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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

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

김기성, 김은중, 김상준, 나종석, 조태성, 김경호, 김봉국, 이희경, 심혜련, 신지영, 조정환, 최혜경, 정명중, 최유준, 문재원, 김창규 (지은이)
  |  
전남대학교출판부
2018-06-05
  |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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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

책 정보

· 제목 : 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인문계열 > 역사학
· ISBN : 9788968495038
· 쪽수 : 560쪽

책 소개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총서 20권. 근대의 혼란스러운 유동성이, 특히 디지털 기술공학이 시공간의 변형을 야기했고, 그 결과 지리적 경계가 흐려지거나 중첩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문화적 혼종성과 새로운 정체성에 관한 논의들을 소개한다.

목차

머리말 / 4

제1부
제1장 감성적 근대와 새로운 주체성의 동인 / 김기성 / 23
제2장 라틴아메리카 탈식민적 전회와 트랜스모더니티 / 김은중 / 55
제3장 촛불 맹자 : 중층근대의 망탈리테, 에토스, 에피스테메 / 김상준 / 87
제4장 연민 중심의 동아시아적 근대성의 가능성에 대해 / 나종석 / 115

제2부
제5장 참요, 감성적 근대성의 한 징후 / 조태성 / 163
제6장 한국유교와 식민지 근대성의 그늘, 너머 / 김경호 / 189
제7장 해방 직후 민주주의 공론장의 안과 밖 / 김봉국 / 225
제8장 문혁은 대안 근대성과 어떻게 조우했나 / 이희경 / 273

제3부
제9장 감성적 주체로서의 능동적 관찰자 / 심혜련 / 299
제10장 탈근대적 주체는 어떻게 가능한가? ― 들뢰즈의 경우 / 신지영 / 327
제11장 다중의 명인(名人) 되기와 ‘예술인간-예술체제’ / 조정환 / 361
제12장 감성적 근대와 연출적 주체 / 최혜경 / 401

제4부
제13장 입이 없는 누이(여성)들 : 남성적 망탈리테의 기원 / 정명중 / 439
제14장 지역화와 타자화 사이, 전 지구화시대 한국인의 청각적 정체성 / 최유준 / 473
제15장 경계 횡단하기의 수행적 실천과 사이 정체성 / 문재원 / 499
제16장 중국의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정체성 / 김창규 / 529

