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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야기
· ISBN : 9788993985795
· 쪽수 : 512쪽
· 출판일 : 2012-06-3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이지훈을 기억하며
1부 에세이
NeGA file
왼손으로 만든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
내 잃어버린 시간의 어딘가에서
흔들리는 샘물 앞에서 자기도취에 빠지는 나르시스
무한한 해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위하여
섬광 같은 우연들이 우리의 삶을 영원한 백지로 만들 수 있도록
주저함 없는 들이킴으로 조금씩 더 강렬해지게끔
영화, 삶의 경험과 느낌들, 그리고 사랑. 그 자체만을 위한 그것에 영원히 빠져 있기를
현실계의 충실한 파트너, 또는 독단적이고 근본적인 나만의 유희
오만과 순수를 빗겨 거침없이 뒹굴며 더러워지다
더 이상의 미로는 존재하지 않을 가장 복잡한 미로는……
가슴이 아프다 너 목이 메되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는 나의 아들이여……
그날 그 여름 한밤중의 설악산에서 체험한 비밀
O양 비디오와 도그마 95, 순수의 서약
술보다 더 취했던 한 조그만 콘서트에서
어쩌면 세상엔 우리가 모르는 힘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다시 쓰는 악마의 원칙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할 것인가
신비의 섬 마라도에서 생긴 일
그때도 충분히……
Theme
구멍 이야기 ― 구멍만 있으면 됩니다
편집 이야기 ― 주관성을 담보로 잡은 편집 미학, 어디까지 열릴 것인가
환절기 ― 전위: 짧은 순간의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꿈꾸고 선점하다
1 ― 항상 1등인 영화, 수줍게 대담한 나만의 기준
엽기 ― 고상함은 악취미의 기괴한 미소로 인해 후퇴한다
하드고어 ― 신체 훼손의 인류학, 야만의 복귀와 죽음의 공포를 벗어던지기 위한 쾌락
우주 그리고 영화 ― 우주의 시간: 영화를 본다는 것은 광속에 근접하는 시간여행이다
상상동물 이야기 ― 숭배, 외압, 성스러운 폭력, 불사의 희구, 악마성
영화 속의 전설과 영웅들 ― 전설과 영화는 동일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다
쌈마이 ― 쌈마이 ‘정신’의 부활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쁜 영화
무식한 저개발의 기억 / 기차를 잘못 탔다? 그래서 어쩌라고? / 송구영신? 허튼소리 / 그녀의 눈은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 / 괜찮다, 괜찮다, 막 나가도 괜찮다…… / 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 그렇게 사는 건 뭐 쉬워 보이나? / 오독? 정보화 사회에선? / 한순간이다 / 유오성, 장동건, 송강호, 양택조 / 어차피 버둥거리는 인생이다 / 잊혀지지 않는 마지막 눈길 / 세상엔 키 큰 사람도 키 작은 사람도 없다 / 나는 잘생긴 천재 / 세상의 모든 머리 아픈 아침 / ‘휙’ 허공을 가르던 치와와 / 다가오지 마 / 우리에겐 영웅이 필요하다 / “괜찮니?” / 듬성듬성 살자 / 나 오늘은 술 마시기 싫어 / 문명이라고? / 무슨 근거로? / 모두 각목 들어! / 뭔가 날려주고 싶다 / 그게 다 기억이었을까 / 으아, 죽음이야 / 얼굴 좀 보자 / 지식의 미로 / 난간 극장의 비밀 / 나의 배냇저고리 / “결혼은 언제 해야 돼요?” / 수군수군 쑥덕쑥덕 / 역시 문제는 상상력이다
DVD 천일야화
너 이 영화가 무섭니? / “여러분들에게도 저런 순간이 있었습니까” / 수다쟁이 스페셜 피처 /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 무서운 영화 / 돈 안 나오면 형들이 맞는 거예요 / 연희의 두 개의 결혼 / 예쁜 사랑 영화의 아이러니
딸년이랑 테레비 보기
최고의 권모술수 / 류승범을 사랑할 수 있었던 이미숙 / 마루치와 뿡뿡이 / 미자 씨, 화이팅! / 방글라데시의 비밀 / “눈” “아니, 눈” “눈이라니까!” / [올인]과 [눈사람]의 차이 / 기관총 사수의 미소
편집장의 말
