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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3900255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2-07-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프롤로그>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게 보여.
이런 건 보통 무서운 거잖아.
흡혈귀…….
사람들은 그 존재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어.
라디오 방송에서도 온통 흡혈귀 이야기뿐이야. 아마 조만간 흡혈귀만 다루는 페이스 북 홈페이지도 생겨날 거야.
12월 31일, 지난해 마지막 날 한 아줌마가 흡혈귀를 처음으로 보았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동네 슈퍼에 가던 길이었대. 집 앞 골목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아주 날카로운 쇳소리 같은 게 나더래.
“꼭 굉장히 화가 난 앵무새 소리 같았어요.”
아줌마는 그 소리를 이렇게 설명했어.
어디서 새가 날아가나, 생각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새가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형체가 자기 쪽으로 날아오더라는 거야.
주변이 아직 어두운 데다 머리 바로 위에 떠 있어서 형체를 정확히 알아볼 수는 없었대. 확실히 보이는 것은 손뿐이었다고 해. 기다랗고 삐쩍 말라서 꼭 해골 같았대. 그런 손이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지 뭐야.
그 손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이 무언지 알아챈 순간, 아줌마는 공포에 휩싸여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래. 그건 바로 ‘피’였어.
피가 흠뻑 묻은 해골 같은 손이 바로 눈앞에서 이리저리 뒤틀렸어.
아줌마는 당장 도망가고 싶었지. 하지만 그 손이 무서운 주문이라도 건 것처럼, 그 자리에서 꼼짝 없이 굳어 버린 거야.
그러자 마치 목을 꼿꼿이 세우고 있던 코브라가 공격하듯, 한쪽 손이 아줌마를 향해 달려들었어. 바람이 휙 일더니, 바로 그 순간 죽은 사람처럼 창백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 아줌마는 잔뜩 겁을 먹고 말았어.
그 얼굴은 아줌마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 보였는데,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무서운 미소였지. 검은 눈동자에는 초점이 없었고, 어딘지 모르게 죽은 사람의 눈 같았대.
이 무서운 존재가 뭔지는 몰라도, 자기를 들어 올려 어딘가로 데려갈 것만 같더래. 순식간에 온몸의 힘이 쭉 빠지면서 무릎이 꺾이고 말았지. 어쩔 도리 없이 땅에 풀썩 쓰러지자 그 형체가 바로 위로 다가왔어.
정신이 점점 흐려지는데, 누군가 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어. 아줌마가 지갑을 놓고 나간 것을 알고 남편이 다급히 쫓아 나온 거야.
아줌마는 인터뷰에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어.
“운이 좋았지요. 하지만 사실 겁주는 것 말고 어떤 해를 끼칠 수 있었겠어요? 성미가 아주 고약한 유령일 뿐이에요.”
아니, 그건 유령이 아니야.
난 그 존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