저자소개

김은중 (지은이)    정보 더보기
멕시코국립대학교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로 재직 중이다. 라틴아메리카 탈식민성과 사회운동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고,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인류세 시대에 라틴아메리카에서 모색되고 있는 문명의 전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저서에는 『라틴아메리카의 전환: 변화와 갈등』 상·하(공저, 2012), 『세계 지방화 시대의 인문학과 지역적 실천』(공저, 2012), 『포퓰리즘과 민주주의』(공저, 2017)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활과 리라』(공역, 1998), 『라틴아메리카, 만들어진 대륙』(2010), 『라틴아메리카 신좌파: 좌파의 새로운 도전과 비전』(공역, 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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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련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독일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서 발터 베냐민의 매체 이론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과학학과에서 예술과 과학기술, 매체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매체가 공간구조를 바꾸는 방식과 매체로 인해 바뀐 공간이 우리의 신체와 감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해 오고 있다. 대표 저서로 『아우라의 진화』(2017), 『20세기의 매체철학: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2012), 『사이버스페이스 시대의 미학』(2006)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볼프강 벨슈의 『미학의 경계를 넘어』(200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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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한국외국어대(학사) 졸업 이후 서울대(석사)와 동아대(박사)에서 음악미학과 음악학, 문화 연구를 전공했다. 현재 전남대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남북한 공연예술의 대화』(공저, 시공사, 2003), 『예술 음악과 대중 음악, 그 허구적 이분법을 넘어서』(책세상, 2004), 『음악문화와 감성정치: 근대의 음조와 그 타자』(작은이야기, 2011), 『우리 시대의 슬픔』(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우리 시대의 분노』(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2013), 『우리 시대의 사랑』(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대중의 음악과 공감의 그늘』(전남대학교출판부, 2014), 『크리스토퍼 스몰, 음악하기』(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공저, 전남대학교출판부, 2018)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아도르노의 음악미학』(맥스 패디슨, 세종출판사, 2003 / 작은이야기, 2010), 『뮤지킹 음악하기: 지금 음악회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크리스토퍼 스몰, 공역, 효형출판, 2004), 『음악은 사회적이다』(에드워드 사이드, 공역, 이다미디어, 2008), 『음악 듣기와 쓰기: 음악인을 위한 청음ㆍ채보의 모든 것』(론 고로우, 예솔, 2008), 『비서구 예술의 대중음악: 입문적 고찰』(피터 매뉴얼, 고역, 아카넷, 2012), 『지식인의 표상: 지식인이란 누구인가』(에드워드 사이드, 마티, 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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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종석 (지은이)    정보 더보기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헤겔과 비코에 대한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회와철학연구회 회장과 한국헤겔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철학회 부회장으로 있으며 연세대학교 문과대학 및 한국학협동과정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독일 관념론, 현대 서구 정치철학, 동아시아 유학사상 그리고 한국 현대사상 등이다. 저서로 『차이와 연대: 현대 세계와 헤겔의 사회・정치철학』(2007), 『삶으로서의 철학: 소크라테스의 변론』(2007), 『헤겔 정치철학의 통찰과 맹목: 서구 현대성과 복수의 현대성 사이』(2012), 『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한국민주주의론의 재정립』(2017), 『대동민주주의와 21세기 유가적 비판이론의 모색』(2023), 『유학과 동아시아』(편저, 2018),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공저, 2011), 『한국 인문학의 형성』(공저, 2011), 『유교적 공공성과 타자』(공저, 2014), 『유학이 오늘의 문제에 답을 줄 수 있는가』(공저, 2014), 『디아스포라: 민족 정체성, 문학과 역사』(공저, 2016)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비토리오 회슬레의 『비토리오 회슬레, 21세기의 객관적 관념론』(2007), 미하엘 토이니센의 『존재와 가상: 헤겔 논리학의 비판적 기능』(2008), 카를 슈미트의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2012), 기무라 에이이치의 『공자와 ≪논어≫』(202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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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으며,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0여 년간 ‘감성’을 매개로 한국시가 다시읽기를 시도해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고전과 감성』(2012), 『감성시학의 새지평』(2014), 『한국시가와 공감장』(2018)을 출간한 바 있다. 현재는 감성연구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시가를 매개로 ‘공감장’과 ‘지역성’을 천착하는 일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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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중 (지은이)    정보 더보기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문학박사). 