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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0396662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1장 영웅에서 도둑으로
2장 패배의 위기
3장 그런 건 없어
4장 호랑이의 눈
5장 이상한, 더 이상한, 최고로 이상한
6장 여러 가지 일
7장 완벽한 타이밍
8장 째깍째깍
9장 메시지
10장 너도밤나무
11장 정직한 변호사
12장 진짜로
13장 속아 넘어가다
14장 봉급
책속에서
벤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두 손을 한 데 모아 테이블에 올렸다. 벤은 노인이 볼 수 있을 만큼만 빠끔하게 손을 벌렸다.
“저한테 이걸 주셨어요, 그날 아침에요.”
노인은 잠깐 그 물건을 들여다보더니 헉 숨을 내쉬었다. 휘둥그레졌던 눈이 벤의 얼굴을 바라볼 때는 실눈이 되어 있었다.
“너냐? 네가 새로 온 수위야?”
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제 왼쪽 어깨너머 구석 저 쪽에 있는 키 큰 남자 보이시죠? 살짝만 보세요. 그 사람이 새로 온 수위 아저씨인데 킨 할아버지는 저 사람을 믿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제게 이걸 주시면서 학교가 무너지지 않게 지켜야 한다고 하셨고요. 전 그렇게 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벤은 금화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톰 벤튼 노인의 눈은 여전히 실눈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나쁘지는 않아요. 제 생각에는요. 그냥 시작 단계예요. 저희는 이런저런 걸 찾고 있어요.”
노인의 눈이 다시 둥그레졌다.
“저희? 저희가 누구냐?”
“저랑 친구 한 명요. 정말 똑똑한 애예요. 전 도움이 필요하거든요.”
“흐음…….”
노인은 잠시 생각에 잠겨 말을 멈추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뭘 찾았는데?”
“단서 목록요.”
톰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나도 그걸 찾았지. ‘상갑판 선체 중앙부’에서. 커다란 열쇠도 있었고.”
이제는 벤의 눈이 휘둥그레질 차례였다. 벤은 숨을 헉 들이쉬었다.
라이먼 아저씨는 오만상을 찡그리더니 이렇게 내뱉었다.
“도서관에서 네가 쓴 속임수는 참 깜찍했다.”
“깜찍해요? 아뇨, 그건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거였어요. 가짜 명함을 써서 보트 중개상인 척 지난주에 벤네 보트를 염탐하고 다닌 일 있죠? 깜찍한 건 그런 거예요.”
질이 조곤조곤 말했다.라이먼 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오랫동안 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벤은 남자의 눈에서 어떤 표정도 읽을 수가 없었다. 꼭 뱀의 얼굴 같았다.
그러더니 다시 고개를 돌리면서 느닷없이 아저씨가 미소를 지었다. 입을 열었을 때 아저씨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날카롭고 냉소적이었다.
“음, 무얼 하려고 들든 간에 너희 꼬맹이들은 가서 신 나게 노는 게 나을 거다, 알았지? 가서 지칠 때까지 뛰어놀아. 삼 주만 지나면 여기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 테니까. 커다란 구멍 말고는.”
“그건 그때 가 봐야 알죠.”
질이 대꾸했다. 그러더니 매서운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지으며 벤에게 말했다.
“가자, 벤. 우리는 수업이 있잖니.”
벤은 질을 따라 걸어가다가 갑자기 홱 돌아서서 소리쳤다 .
“저기요, 라이먼 아저씨, 잠깐만 기다리세요.”
남자가 설비실 문간에 멈춰 섰다. 벤은 돌아가서 재킷 주머니에서 바나나 껍질을 꺼내어 카트에 실린 쓰레기통에 넣었다. 이윽고 벤은 수위를 똑바로 올려다보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