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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요리/살림 > 집/인테리어 > 집짓기
· ISBN : 9788970415918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 나를 소생시키는 집
이제 여기가 우리 집이다 - 길을 잃고 집을 만나다
짐을 꾸리고 짐을 풀다
푸세식은 힘들어
내 취향을 반영한 나만을 위한 공간
세상사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무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집이랑 함께 즐겁게 늙어갈래
뭐 하고 먹고살 거야? - 한옥 체험 프로그램을 해볼까 해요
첫 손님, 그리고 이어지는 인연
한옥 체험의 몇 가지 원칙
‘뭘까바구니’가 뭘까?
뒹굴뒹굴 대청마루에서 책 읽기
텃밭을 지키고, 텃밭을 가꾸고
시골에서 잘 살 수 있겠어? - 철마다 다른 놀이, 말 그대로 시절 놀이
어른들을 위한 모임, 외우
가을 놀이마당
삶의 윤활제, 수다 수다
이웃, 동물, 식물 모두 함께 살아요
스스로 충만해지는 삶
먹는 것이 바뀌니 삶이 바뀐다 - 우리 집 밥상이 보약
몸을 살리는 잡곡밥 한 그릇 이야기
뽀글뽀글 된장찌개다
겉절이 좋아하세요?
간단하고 든든한 아침 식사를 위하여
아소재의 술친구, 부침개
지천에 깔린 게 다 먹을 것이로구나
저장 식품이 효자야
삶의 속도를 늦추니 행복해진다 - 이젠 별걸 다 자급자족
그래서 나는 그 길을 걷는다
오래된 것과 아날로그적인 삶이 주는 행복
매일매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가 가족과 친구, 일터 등 모든 것을 밀어놓고 다른 곳에서 살겠다는 게 만만한 일이었겠는가. 그럼에도 난 한 가지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난 살고 싶어. 다시 살고 싶어. 몸도 마음도 다 지쳐버린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마치 이곳에서 사는 것인 양 난 다른 어떤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랬더니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마당에 서서 생각했다. ‘이 집의 이름을 지어야겠어.’ 내가 다시 태어나는 곳. 아소재. 나 아(我), 소생할 소(蘇), 집 재(齋). 이 집에 오는 이들은 나를 포함해 누구나 다시 생기를 얻어서 돌아갈지니! 그것을 내 원으로 삼기로 했다.
“뭐 하고 살 거야?” “어떻게 살래?” “무섭지 않겠어?”
요약하면 이렇게 딱 세 가지. 어느 정도 집을 고치고 들어앉으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들이다. 삶의 자리를 옮긴다는 일. 그것도 사는 공간을 도시에서 시골로 옮겼다는 것과 한술 더 떠 아파트라는 현대적 주거 공간을 떠나 한옥이라는 열린 공간으로 들어왔다는 데 많은 사람들은 ‘용기’라는 단어를 들먹였다. “용기 있어요. 대단해요.”
처음엔 그 말을 들었을 때 조금은 그런 줄 알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나 용기 있나 봐. 하지만 보는 이마다 그러니 다시 한 번 그 말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말 그런 말을 들을 만한 일이었을까? 아마 내가 생각을 많이 하고 아주 신중히 결정을 내려서 이곳에 왔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용기’라는 단어를 들어도 마땅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런 건 염두에 둔 적이 없었다. 굳이 생각했다면 도시에서 사는 건 그만하고 싶다, 단순히 그 이유 때문이었다.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수입에 비해 삶의 유지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텐데 그렇다고 그걸 준비하기 위해 도시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 연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돈보다는 시간을 벌고 싶었다는 말이다.
시골에서는 무엇을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눈에 보여서 철철이 준비를 하게 되는 게 있는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먹을거리를 챙기는 일인 것 같다. 마늘이 나오면 마늘 사고 고추 나오면 고추 사들이고 해서 일 년 먹을 양식을 준비하는 일은 도시에서 필요할 때마다 쪼르륵 슈퍼에 나가서 사 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생활이다. 좀 번거롭고 귀찮을 것 같은 이런 일들이 사람 사는 일이라 생각하면 내가 오랜만에 계절 변화에 맞게 먹을거리를 챙기며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내게 있어 생활비가 덜 든다는 것은 이런 것들을 그때그때 챙겨가며 사는 것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이게 내가 터득해가는 시골살이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