현재 전남대 호남학연구원 및 호남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 「인식되지 못한 자들, 혹은 유령들 : 5월 소설 속의 ‘룸펜’」, 「괴물의 탄생 : 신자유주의, 유연성 그리고 ‘지존파’」, 「신자유주의와 자기서사」, 「역사를 뚫고 솟아난 귀수성의 세계 : 신동엽의 ‘금강’ 읽기」, 「국가폭력과 증오체제」 등이 있다. 저서로 『신자유주의와 감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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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환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한국근대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와 그 후 신인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했다. 1986년부터 호서대, 중앙대, 성공회대, 연세대 등에서 한국근대문예비평사와 탈근대사회이론을 강의했다. 《실천문학》 편집위원, 월간 《노동해방문학》 주간을 거쳐 현재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com] 대표 겸 상임강사,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민주주의 민족문학론과 자기비판》, 《노동해방문학의 논리》, 《지구 제국》, 《21세기 스파르타쿠스》, 《제국의 석양, 촛불의 시간》, 《아우또노미아》, 《제국기계 비판》, 《카이로스의 문학》, 《미네르바의 촛불》, 《공통도시》, 《인지자본주의》, 《예술인간의 탄생》, 《절대민주주의》, 《증언혐오》, 《까판의 문법》, 《개념무기들》 등이 있고, 다수의 공저서, 편저서, 편역서,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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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중국 자유주의 지식인 그룹의 지향과 좌절』로 박사를 받았다. 2018년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중국현대사와 감성 등에 관심을 두면서 공부하고 있다. [저서] 『슬픔의 기억과 분노의 유산』,『부사년과 그의 시대』,『20세기 초 중국의 민주정치론 연구』, 『우리 시대의 사랑』(공저),『우리 시대의 분노』(공저),『감성담론의 세 층위』(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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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국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1945~1953년 한국의 민족·민족주의론과 냉전담론」(2017)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 「이승만 정부 초기 애도-원호정치: 애도의 독점과 균열 그리고 그 양가성」(2016), 「이승만 정부 초기 자유민주주의론과 냉전담론의 확산」(2017), 「탈식민 전후 반공담론의 지속과 변주」(2017), 「해방 직후 민주주의 공론장의 안과 밖」(2018), 「분단 전후 ‘반제민주’론의 세계 재현」(2018) 등이 있고, 공저로는 <애도의 정치학>(2017), <공감장이란 무엇인가>(2017), <감성적 근대와 한국인의 정체성>(2018)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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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HK+2감성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시 텍스트의 정서심리학적 치유에 관한 연구」(2013)로 박사학위 취득 후, 시 텍스트를 매개로 한 감성의 소통과 인문학의 사회적 실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물질·이념·구조 등의 제한으로부터 벗어나 개인과 사회의 감성적 공생에 수긍하는 다종의 행복 공동체’, 지난 연구가 지향해 온 바는 이것에 있다. 인간의 삶을 출발시키는 보편적 조건이자 각 삶의 의미가 안착하는 특수한 장소로서 신체와 감성을 인문학의 창을 통해 탐색하는 중이다. 대표 저서로는 『인문학으로 보는 사회적 감성』(2020), 『시는 어떻게 감성을 움직이는가: 감성의 소통과 재구성』(2018), 『공감장이란 무엇인가: 감성인문학 서론』(2017, 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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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교수(2001~). 1980년 서울대학교 사회대 입학 후 학생운동으로 강제 징집되었다 만기 제대하고, 1992년까지 인천, 구로의 공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1993년 뉴욕으로 유학하여, 뉴스쿨에서 석사학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사회학, 2000)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미지의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를 구상하다』,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 『진화하는 민주주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이슬람 민주주의 현장 읽기』, 『코리아 양국체제: 촛불혁명과 체제전환』 등이 있고, 시민의회론, 성찰윤리론, 중층근대론, 중간경제론, 비서구 민주주의론, 후기근대론, 동아시아 내장근대론, 내장적 문명전환론 등의 새로운 학술 담론을 제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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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부교수. 1973년 광주 출생. 전남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중국 푸단대학교(復旦大學) 중문과에서 중국현당대문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 취득. 저역서로 『바진의 「수상록」과 1980년대 중국사회』(저서, 2018), 『공감장이란 무엇인가: 감성인문학 서론』(공저, 2017), 『계몽의 자아와해』(공역, 2014) 등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1980년대 중국사회의 동일성과 공감장」(2017), 「문혁에 내재된 대안 근대성의 요소들」(2017), 「우한일기 논쟁을 통해 살펴본 공감장의 형성과 투쟁」(2021), 「중국몽: 새로운 보편가치의 등장인가, 대안근대성의 함정인가?」(2022)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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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1. 감성적 근대와 새로운 주체성의 동인

