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075966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20-10-06
책 소개
목차
제11부 잔향 변조 殘響 變調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콘크리트 격자망 구조물로 이루어진 미로를 계속 헤매이다 보니, 마지막엔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미노타우로스(Minotauros)가 갑자기 튀어나오든가, 아예 모습을 감추고 목소리로만 유혹하는 세이렌(Seiren)이라도 드러날 것 같은 불길한 느낌마저 감돌기 시작했다. 성 중사는 속도를 내어 앞에 가고 있는 정 하사를 잡아 세우고는, 할 수 없으니 아래로 깊이 잠수하여 가자는 수신호를 보냈다. 둘은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온몸을 조이는 수압이 점점 강하게 느껴졌다. 다이브 컴퓨터는 수심 22미터가 넘어가고 있다고 액정 화면에 표시했다. 하강을 멈추었다. 다시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생명이 넘쳐 흐르는 바닷속 ‘미로 정원’을 머리 위로 이고 가면서, 종종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물고기 떼들이 수많은 태양 주위를 불규칙한 폐곡선을 그리며 뱅뱅 맴돌면서, 자신들의 자취를 드러냈다 감추었다 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림은 살풍경하단 말이야!” 헨리 유는 오직 유리와 철골로만 이루어져 시원하게 바깥 경치가 내다보이는 커튼월(Curtain Wall) 앞에 서서 혼잣말을 지껄였다. 그의 발밑에 펼쳐지는 경치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멀리 해안선의 불규칙한 검은 선들이 푸른 바다에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고, 수평선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은근하게 알리는 아주 완만한 곡선으로 하늘과 바다 사이에 부드러운 분할을 보여 주고 있었지만, F Zone은, 선명하고 딱딱한 직선들의 조합일 뿐인 장방형의 인공 대지를 측면 부감으로 위에서 내려다본 결과, 원근 투시가 심하게 먹은 마름모꼴의 생뚱맞음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