보편성이 매우 주관적인 것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그렇더라도 공론이 한 사회 혹은 공동체를 지탱하게 하는 하나의 조건임은 의심하지 않는다.
또한 공론이 하버마스식 공론장을 형성하게 하는 핵심 요건임에도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러한 공론장에서 층위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었는지는 다시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계층의 문제가 배려되었는지, 혹은 론論의 층위가 평면에 머물고 마는지 등등, 다시 말해서 각각의 층위들이 충분히 소통할 수 있고 교감할 수 있는 구조인지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감의 구조화, 즉 공감장의 형성과 관련된 매우 직접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문으로서의 서학과 종교로서의 천주교는 당시 어떤 계층에 의해, 또 어떤 방식으로 마주치고 소통하며 공유될 수 있었는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서학과 천주교가 각각의 공감장으로 형성되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공감장 내부에서 마주쳤던 특정한 층위들의 공감의 실체와 그 역동성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정한 층위들은 언제나 개인이거나 혹은 개인적인 것들로부터 시작되지만 결코 그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서학과 천주교의 시작도 물론 그러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개인의 감성 혹은 감성적인 것들로부터 비롯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홀로 떨어져 있는 순간에조차 언제나 하나의 ‘무리’이다. 이러한 무리의 바탕이 공감장이다. 그 이유로 개체들의 마주침은 공감장‘들’의 충돌(또는 교섭)로 나타난다. 이러한 충돌로부터 감정들의 모방ㆍ전염ㆍ전파와 같은 감정들의 동학이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이’ 공감장과 ‘저’ 공감장 사이의 모방ㆍ전염ㆍ전파를 통해 공감장들 사이의 융합ㆍ공명ㆍ확산ㆍ소멸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양상은 후술할 당대의 서학과 천주교, 유교와 동학 등의 마주침의 양상, 혹은 특정 사건이나 종교의 내부 양상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런 공감장이 동학이라면 이 “사건을 구성하고 있는 숱한 마주침들, 곧 ‘이질적 계열들 사이의 짝짓기, 체계 내에서의 내적인 공명, 그리고 기초가 되는 계열들 그 자체를 넘치는 규모의 강요된 운동들’로 분절한 후에 그것들을 감정의 동학으로 전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좋은 마주침’과 ‘나쁜 마주침’, ‘강하게 하는 마주침’과 ‘타락시키는 마주침’, ‘행위의 역량을 증가시키는 마주침’과 ‘감소시키는 마주침’ 등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남은 문제 중의 하나는 이러한 공감장이 어떤 방식으로 구조화 될 수 있을 것인가이다. 필자는 그것이 해당 공감장의 공론에 공감을 획득하거나 비판하는 양量과 조직화의 양에 비례하지 않을까 한다. 대개 공감장의 형성과 소멸은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까닭에 공론이 공감을 획득하는 방식 또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방식들은 때로 작게는 노래이거나 구호이거나 문학이거나, 크게는 시위 혹은 봉기이거나 혁명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이어질 내용에서 확인할 사항이 바로 이에 관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을 정리해 보면 애초부터 공감장은 ‘감感’과 같은 원초성들이 파장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태동한다. 이때의 원초성 혹은 어떤 성격들이 바로 무의식적 자각인 것이며, 그것이 의식화될 때 공감장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봉기나 촛불광장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이 바로 특정 사회적 여건 아래에서 형성되는 공론장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드러나지 않은 공감장들이다. 사실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수많은 공감장들 중에서 설명될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감장이 형성되는 까닭에 대해서도 논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명가능한 공감장은 그 구성원들이 정치적 행위를 촉발해야 할 계기가 발생했을 때, 그 촉발의 정당성을 공론화시키는 것이고, 그렇게 공론장을 형성함으로써 다시 그 공론장에 대한 공감을 획득할수록 구체적이고 주도적인, 즉 설명가능한 공감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증명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이런 구체적인 공감장이 존재함으로써 이에 저항하거나 이를 전도시키는 공감장이 생겨날 수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서학과 동학의 대립과 투쟁, 개화파와 척사파의 대립과 투쟁 혹은 생성과 소멸의 과정 등이 이런 관점에서 보다 현실적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당대의 텍스트, 특히 종교가사를 중심으로 이러한 양상을 분석해보기로 한다.

3. 조선 후기 종교공감장의 형성과 투쟁의 양상

3.1. 거리두기 : 유ㆍ불 공감장의 공생
이 장에서 종교공감장의 형성을 말하기 위해 우선 필요한 전제는 유학의 종교적 측면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상이자 종교로서의 유학이 조선시대를 관통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두어야 이와 투쟁하는 다양한 공감장들의 형성과 투쟁, 계승과 소멸의 양상 등이 설명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역으로 보자면 유학은 조선 후기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다양한 공감장들의 투쟁 조건이자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18세기 조선 유학의 성격은 연암 박지원(1737~1805) 등으로 대표되는 실학자들의 등장에 의해 커다란 변모를 겪는다. 유학이라는 통시대적 거대 공감장 내부에서 새로운 공감장이 형성되는 첫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까지 조선의 유학이 ‘예학禮學’과 ‘사장학詞章學’으로 지탱되어 왔다면, 이것들이 가지고 있던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실용實用을 강조하는 실학이 등장한다. ‘예’와 ‘사장’의 공론에서 ‘실용’의 공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이를 가사문학사적 측면에서 보자면, 이 시기까지 ‘강호은일류’의 가사가 주류를 이루다가 이 시기를 전후하여 그것과는 성격이 다른 가사들이 등장함을 볼 수 있다. 김익의 <권농가>,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들 작품들은 유교 이념을 직접 설파하지는 않지만, 유교 윤리와 덕목을 현실에서 적용시켜 실천하자는 내용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농업’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이전 유학자들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이라는 공감장 내부에서도 새로운 공감장이 형성되고 있었다는 점을 포착할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 사이에서의 뚜렷한 갈등은 보이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은 이들 사이에 공유되었던 공론의 유사성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학자들 역시 유학자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그들 사상의 근저 또한 유학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유학이 소홀했던 ‘현실’을 실생활을 통해 다시 담아야 한다는 일종의 ‘반성’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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