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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고전 > 우리나라 옛글 > 산문
· ISBN : 9788984282421
· 쪽수 : 552쪽
책 소개
목차
겨레고전문학선집을 펴내며
만고에 으뜸 정사, 천하에 으뜸 도적 - 기문총화
이 판서 내외의 용력 / 토정 이지함의 도술 / 이경류의 의기 / 문청공의 청백 / 망신당한 부제학의 종씨 / 이덕중의 의리 / 암행어사 박문수 / 용호영 장교의 기지 / 신여철의 뱃심 / 선전관과 유생 / 이장곤과 백정의 딸 / 과거 길에서 만난 여종 / 우하형과 여종의 인연 / 십 년 쌓은 공 / 노정과 선천 기생 / 아들 하나에 두 며느리 본 권 진사의 꾀 / 황인검의 강직한 성품 / 처녀의 원한을 풀어 준 조현명 / 아전 노릇을 한 서울 유생 / 잠자리 일을 문서로 받은 부인 / 만고에 으뜸 정사, 천하에 으뜸 도적 / 아전의 꾀에 넘어간 이성좌 / 남의 원수를 갚아 준 유생 / 장붕익의 호걸스러움 / 조태억의 처와 평양 기생 / 됫밥 먹는 종 / 늘그막의 인연 / 허생 이야기 / 그 주인에 그 빈객 / 착한 일 하는 집에 경사가 넘쳐난다 / 범을 쫓아낸 이 참판 / 귀양을 면한 백인걸
금강산에서 별세상을 구경하다 - 파수편
한 가지 약으로 온갖 병을 고친 훈장 / 북도 기생의 연정 / 여종이 고른 남편 / 금강산에서 별세상을 구경하다 / 신선을 알아보지 못한 성현 / 범에게 은혜를 갚은 최 씨 / 중을 혼내 준 이 비장 / 중에게 《주역》을 배운 이식 / 병을 앓다가 도술을 깨달은 이 진사 / 하룻밤에 백 운 장시를 지은 차천로 / 얼룩 위에다 써도 명필 / 제 집 돼지로 남의 제사를 / 여종의 발을 움켜쥐고 매화 만발 / 어릴 적 약속으로 벼슬 얻은 서자 / 이팔청춘 여인도 얻고 재복도 얻고 / 범을 때려잡은 이수기 / 벼슬아치를 살인죄로 잡은 이완 / 아내를 저버리지 않은 김생 / 꾀 많은 아전에게 속아 넘어간 원님 / 은둔해 살다가 털난 신선이 된 선비 / 남모르는 덕을 쌓은 윤 공 / 남경에 간 장사꾼 정 씨의 일확천금 / 비단 치마에 그림을 그린 정선 / 금강산에서 만난 일본인 / 우여곡절 끝에 인연을 만난 염시도 / 영랑호 은자, 설생 / 범을 감동시킨 효자 / 돈 항아리를 서로 양보한 두 부인 / 다락에서 노래를 부른 도적 / 원님을 꾸짖어 쫓은 열녀 / 기쁜 소식을 알려 준 곱사 말 / 우연히 맞은 꿈 / 십 년 《주역》을 읽은 이생 / 마흔 살에 공부를 시작한 채생 / 말소리만 듣고도 병을 아는 신만 / 관청에 고소하여 주인의 원수를 갚은 개 / 도둑을 잡아낸 원님의 꾀
내시의 안해 - 잡기고담
어의도 꼼짝 못하는 무당 의원 / 호걸스러운 종 / 원수 갚은 두 처녀 / 도적 재상 / 내시의 안해 / 십만 대군을 거느린 도적 / 청초도의 신기한 조화 / 영험한 점술 / 밝은 눈 / 의로운 기생 / 남의 시 조롱하기 / 은혜 갚은 까치 / 누명을 벗은 과부 / 눈치가 발바닥인 서생 / 굶어 죽은 가짜 절도사 / 동료 속이다가 천벌받은 유생들 / 송시열을 몰라본 무관
《파수편》, 《기문총화》, 《잡기고담》에 관하여 /김세민
원문
리뷰
책속에서
내시의 안해
내가 본디는 서울 양인 집 딸이라우. 일찍이 부모를 잃고 외삼촌 댁에게서 컸는데 외삼촌댁이란 사람은 나를 불쌍하게 여기거나 귀여워한 적이 없었다우. 그래서 나를 내시에게 시집보냈지 뭐유. 첫날밤에 옷을 벗고 한 이불 안에 누워 같이 자는데 내 몸을 어루만지고 입을 맞추는 게 아니우? 나이가 겨우 열여섯 살이던 때라 남녀가 한자리에 들어서는 그저 이렇게 하는 것이려니만 여겼다우.
그 뒤 차차 세상 물정을 알게 되자 점점 싫어나는데 날이 갈수록 심해집디다. (...) 가만히 생각해 볼수록 비단옷이며 흰 쌀밥이 내게 무슨 상관이겠수. 초가지붕 아래서 베 이불을 자고 나물죽을 나누어 먹더라도 진짜 사내와 사는 게 사실 인생의 더없는 낙이 아니겠수? (...) 그래 계책을 정하고 몰래 입을 만한 옷들을 꿍져 놓고 비단과 가벼운 보물에다 은 수백 냥을 한데 넣어 이고 가기에 알맞춤하게 보자기에 쌌다우.
내시가 대궐에 숙직을 서는 날을 타서 첫 새벽종이 울리자마자 몰래 빠져나왔다우. (...) 평생 문밖을 나서 보지 못한 몸이 지름길을 알 턱이 있나. 그저 큰길을 따라가는 판이었구려. 동작 나루를 건너고 보니 마음이 조금 놓이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우. '내가 비록 처녀의 몸이기는 하지만 이미 머리를 얹었는지라 누가 나를 본처로 맞겠느냐. 첩밖에 될 수 없으나, 그렇다고 본래의 투기를 받으며 사는 것은 죽어도 못할 일이다. 그러니 장차 누구한테 시집을 가야 하누.'
그러다가 홀연 중을 택하여 그를 따르려는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우. (...) 곰곰이 생각을 굴리는 동안 어느 사이에 여우 고개를 넘었는데, 이때 갑자기 어떤 중이 앞에 가는 게 눈에 띄질 않겠수. - 본문 381~38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