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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84017139
· 쪽수 : 279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신비한 꿈 / 2. 기이한 만남 / 3. 금강산에서 치른 초라한 혼례 /
4. 한양에 온 박씨 / 5. 피화당 / 6.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지은 박씨 /
7. 비루먹은 말을 천리마로 / 8. 장원 급제한 이시백 / 9. 허물을 벗은 박씨 /
10. 가슴 치며 후회한 이시백 / 11. 박씨의 비상한 재주에 탄복한 부인들 /
12. 아기를 낳은 박씨와 벼슬길에 오른 이시백 /
13. 명나라와 호국을 구한 이시백과 임경업 / 14. 기룡대를 물리친 박씨 /
15. 아, 병자호란 / 16. 용울대의 목을 벤 박씨 / 17. 용골대를 물리친 박씨 /
18. 용골대를 호국으로 보낸 임경업 / 19. 하늘이 정한 운명
저자소개
책속에서
1. 신비한 꿈
조선 제16대 임금 인조 대왕 때, 한양성 안국방(安國坊: 현재의 안국동.)에 한 재상(宰相: 조선 시대에 임금을 돕고 모든 관원을 지휘하며 감독하는 일을 맡아 보던 2품 이상의 벼슬. 또는 그 벼슬에 있던 벼슬아치.)이 살고 있었다. 그 사람의 성은 이씨요, 이름은 득춘이었다.
명문(名門: 이름 있는 문벌. 또는 훌륭한 집안.) 세가(世家: 여러 대를 계속해 나라의 중요한 자리를 맡아 오거나 특권을 누려 오는 집안.)에서 태어난 이득춘(李得春)은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한데다가 학업에 힘써 시와 문장이 뛰어나 온 나라에 그 이름을 널리 떨쳤다. 또한 득춘은 무예와 재주에 덕성까지 갖추어 아무도 그를 따르지 못했다. 이런 그는 소년 시절에 과거[科擧: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관리를 뽑을 때 실시하던 시험. 중국에서는 수나라 때에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 9년(958)에 처음 실시해 조선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문과, 무과, 잡과 등이 있었다.]에 급제해서 벼슬길에 나가 내외 관직을 두루 거쳤다. 마음 씀씀이가 너그럽고 재주가 뛰어난 득춘은 벼슬이 이조 참판[吏曹參判: 조선 시대에, 육조 가운데 문관의 선임과 훈봉, 관원의 성적 고사(考査), 옳고 그름이나 선하고 악한 것을 판단해 결정하는 등의 일을 맡아 보던 관아인 이조에 속한 종2품 벼슬. 이조 판서의 아래이다.] 겸 홍문관 부제학[弘文館副提學: 조선 시대에, 삼사(三司) 가운데 궁중의 경서, 문서 등을 관리하고 임금의 자문에 응하는 일을 맡아 보던 관아인 홍문관의 정3품 당상관 벼슬.]에 이르렀다.
“그분은 능히 재상이 될 만하셔.”
“누가 아니래나. 그분은 벼슬자리가 올라 재상이 되셨지만, 늘 처음 같은 마음으로 위로는 충성을 다해 나라와 상감마마를 잘 섬기시잖나. 그리고 아래로는 자애롭고 어질게 우리 백성을 잘 다스리고 계시니, 그분은 하늘이 내린 재상이신 게야.”
이렇게 온 나라에서 이득춘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이득춘을 상공[相公: 재상(宰相)을 높여 이르던 말.]이라고 불렀다.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는 이 상공에게도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부인 강씨와 결혼한 지 40년이 되도록 슬하에 자식(子息: 아들과 딸.)이 없었던 것이다.
상공 부부는 틈만 나면 정성을 다해 기도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天地神明: 천지의 조화를 주재하는 온갖 신령.)께 비나이다. 저희를 어여삐 여기시어 자식을 점지(점지: 신령님과 부처님이 사람에게 자식을 갖게 해 줌.)해 주옵소서.”
상공 부부는 영검(靈검: 사람의 기원대로 되는 신기한 어떤 징조를 경험함.)이 있다고 소문난 곳이라면 전국 방방곡곡 안 가 본 곳이 없었다. 그러면서 세월을 보냈지만 바라고 바라는 자식 소식은 감감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상공이 외당[外堂: 사랑(舍廊). 집의 안채와 떨어져 있는, 바깥주인이 거처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곳.]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상에 팔을 괴고,
‘왜 아직도 자식 소식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깜박 졸았다.
상공은 외당에 혼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연한 바람이 불더니 외당 마당에 하얀 안개가 스르르 깔렸다.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상공이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하얀 안개 속에서 한 스님이 나왔다. 미투리를 신고 삿갓을 쓴 스님은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상공 앞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을 본 상공은 크게 놀랐지만 너무 신비한 모습이라 아무 소리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