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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아프리카여행 > 아프리카여행 가이드북
· ISBN : 9788983796394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10-04-09
책 소개
목차
내가 사랑한 나라, 남아공 -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도 004
#01 _ 열망과 기회의 교차로 012
#02 _ 떠나는 길 018
#03 _ 렌터카 빌리기 026
#04 _ 음바바네에서 만난 욜리 038
#05 _ 스와질란드의 최대 관광지 에줄위니 048
#06 _ 거부할 수 없는 운명 060
#07 _ 위대한 줄루의 왕 샤카 072
#08 _ 줄루 가족과의 하룻밤 090
#09 _ 배틀필드에 가다 100
#10 _ 내가 뽑은 최고의 박물관, 탈라나 108
#11 _ 용들의 산, 드라켄즈버그 124
#12 _ 음웨니에 가면 아그리빠를 만나라 144
#13 _ 바소토 문화촌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 154
#14 _ 아프리카 예술의 메카, 클라렌스 168
#15 _ 클로콜란의 벤 네비스 호텔 180
#16 _ 프리 스테이트에서 누리는 무한한 자유 198
#17 _ 튀쉬즈를 아시나요 210
#18 _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 226
#19 _ 가든루트 둘러보기 236
#20 _ 남아공의 숨겨진 보석, 루트 62 252
#21 _ 공짜로 즐기는 와인 여행 266
#22 _ 케이프 타운을 즐겨라 278
#23 _ 자유의 상징, 넬슨 만델라 300
#24 _ 정말 아름다운 것은 다 공짜다 312
#25 _ 탐욕의 깊이 324
#26 _ 웰컴 투 크루거 332
저자소개
책속에서
음웨니에서 다시 베르그빌로 나와 프리 스테이트 주로 넘어 왔다. 헤리스미스를 지나 N5번 국도로 빠지다 보면 왼편에 R712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의 끝은 클라렌스, 오늘의 종착지이다.
클라렌스로 가는 길에는 골든 게이트 하이랜드 국립공원을 통과하게 된다. 클라렌스로 가려면 좋건 싫건 이 공원을 지나야만 한다. 공원의 입장료는 무료이다.
침식 작용에 의해 돌출된 기이한 지형들을 감상하는 것이 관광 포인트이다. 가이드북은 늦은 오후 시간에 방문하라고 조언하고 있는데, 아침 일찍 도착한 탓인지 기대만큼 멋진 경치는 없었다. 공원 안에는 여러 편의 시설이 있어서 하루 이틀 쉬었다 가기에는 아주 좋은 곳이다.
주유소 앞에는 캠핑장이 있다. 이미 다섯 가족 정도가 캠핑을 하고 있었는데, 캐러반과 연결된 간이 주방에서 토스트를 구우며 아침 준비를 하고 있는 어머니와 잔디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비춰졌다.
공원 중간 지점에는 바소토 문화촌이 있다. 바소토는 ‘소토족’이라는 뜻이고, 세소토는 ‘소토어’, 레소토는 ‘소토족의 나라’라는 뜻이다. 소토라는 단어 앞이 변형되면서 여러 가지 뜻을 갖게 된다. 레소토 가까이에 온 것은 맞지만 이곳은 아직 남아공인데, 소토족의 문화촌이 있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일단 들어가서 구경해 보기로 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문화촌이라면 스와지 문화촌과 샤카랜드를 이미 방문한 터라 조금 식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큰 기대없이 방문한 바소토 문화촌에서 다른 아프리카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갈 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볼거리와 흥미진진한 문화요소들이 풍부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서 입장료 50랜드를 내고 나면 가이드 한 명을 붙여준다. 가이드를 포함한 가격이 고작 50랜드(약 8,000원)인 것이다. 문화촌의 투어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일단 촌락 입구에 서서 가이드와 함께 기다린다. 곧 문지기가 나오고 입장을 허가받는 것으로 투어는 시작된다. 촌장에게 다녀온 문지기가 안으로 들어와도 된다는 말을 전하고 가이드와 나를 촌장에게 데려갔다.