김기성

내 안에 있는 미지의 것이 나를 나로 만든다.
- 폴 발레리(Paul Valery, 1871-1945) -

들어가는 말

서양에서 ‘근대(성)die Moderne, modernity’이라는 용어는 헤겔G. W. F. Hegel(1770-1831)의 역사철학적 작업과 더불어 개념화되고 체계화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활동하던 “우리 시대”를 “가장 새로운 시대”로 선언하면서 그 시대가 갖는 근대성의 원리를 자기관계의 반성적 구조, 즉 “주체성subjectivity”이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우리 시대”가 “방향을 설정하는 자신의 척도를 더 이상 다른 시대의 모범들로부터 차용”하지 않고 “자신으로부터 스스로 창조해야만 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달리 말해 근대성은 이전의 전통과 단절하는 전통, 즉 “비판critique의 전통”을 따른다는 주장이기도 하다.
헤겔의 주장은 니체F. Nietzsche(1844-1900)의 과거를 고찰하는 “비판적 방식”을 거쳐 코젤렉R. Koselleck(1923-2006)의 주장, 즉 “새로운 시대의 진단과 과거 시대의 분석은 서로 일치한다.”는 주장으로 계승된다. 이 주장은, 감성 연구의 맥락에 맞게 변경해 본다면, “새로운 시대의 감성을 진단하는 것과 오래된 시대의 감성을 분석하는 것은 일치한다.”로 테제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테제는 감성을 근대성의 지평 위에서 연구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이기도 하다.
헤겔이 통찰한 것처럼, 근대성의 원리가 주체성이라면, 주체성은 근대성을 실현해야한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을 자발적으로 갱신(更新)하여 현재화하는 시대정신”에 걸맞게 스스로를 갱신하여 현재화함으로써 ‘주체’ 자기 자신의 근대성을 실현시키는 힘이 주체성이다. 그런 까닭에 근대성은 시대정신에 적합한 자기관계의 구조화, 즉 ‘주체화subjectivation’의 새로운 방식 및 자기존재의 변형과 맞물린 주체성의 새로운 형식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이처럼 양자의 관계는 변증법적이고 애초부터 자체 내 모순을 품고 있다. 그에 따라 근대성 담론에서 개별적 혹은 집단적 주체성의 형식과 사회적 객관성의 요구 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모순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우리는 근대성 개념을 도구로 삼아 두 가지 축이 교차하면서 생성되는 ‘정세(情勢)’를 포착하고 그것의 발현양상들을 분석해 나갈 것이다. 그 두 가지 축 중 하나는 역사적 사건과 흐름에 내재하는 시간, 즉 코젤렉이 강조한 “역사적 시간”의 척도에 근거한 질적 범주에서부터 들뢰즈G. Deleuze(1925-1995)가 주목한 “비선형적 시간성”을 아우르는 시간의 축이다. 이 축은 “사회의 의해 고안되고 그 안에 제도화되어 있는” 장소에 현재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축, 즉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균질적이고 단일한 척도에 의해 구획된 공간을 “반박하고 이의제기하는 공간”의 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두 가지 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건, 무엇보다도 ‘공감(共感)’을 구조화하는 장으로서의 “공감장sympathetic field”을 포착하고, 또한 그 사건이 고착되고 구조화된 공감들의 장을 전체적으로 조명하고 해명하기 위한 상위 범주를 우리는 “감성적 근대(성) emotional modernity”라고 명명한다. 이 개념과 더불어 그것의 하위범주인 공감장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명하고, 감성적 근대의 근대성을 개시(開始)하면서 주도해나갈 “심미적 인간homo aestheticus”, 또는 “공감적 인간homo sympatheticus”의 경험적 흔적들을 수집하고 이론적 성좌를 그려내는 것이 우리 연구의 목표다.
이를 위해 나는 먼저 근대성 담론의 지각변동으로 도래하게 된 감성적 근대의 문제적 지형에 대해 서술할 것이다. 이어서 감성적 근대의 지배와 통제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그리고 대안적 삶을 창조하는 주체성의 동인(動因)을 탐문하는 작업이 이 글의 주된 과제다.

