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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3894939
· 쪽수 : 103쪽
책 소개
목차
새벽을 깨우는 소리
나눔의 집
풀리지 않은 일
수요일의 외출
바위처럼 단단한
수요일의 꿈
리뷰
책속에서
“수요일마다 할머니들이 여기서 시위를 하신 게 벌써 20년째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나와서 사과를 하라고 하는데 저들은 언제나 본 체도 않지.”
“왜요?”
“무자비하게 전쟁을 일으키고 힘없고 죄 없는 사람들을 끌어다가 끔찍한 일을 저질렀으니 인정을 하고 싶지 않은 거야.”
봄은 확 짜증이 났다.
“그런데 뭐 하러 이걸 20년씩이나 해요?”
“이렇게라도 해서 알리려는 거야. 할머니들의 억울했던 젊은 날을 일본에게도 알리고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도 알리고.”
봄은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일을 하다 나온 듯 한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비죽비죽 화가 솟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고작 몇몇 사람들한테 알리려고 이 고생을 하신단 말이에요?”
관리장은 말없이 미소만 지어보였다. 봄은 불퉁거리며 승합차로 들어가 버렸다.
그 때 일본대사관 철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새까만 자동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동차 번호판에는‘외교’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순임 할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
“일본 정부는 할매들이 몽땅 죽기 전에 너희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해라.”
할머니들이 새까만 자동차를 향해 발걸음을 뗐다. 경찰관들이 할머니들 곁으로 우르르 달려왔다. 봄은 부리나케 승합차 밖으로 나왔다.
“사죄해라, 사죄해라, 사죄해라!”
할머니들 곁에 있던 사람들까지 오른손을 흔들며 새까만 자동차로 다가가려 했다. 경찰관들이 겹겹으로 할머니와 사람들을 에워쌌다. 순임 할머니가 자리에 털썩 쓰러지며 외쳤다.
“이 놈들아, 저 차를 막아서야지, 왜 우리를 막고 섰냐?”
“너거는 대한민국 경찰이잖아.”
다른 할머니들까지 땅바닥에 엎드려 통곡을 했다. 곁에 있던 사람들도 바르르 떨며 경찰관에게 항의를 했다. 진짜 싸움이었다.
그러는 사이 새까만 자동차는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 버렸다.
봄이 사람들 사이를 뚫고 순임 할머니에게 갔다.
“할매…….”
“내가 분하고 원통해서 이대로는 못 죽는다. 죽기 전에 꼭 사과를 받아내고 말거여.”
할머니의 외침이 일본 대사관 앞 좁은 골목에 조용히 메아리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