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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87985565
· 쪽수 : 276쪽
· 출판일 : 2008-08-12
책 소개
목차
♣ 나무소년을 만나기 전에
1. Accidents 사고
2. Birds 새
3. Favorities 내가 좋아하는 것들
4. Evidence 증거
5. The Backseat 자동차 뒷좌석
6. Cypress Avenue 사이프러스 길
7. Pictures 사진들
♣ 나무소년을 만나고 나서
리뷰
책속에서
눈이 흐리멍덩해질 때까지 흰 벽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벽을 들여다보면 엄마가 손을 댄 곳엔 밝은 자국들이 있다.
그 자국들은 엄마 말고는 줄곧 아무도 만지지 않은 것들이다.
자국 하나를 찾으려면 꽤나 시간이 걸린다.
찾고 나면 그 자국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고
바로 그게 엄마가 지금도 여기에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거다.
그 자국이 빛나기 시작하면 곧 마음속에서도 빛이 나는 걸 느끼게 된다.
알 수 있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걸 말이다.
분명 그 자국을 만져 보고 싶을 테지만 만질 수는 없다.
그러면 그 자국이 도망가 버리니깐.
문제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지는 데다
누나가 온통 쓸고 닦고 해서 그 자국들을 다 지워버린다는 거다.
- 본문 p.22
엄마는 화창한 날 결혼을 하셨다고 한다.
잔디밭에서 야외 결혼식을 올렸는데 잔디 알레르기가 나서 엄마는 내내 재채기를 하셨단다.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슬퍼 보였지만 엄마는 다 알레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나는 이미 거기 있었다. 엄마 뱃속에 말이다.
엄마는 결혼식 내내 아기가 배를 걷어차는 걸 느꼈다고 했다.
아기는 결혼식 내내 발길질을 하다 엄마랑 아빠가 키스를 나누는 순간에 멈추었단다.
나는 어디에 있었는데? 엄마에게 물었었다.
너는 저기 나무들 위에 있었지. 엄마가 말했다.
지금 나는 그때 거기 나무들 위에 앉아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나는 행복했다.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다니며 다른 가지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나뭇가지들에 긁혀
내 팔이랑 다리에 상처가 나곤 했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니깐. 난 빨간 상처들을 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아직 난 진짜 내가 아니라서 상처들을 느낄 수는 없었다.
나는 그저 여기저기 나무 위를 떠다니는 엄마의 일부였으니깐. - 본문 p.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