감성적 근대의 도래

근대성 개념의 경험적 사태 및 역사적 정당성이 변경되어 온 것처럼 그에 관한 담론의 지형 또한 변화되어 왔다. 서양 근대성 이론의 출발은 18세기 계몽주의와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 전개된 부르주아의 가치체계와 생활방식을 대변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그것이 유럽 제국주의의 발흥 및 팽창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결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무렵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럽중심의 보편사나 세계사에 대한 회의가 움트기 시작했고, 특히 예술가들 사이에서 이성적 합리성과 기술적 진보에 입각한 부르주아적 근대에 맞서는 “미적 근대성modernite esthetique” 담론이 전개되었다.
미적 근대성 담론의 선구자로 보들레르C. P. Baudelaire(1821-1867)를 꼽을 수 있다. 그가 말하는 미적 근대성은 일시적인 것과 영원한 것,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서로 겹치거나 교차하는 지점, 즉 생성의 순간으로서의 ‘현재present’를 주시함으로써 고착화된 현재를 거부하는 자유, 또한 진보의 신화를 뒤흔드는 자유를 실천하는 삶의 태도다. 이와 같이 관습화된 현재의 테두리 안에서 ‘충만한 현재성’을 발굴하려는 자유의 실천이 보들레르가 역설적으로 정형화한 “현재의 재현”이다.
이 재현의 주체는 단순히 부르주아적 근대의 인식주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 성격의 본질과 세계의 모든 정신 구조에 대한 섬세한 이해력을 포함하고” 있는 인간, “세계를 이해하고 세계 전체가 돌아가는 데 있어서 신비스러우면서도 정당한 이유들을 이해하는 인간”, “죽음의 어두운 세계로부터 살아 돌아”와 “삶의 모든 향기와 본질들을 열광적으로 숨쉬는” “회복기의 환자”, “모든 것을 새롭게” 보면서 “인생의 어떤 면도 무디어지지 않은 채로 받아 들이”는 “어른아이”와 같은 “댄디dandy”였다.
미적 근대성 담론을 ‘사회적인 것das Soziale’과 결합해서 논의한 최초의 철학자는 짐멜G. Simmel(1858-1918)이다. 그는 1896년 베를린에서 최초로 개최되었던 산업박람회에서 산업적 생산방식이 “미학적 이상으로 전환”하면서 생산물의 “유용성 너머의 유혹적인 외양”을 강조하는 분위기, 그리고 “사물의 외적 매력과 객관적 목적성 사이에 새로운 근본적인 종합”이 진행되고 있는 경향을 목도한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그는 산업화된 화폐경제가 생산해내는 “상품의 [심미]적 잠재성과 가능성을 지각하고, 또한 그것을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의 주관적-개인적 생활세계를 구조화하고 질서화 하는 데 사용하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주체”의 탄생을 감지한다.
짐멜이 볼 때, 개인의 심미적 체험이 순수예술의 자율적 영역에서 일상적 삶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문화변동과정은 계몽주의에 의해 탈마법화된 세계가 다시 심미적으로 재마법화되는 새로운 현상이었다. 이 현상은 유럽 부르주아적 근대의 위기이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적 화폐경제에 토대를 둔 양적 개별성 및 질적 개별성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심미적 근대asthetische Moderne”가 개시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미적 근대성은 한편으로 “순수한 운동” 자체이자 “운동하지 않는 모든 것을 완전히 제거해버리는 운동의 담지자”인 ‘돈Geld’이라는 역사적 현상과 교착됨으로써 삶이 마치 “영원한 현재ewige Gegenwart”인 것처럼 현상하는 심미적 근대로의 이행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현재를 부정하지도 않고 현실을 도피하지도 않으며 현실적 삶의 내용에 가장 적합한 예술적 양식을 부여했던 예술가들의 인격 속에서 심미적 근대성의 본질로 구현되었다. 이 본질이란 영원한 현재, 즉 “저 어둡고 몰아대며 지칠 줄 모르고 스스로를 갈망하는” 현재라는 삶에 충실하려는 파토스이자 에토스다.
짐멜은 사회적인 것과 심미적인 것이 결합된 현상, 달리 말해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의 심미화 현상은 비록 빛과 그림자를 지니고 있을지라도 개인의 질적 개별성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예견한다. 하지만 그의 사후 시대적 상황은 그의 예견과 달리 전개되었다. 1929년 발발한 세계경제공황과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적인 것과 긴장관계를 유지했던 심미적인 것은 자본주의적 생산력의 가장 핵심적인 수단으로 포섭되었다. 이것이 심미적 근대가 감성적 근대로 이행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이 전환점을 미국 망명 중이었던 아도르노Th. W. Adorno(1903-1969)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었던 문화산업의 전개과정에서 목도한다. 문화산업은 심미적인 것을 이윤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법칙들”을 개인의 충동과 욕구, 그리고 감성의 가장 내밀한 영역에까지 이식시키는 장치이자 은밀한 메커니즘의 기능을 담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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