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의 지구

제1부
암호보관창고
부소산에서 구구단을 외우다
공전하는 지구, 시를 쓰다
주남저수지에서
게들 앞으로 걷다
하루살이들 열반에 들다
가을, 텃밭에서
봄, 야유회를 가다
초봄의 산행
아카시아 꽃 피다
내 마음의 세발자전거
샛강을 걷다
채소씨를 뿌리며
낡은 신발을 태우다
성산패총을 지나며
눈 내리는 휴게소

제2부
기쁜 장례식
노인정이 있는 장천항
매화나무에 나이테 만들어지다
봄날은 간다
여름 철새가 되고 싶다
노인과 아이
소년은 돌아왔다
싹을 틔우다
오월, 우포늪에서
상추, 꽃을 피우다
돼지들 트럭에 실려가다
먼지와 꽃을 피우다
붉은 밤나무
거미줄에 걸린 자동차
그 할머니의 양파
할인점, 마네킹

제3부
시골을 끓이며
우포늪에서 휴대폰을 잃다
무덤이 여자를 만들다
아버지의 초상화
죽은 시인에게 이메일을 보내다
헬리콥터 날아오르다
동백꽃 떨어지며
겨울, 강가에서
고인돌 공원에서
내 몸속의 지구
신호등을 고치다
법화경 외우는 밤
오래된 급수장

제4부
그녀의 알밥
황토를 바르다
강물 속에서 살다
휴일, 공단 거리에서
장마, 저녁의 풍경
나비의 꿈
수정리에서
은행잎 떨어지다
벚꽃 핀 도서관에서
새벽, 강가에서
가을, 산에 비 내리다
우체국이 헐리다
붉은 집
배를 만들다
벌레알 부화하다

해설 / 여태천
시인의 말

내 몸속의 지구

지난해 봄 아내는 내 몸에
두릅나무 한 그루 심어 놓았다
봄이 오자 내 겨드랑이와 다리,
허리에서 두릅나무 새순 나온다
아내와 아이들 새순 잘라 먹더니
혈관엔 새파란 피가 돌고 있다
아이들 두릅나무 잎을 따
햄스터며 토끼와 함께
내 몸속에 넣어 동물원 만든다
아내는 내 몸에 밭을 만들어
채소씨 뿌리고 있다
내 몸속엔 지구의 모든 채소들과
싱싱한 과일들이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