어느 날 화장실에서 / 출근길의 그녀 / 천국과 지옥 / 평생 숙원 사업 / 히말라야의 염원 / 할머니의 투신자살 / 천국에 오르는 계단 / 빨래 너는 남자 / ㄱㄴㄷㄹ / 어느 봄날의 칠순 잔치 / 인터뷰 블루스 / 왕자 콤플렉스 / 대신맨의 비애 / 에이씨…… / 자전거를 탄 풍경 / 정은임 / [파리의 연인] / 유승민은 누구인가 / 인
도의 폭소 클럽 / [빈 집] 베니스 수상 / 추석 여행 / 자크 데리다 / 짐승 /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 / 동창 모임 / 다른 기준 / 배용준과 아줌마 400명 / 개편 / 화장실 / 당신을 혼내줄 거야 / 콘클라베 / 월드컵 / 콩순이 컴퓨터 / 신문선 / 한반도 / 박치기 / 월미도 / 불행한 그녀 / 말 / 관악산 / 감독 / 전설 / 서커스 / 숨은벽 / 벤허 / 아버지 / 델마와 루이스 / 배창호 / 1969년 여름 / 결핍 사랑 / 006과 미녀 / 퍼포먼스 / 성형
이지훈의 어퍼컷
짱다운 짱이 되어라 / 말보다 앞선 세상 / 살거나 또는 죽거나 / 시사회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더욱 어두워진 기사들 / 듣고 달리고 보고 달리고 / 영웅이여, 보이지 않는 곳으로 / 포뇨의 웃음, 대범한 웃음
2부 비평
영화 읽기
[나쁜 피] ― 부유하는 자유로움, 그 속의 슬픔과 희망
시간으로 읽는 영화 ― 시간의 해체, 영화 예술의 본질 회귀
[데드 맨] ― 이탈된 시공에서 맛보는 죽음의 형상
[L.A. 컨피덴셜], [타이타닉], [아미스타드] ― 그들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롤라 런] ― 다른 무엇도 아닌 세계의 끝을 향해 롤라는 열심히 뛰어간다
[춘향뎐]과 [철도원] ― 우리에게, 그리고 그들에게 부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플란다스의 개]와 [반칙왕] ―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과연?
[아모레스 페로스] ― 나는 좀더 실패해야 한다
[패닉 룸] ― 데이비드 핀처의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 사건번호 1109호에 관한 메이저, 마이너 리포트
[살인의 추억] ― 봉준호 감독은 어떻게 걸작을 만들었나
[매트릭스 2 ― 리로디드] ― 두 번째 [매트릭스]가 얻은 것과 잃은 것
[아비정전], [동사서독] ― 장국영, 세상에 초연한 얼굴
감독론
로만 폴란스키 ―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시네아스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정서적 무기력증의 냉철한 분석가
스탠리 큐브릭 ― 관습과 전통의 심각함을 꿰뚫는 투명한 냉소
아벨 페라라 ― 20세기 후반 숨겨진 현실의 절망적 직관자
우디 앨런 ― 뒤틀기와 집착의 거울에 투영되는 삶의 국면들
테리 길리엄 ― 상상력이 응집해낸 시공간의 도피주의
관금붕 ― 정밀한 시선으로 포착되는 역사 속의 여성
데이비드 린치 ― 파헤치고 제거하기, 그 당혹스러운 혁명의 낭만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 삶을 지속시킬 마지막 이유를 찾기로 한다
쿠엔틴 타란티노 - 살다 보면 마주치는 황당하고 흥미진진한 세계
존 부어맨 ― 단 한 번도 실행된 적이 없던 것의 반복을 조롱하며
닐 조던 ― 자멸감으로부터 사악함으로, 그리고 다시 꿈으로
뤽 베송 ― 그는 플래시백하여 다시 시작하고 있다
팀 버튼 ― 이상하다, 나는 왜 그의 영화를 보며 세상이 더 넓고 깊다고 생각하는 걸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 상상의 대지에서 모호한 안식을 꿈꾸다
휴즈 형제 ― 그들은 어떻게 사회를 위협해왔나
야마시타 노부히로 ― 해법은 참 작은 세계 속에
단평
[가베] ― 내러티브와 이미지의 경악스러운 화해
[퓨너럴] ― 붕괴되는 삼각형, 멀어져가는 공산주의를 바라보다
[크래쉬] ― 균열체를 바라보다, 균열체로 파고들다
[다크 엔젤] ― 객석에 앉아 귓속말로 속삭이는 악마
[내가 쓴 것] ― 오독, 상상, 해석, 주체의 부재, 그리고 우리가 쓴 것
[딥 임팩트] ― 이데올로기의 충돌, 그리고 소년들의 승부
[슬라이딩 도어즈] ― 슬랑이딩 도어즈를 여는 네 개의 열쇠
[스크림] ―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씬 레드 라인] ― 도인의 해탈인가, 바보의 낙서인가
