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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4016743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이쁜이 고모 시집가는 날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
내 친구 귀신 할머니
난 울보딱지가 아니야
피아노 치는 할아버지
동생이 많은 아이
때때옷 할머니
책속에서
난 이제 엄마도 없고 아빠도 없어.’
단비는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또 눈물이 비질비질 흘러나왔습니다. 눈물방울이 어찌나 큰지 공책 한가운데가 푹 젖었습니다.
“에구, 또 우냐, 또 울어?”
마루 끝에 앉아 있던 동갑내기 사촌 영미가 지청구를 줬습니다. 단비는 울다 말고 영미를 보며 눈을 흘겼습니다.
“애걔, 그렇게 가자미눈을 하고 째려보면 누가 겁낼 줄 아니?”
영미는 실실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단비는 그런 영미가 싫었습니다.
‘치, 바보! 내가 자기네 집에 얹혀산다고 깔보는 거지?’
단비는 밥상에 펼쳐 놓았던 책이랑 공책을 탁 소리 나게 덮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방으로 들어가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그러자 천장에 엄마의 얼굴이 동그랗게 떠올랐습니다. 병이 생기기 전의 달덩이처럼 환한 얼굴이었습니다.
“엄마!”
단비는 조그맣게 엄마를 불러 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엄마는 대답이 없었습니다. 두 뺨으로 금세 또 눈물이 주르르 흘렀습니다.
암으로 고생하던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후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하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수술비며 치료비 때문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갚기 위해 아빠는 집을 팔고 멀리 다른 나라로 돈을 벌려고 갔습니다.
“단비야, 딱 삼 년이야. 삼 년만 기다리면 아빠랑 같이 살 수 있어. 그때까지 울지 말고 큰집에서 잘 지내야 해, 알았지?”
단비는 아빠가 떠나면서 했던 말을 백 번도 더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3년은 30년처럼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달래골 큰집에 얹혀사는 것도, 바보같이 늘 히죽히죽 웃기만 하는 영미랑 같은 방을 쓰는 것도, 학생이 고작 스무 명도 채 안되는 코딱지만 한 분교를 다니는 것도 다 싫었습니다. 큰아빠 큰엄마, 영훈 오빠가 아무리 잘해 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서울 가고 싶어.’
단비는 선생님과 정든 친구들을 떠올리자 또다시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입니다.
“으, 으아악, 쥐, 쥐!”
무심코 부엌에 들어간 단비는 커다란 쥐가 왔다 갔다 하는 걸 보고는 꽥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러자 영미가 또 실실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깟 쥐가 뭘 무섭다고. 자, 먹어.”
영미는 아무렇지도 않게 부엌에 들어가 솥단지에 든 찐 옥수수를 꺼내 왔습니다. 하지만 단비는 도무지 그걸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커다란 쥐가 왔다 갔다 하던 게 눈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아이고, 우리 단비가 많이 놀랐겠구먼. 당장 쥐구멍을 꽁꽁 틀어막아 주마. 아파트에서 살던 네가 참 고생이 많다.”
큰아빠는 당장 흙을 개어 부엌에 난 쥐구멍을 단단히 막아 주었습니다. 하지만 단비에게는 쥐보다 더 무서운 것이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건 헛간 옆에 붙어 있는 재래식 화장실이었습니다.
- '난 울보딱지가 아니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