소토족 전통 모자와 동물 가죽을 덮어쓴 촌장이 의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와 나란히 촌장 앞에 서서 입장을 허락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문을 열어주는 문지기나 인사를 시키는 가이드 모두 실제 상황처럼 진지하다. 촌장 할아버지가 덮은 가죽 중 앞에 두른 것은 표범의 가죽 같다. 촌장이라는 신분을 과시하는 표시 중의 하나일 것이다. 촌장은 나보고 옆에 와서 앉으라더니 앞에 있는 술을 한 잔 떠서 권했다. 자신의 촌락을 찾아준 손님에 대한 예의다. 소토족의 전통주라고 한다. 맛은 우리나라의 막걸리와 비슷한데 끝맛이 아주 상큼하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소굼이라는 옥수수종으로 만든 술이라고 한다. 염치없지만 한 잔 더 받아먹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다음으로 만난 사람은 주술사였다. 주술사는 문지기와 같은 임팔라 가죽으로 몸을 덮었고, 앞에는 원숭이 가죽을 둘렀다. 주술사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으라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인사를 하고 무릎을 꿇었다. 주술사는 작은 바구니를 건네며 두 손으로 흔든 뒤 입김을 두 번 불고 나서 바구니에 있는 물건들을 땅바닥에 던지라고 했다.
주술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는 땅바닥에 떨어진 뼛조각과 돌멩이 등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나에게 뭐라고 말을 했다. 그는 소토어가 아닌 영어로 말을 했지만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미래를 내다보는 주술사일 뿐만 아니라 병을 고치는 의인이기도 하다. 촌락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그 다음 장소로 이동하니 레소토의 전통 가옥 앞에 한 아주머니가 앉아 있었다.
“인사해. 촌장의 첫 번째 부인이셔.” 부인은 인자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투어는 마치 내가 여행 중에 소토족의 한 부락에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리얼했다.
“이곳은 1600년대 소토족의 가옥이야. 하나는 침실, 가운데는 주방, 오른쪽은 손님을 위한 방이야.”
“아주 흥미로운데?”
가이드는 계속 말을 이어가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이곳은 두 번째 부인이 살고 있는 집이야. 이곳도 똑같이 세 개의 건물이 있어. 이 집은 1700년대 소토족들이 살았던 가옥이야. 잘 봐. 창문이 보이지? 100년 사이에 창문이 생겨났어.”
정말 그랬다. 집도 좀 더 커지고 담벼락도 세워졌다. 가이드를 따라 주방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둘째 부인이 곡식을 빻아서 가루로 만드는 중이었다. 당시 주식이었던 옥수수와 여러 곡식으로 만들었는데, 그 맛이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흡사했다. 왠지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
“촌장의 부인은 모두 두 명이야?”
궁금한 나머지 부엌에서 나오자마자 물었다.
“아니, 한 명 더 있어. 이리로 와봐. 여기가 세 번째 부인의 집이야. 1800년대의 가옥이지. 여기도 똑같이 세 개의 건물이 있는데, 창문뿐만 아니라 예쁜 문양까지 만들어 놓았어. 소토족의 촌장은 보통 세 명의 부인을 거느렸는데, 첫 번째 부인은 마을 사람들의 투표로 뽑아.”
“그럼 두 번째 부인은?”
“첫 번째 부인은 두 번째 부인을 뽑을 수 있는 선택권이 있어. 마지막으로 세 번째 부인은 촌장이 직접 뽑게 되지.”
그 다음은 1900년대의 가옥이다. 컬러풀한 무늬로 꾸며놓은 집은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집처럼 앙증맞다. 은베델레족만큼이나 화려한 색채를 자랑한다. 주방에는 가스레인지와 냉장고도 보인다. 또한 건물 안에 여러 개의 방들을 만들어 놓은 것이 1900년대 이전의 집들과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다.
마지막 가옥까지 구경을 하고 나오면 소토족 사내들의 작은 공연을 볼 수 있다. 리듬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흥에 취해 자신들의 애창곡을 부르기도 한다. 시간을 정해놓고 펼치는 공식적인 공연이 아니라 부르고 싶을 때 부르는 즉석 공연이라서 더욱 자연스럽다.
“어째서 소토족의 문화촌이 레소토가 아니라 남아공에 있는 거야?”
투어가 끝나갈 무렵 내가 가이드에게 물었다.
“응, 소토족은 드라켄즈버그 산맥 전체에 걸쳐서 살고 있어. 프리 스테이트 주에도 꽤 많은 소토족들이 살고 있지. 그들에게 레소토와 남아공의 경계는 무의미해. 그들은 여전히 소토인들이야.”
입구에는 바소토 문화촌을 견학 온 현지 초등학생들이 입장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전통 문화를 보고 배우러 온 아이들이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한국민속촌을 방문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이곳은 비단 관광객들만을 위한 상업적인 공간은 아닌 것 같다. 남아공에 살고 있는 소토족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문화를 지켜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누군가 나를 부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았다. 기념품을 파는 아주머니가 저쪽에서 손짓을 한다. 그래. 오늘은 무언가라도 하나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