[주유소 습격사건] ― 무정부주의적 평등주의, 그리고 일상과 유희의 프로메테우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 그들은 광기를 체화한 마계의 괴물들이다
[인사이더] ― 마르쿠제의 비판적 사유와 분통 터지는 제프리의 아내
[나인 야드] ― 지미의 아내가 오즈의 아내, 그리고 캐나다와 튤립
[섬] ― 엽기와 평화의 공존, 그 긴장감에서 아름다움이……
[백치들] ― 혁명을 가장한 게으름
[오! 수정] ― 홍상수는 점점 더 이상한 방법으로 도를 닦고만 있다
[춤추는 무뚜] ― 컬트가 될 구석이 있는 하층계급 영웅 이야기
[미션 임파서블 2] ― 부담스러운 희생정신만이 가득한 유치원 놀이터
[공동경비구역 JSA] ― 해방된 연출 감각은 보이지 않는 춤을 춘다
[미 마이셀프 앤 아이린] ― 뻔뻔스럽지만 행복하게 해주는 배설 쾌감
[왓 라이즈 비니스] ― 장르의 중첩 속에 진실을 향하는 영화적 어드벤처
[나쁜 남자] ― 폭력은 그들의 도덕이자 순결이다
[해안선] ― 빨리 찍기 또는 대충 찍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레미의 다빈치 ‘잘못 읽기’와 관객의 [내가 쓴 것] 잘못 읽기는 모두 ‘창의적인 오독’이다. 원작자의 의도와는 별개의 해석을 내리는 오독은 종종 정독이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상상을 열어줄 뿐 아니라 흔히 맛볼 수 없는 재미를 준다. 오독은 작품 자체와 정독 비평을 동시에 재료 삼아 완전히 엉뚱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낸다. [내가 쓴 것]의 착각된 오독은 풍성한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어린 시절의 변사는 ‘그릇된 간섭’으로 영화에 이상한 묘미를 부여한다.
작가가 전화를 했다. “인터뷰 해주실 거죠?” “그런데요, 영화 기자들도 다 자기 전문 분야가 있는데, 전 액션 전문이 아니거든요.” “괜찮습니다.” 다음 날 카메라가 사무실로 왔다. 뭘 물으려나 질문지 좀 보자고 했다. 종이 맨 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전문가가 아니니 대충 물어볼 것.’ 몇 시간 뒤에 칸 영화제에 관한 또 다른 인터뷰 팀이 왔다. 한국 영화 선전의 의미가 뭐냐고 물어왔다. 이래 가지고 저렇게 된 건데 이렇게 보는 것보단 저게 옳다고 봅니다. “조금만 요약해서 다시 해주실래요?” 그게 이래서 저래서 요건 그겁니다. “저, 조금만 더 짧고 분명하게 다시 해주시죠.” 이게 저겁니다. “그것보다는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선전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이렇게 말씀해주시죠.” 난 결국 그쪽에서 준비해온 멘트를 그대로 읽는 앵무새가 돼버렸다. 시대의 화두로 등극한 영화 분야에 있어 아직 세상은 좀 두루뭉술하고 대충대충이다. 작금의 한국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선 좀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잣대들이 있어야 한다. 한국 영화 활황의 의미엔 ‘의미 있다’ 그 이상의 말이 필요하다.
[아모레스 페로스]가 그리고 있는 멕시코는 모두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신질환에 걸린 것처럼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하지만, 그 이름은 위험한 욕망으로 바뀌고 세상과 자기 자신은 늘 그것을 좌초시킨다. 이 공격적인 포기는, 그러나 절망이 극대화됐을 때 도리어 강렬하게 생존을 갈망하며 울부짖는 굉음을 발산시킨다. 이냐리투는 이 지옥의 목소리들을 엘 치보가 추수하게 함으로써 결핍 많은 인간을 직시하고 어떻게든 거기서 행복의 씨앗을 발견해보라고 명령한다. 게다가 각각의 에피소드는 파멸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데, 이에 따라 주인공들은 자기가 시작한 사태에 책임지고 응징을 당한다. 요컨대 묘하게도 강렬한 처벌의 이미지로 일관한 이 영화는 주인공들을 극이 끝나기 전에 이미 정화시킨다. 최초의 시퀀스에서 죽어가던 코피는 장난스러운 농담처럼 등장한다. 잠시 후 녀석이 왜 죽어가는지 알게 됐을 때 침울함이 넘쳐흐른다. 그러나 엘 치보가 녀석을 거둬들여 함께 걸어갈 때 관객은 밀약과도 같은 희열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