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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세계인물
· ISBN : 9788984016804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안네 가족은 왜 독일을 떠났을까?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하는 새 생활 /
은신처로 떠나는 안네 가족 / 1942년에 안네가 쓴 일기 / 1943년에 안네가 쓴 일기 /
1944년에 안네가 쓴 일기 / 체포되어 강제 수용소로 끌려간 은신처 사람들 /
끌려간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 연도별로 보는 안네 프랑크의 삶
저자소개
책속에서
1942년 7월 10일 금요일
‘은신처’ 안은 온통 엉망이었다. 거실이 될 방도 그렇고, 다른 방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몇 달 전부터 조금씩 나른 상자가 여기저기 쌓여 있고, 좁은 방에는 침구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제대로 자려면 당장 정리해야 했지만, 엄마와 언니는 축 늘어져 시트도 깔지 않은 침대에 드러누워 버렸다. 결국 정리하는 데 선수인 아빠와 내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상자를 열어 이곳저곳에 물건을 챙겨 넣고, 뚝딱거리며 망치질도 해 가며 정리 정돈을 했다. 그러다 보니 금세 해가 저물었다.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다행히 깨끗한 침대에서 잘 수 있었다.
따뜻한 음식은 입에 대지도 못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엄마와 언니는 긴장을 한 데다 몹시 지쳐 식욕이 없었고, 아빠와 나는 너무 바빠서 식사할 겨를도 없었기 때문이다.
1942년 7월 11일 토요일
아빠와 엄마, 언니는 길모퉁이에 있는 교회 시계탑에서 15분마다 흘러나오는 종소리가 귀에 거슬리나 보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이 소리가 마음에 들었다. 특히 밤에 듣고 있으면 진실한 친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은신처가 진짜 집처럼 편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싫지만은 않다. 마치 별장을 빌려 휴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말 그렇다. 몸을 숨기는 데 이만한 곳도 없을 것 같다. 언니와 내가 쓰는 작은 방도 처음에는 벽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내 그림엽서와 배우 사진 등으로 도배해 놓아서 훨씬 분위기가 밝아졌다.
어제 저녁에는 아빠가 쓰시던 2층 사장실에 가서 라디오를 들었다. 나는 누군가 그 소리를 엿들을까 겁이나 빨리 3층으로 가자고 졸랐다. 우리가 있다는 낌새를 누군가 눈치채면 안 되니까.
언니는 지독한 감기에 걸렸는데도, 밤에 기침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약을 잔뜩 먹었을 정도이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들 가운데 한 명만이라도 우리와 같이 있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화요일에 판 단 아저씨 가족이 온다는데, 무척 기다려진다.
1942년 8월 14일 금요일
판 단 아저씨 가족은 7월 13일에 왔다. 원래 예정일은 14일이었는데 독일군이 마구잡이로 소환장을 보낸다는 바람에 하루 앞당겨 왔다고 했다.
판 단 아저씨의 외아들인 ‘페터’는 곧 열여섯이 된다는데, 약간 굼뜨고 수줍음을 타며 재치가 없는 아이이다. 그다지 재미있는 놀이 상대는 못 될 것 같다. 판 단 아저씨가 우리가 떠난 뒤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 주셨는데, 정말이지 사람들은 멋대로 상상하며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우리 가족이 벨기에로 달아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우리가 한밤중에 군용차에 실려 가는 걸 보았다고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