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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84016880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책을 빼앗긴 왕자 / 왕자의 난과 아버지 정안군 /
할아버지 태조와 아버지 태종의 끝없는 갈등 / 맏형 양녕 대군은 왜 그랬을까? /
왕세자 양녕의 폐위 22세 / 세종 임금과 집현전 학자들 /
다섯 임금을 섬긴 청백리 황희 정승 / 백성 사랑, 내 몸같이 하라 /
6진 개척과 국경선의 확정 / 세계 최초의 측우기 발명 /
우리 고유의 아악 재정립 / 위대한 한글 훈민정음 반포 /
인간 세종의 마지막 길 / 세종 대왕 연표
리뷰
책속에서
책을 빼앗긴 왕자
세종世宗 임금이 어린 왕자 시절, 책 때문에 혼이 난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 태종(太宗 1367~1422)이 신하를 급히 불러 한 가지 어명을 내렸다.
“지금 당장 왕자 도?의 방에 있는 책이란 책은 모조리 거두어 오시오!”
도는 세종의 이름이다. 태종은 조선朝鮮의 제3대 임금으로, 성은 이李 이름은 방원芳遠 자는 유덕遺德인데, 조선을 건국하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많은 치적을 거두어 왕조의 기틀을 세웠다.
신하는 뜻밖의 어명에 어리둥절했다.
“전하殿下, 무슨 말씀이신지요?”
전하란 왕이나 왕비 또는 왕족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왕자 도가 병석에서도 책을 놓지 않고 있다 하오. 글공부도 좋지만 우선 건강이 염려되어 그러는 것이니 어서 가 그리 하시오!”
명을 받은 신하는 승지承旨였다. 그는 서둘러 왕자가 거처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송구하오나, 어명이오니 그대로 따르셔야겠습니다.”
승지는 정중하게 어명을 전한 다음, 방 안의 이곳저곳을 뒤져 책을 거두기 시작했다. 왕자 도는 난데없이 들이닥친 승지의 행동에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다.
승지란 승정원에 속하며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처리하는 비서직으로, 정3품 벼슬이다.
“이거 큰일났네. 어쩌면 좋지?”
창백한 모습으로 병석에 누워 있던 왕자는 책을 모두 빼앗기게 되자, 가까스로 기운을 차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아바마마의 명이시지만,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지.’
승지가 주섬주섬 책을 챙기는 사이, 왕자는 재빨리 병풍 뒤에 책 한 권을 몰래 숨겼다.
‘이 책만은 감춰야지.’
승지가 책을 모두 싸 들고 돌아간 뒤, 왕자는 혼자 빙그레 웃으며 병풍 뒤에 숨겨 두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휴, 천만다행이다.’
마치 남의 물건을 감춰 두었다가 다시 꺼내 보는 순간 같았다. 왕자의 손은 가볍게 떨렸고 가슴도 콩닥콩닥 뛰었다. 그 책은 왕자가 가장 즐겨 읽던 ‘구소 수간’이란 얇은 책이었다. ‘구소’란 중국 송나라 때의 대문장가인 구양수와 소식을 줄여서 일컫는 말이었다. ‘수간’은 손수 쓴 편지를 뜻하는 것으로서 그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간 편지를 모은 책이었다.
왕자는 수많은 책 가운데서도 유달리 그 책을 좋아해 읽고 또 읽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글맛이 새롭고 거기에 담긴 깊은 의미에 감동을 받았던 것이다.
몇 백 번을 읽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왕자 도는 그토록 책을 좋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