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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정은숙 (지은이)
  |  
로담
2012-01-14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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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종

책 정보

· 제목 : 복종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180
· 쪽수 : 200쪽

책 소개

정은숙의 로맨스 소설. "모든 것을 망치기 전에 내게 와. 내게 모든 걸 맡겨." 악마의 주술. 그녀를 무력화시키는 달콤한 속삭임을 거부할 수 없었다. 굴종이라고 해도 좋았다. 얼빠진 여자라고 해도 좋았다. 그래서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분명히… 그녀는 그를 원한다. 완벽하게 패배하고 그에게 복종하는 걸 원한다.

저자소개

정은숙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출간작 : [뒤바뀐 남편], [뒤바뀐 남편 (무삭제판)], [술 먹으면 미녀], [Deep], [칸과 나], [도깨비 신부], [뜨거운 것이 좋아], [홍염], [청홍], [복종], [참을 수 없어], [왕의 마녀], [위험한 계약], [블랙 데이의 맞선남], [키스데이의 짐승], [무일 (無日) (홍염 외전)], [완월], [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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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하아아.
간신히 숨을 죽여 한숨을 잘게 쪼개 토해내는데 서영은 안간힘을 다 썼다. 이 얼마나 바보 같은 모습이란 말인가. 그녀를 자극하려는 의도를 뻔히 알고 있는데도 막을 수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이 무기력한 모습에 더욱 흥분이 된다.
‘흐읏!’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줄에 결박된 것 같다. 꼼짝하지 않고 서영의 눈에 고정돼 있는 지혁의 시선, 그것이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되어 서영을 칭칭 동여매고 있다. 무력하게 고정된 몸, 그 아래서 지혁의 손은 마치 자유를 얻은 탈옥수처럼 거침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밤, 야음 아래 움직이는 야행성 동물처럼. 은밀하고도 음험하게. 빠져나갈 길 없는 궁지로 먹이를 몰아넣는다.
덫.
포획.
마침내,
잡혔다……!
“으흑!”
지혁의 손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민감한 살을 건드리자 감각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구쳐 올랐다. 이보다 더한 곳도 희롱 당했다. 하지만 맨살과 맨살이 닿은 것은 처음이다. 그의 손가락이 사냥감을 찾아 어둠 속을 헤매는 거미처럼 느리고 정확하게 부드러운 살 위로 토독 토독 발자국을 찍는 것을 예리해진 감각이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 감각이 심장으로 전해지고, 그로 인해 체온은 급상승한다.
피하고 싶다. 그 찌르는 듯한 눈길에서 도망치고 싶다……! 서영은 꺼져가는 힘을 모아 마지막으로 저항했다.
“……시계탑에 세워진 펜트하우스는 처음 봐요. 사면 외벽에 시계를 설치한 건 당신의 주문인가요?”
조금이라도 그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서영은 지혁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시계 바늘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지혁의 눈길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혁은 여전히 발화물질을 발라놓은 것처럼 뜨거운 손가락으로 정확히 지압점을 누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원래는 아파트가 아니라 공장이었어. 공장이 망하면서 개발업자가 고급 아파트로 개축했지. 시계탑을 그대로 두고 그 안을 펜트하우스로 꾸민 건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였어.”
두툼한 손바닥이 허벅지 둘레를 부비다 다시 오금 아래로 내려갔다. 끝나려는 걸까? 이대로……?
“이곳에 들어와 있으면 인생은 정말 덧없는 것처럼 느껴지지. 지금 살아있는 것. 지금 현재에 충실할 것,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돼. 바로…… 지금처럼.”
끝나지 않았다.
발목으로 내려갔던 그의 손이 천천히 모직 치마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허억, 서영이 허리를 접으며 짓눌린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의 움직임엔 더 이상 망설임이 없었다. 말릴 테면 말려보라는 듯, 그가 서영에게 눈길을 맞추며 씩 웃었다.
그녀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지혁은 이미 확신하고 있다. 그리고 서영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것일까? 그와 몸을 부딪치고 있는 지금, 더 이상의 생각은 필요 없는 것일까?
“하……. 으응!”
다마스커스 패턴의 검은색 팬티스타킹이 도르르 말려 내려갔다. 너무나 손쉽게 그의 손에 끌려 내려갔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한 겹 속옷은 남겨놓았다. 그리고 스타킹을 집어던지고, 드러난 서영의 맨살을 부드럽게 쓸어 올리며 상반신을 서영의 것에 밀착시켰다.
거부할 수 없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이 그녀의 젖가슴을 납작하게 짜부라뜨리며 그의 심장 고동을 그녀에게로 전했다.
뛰고 있다. 두 개의 심장이 미칠 듯한 욕망을 토해내며 존재를 알리고 있다. 그녀의 것도 분명히.
지혁은 희소했다. 그녀가 마침내 덫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는 것을 지혁은 이 순간 확신했다. 이제는 붙잡은 사냥감을 맛봐야 할 때. 말랑한 그녀의 흰 살을 들이마시고 짓씹고 싶다. 이대로 그녀를 온전히 삼켜버리고 싶다.
박제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서영의 몸 위로 지혁이 올라왔다. 보랏빛의 실크 블라우스 위로 그의 손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재킷이 어느새 벗겨졌다는 것을 서영은 깨달을 수 없었다. 소매 안쪽으로 들어온 지혁의 손이 너무나 간단하게 그것을 서영의 몸으로부터 분리시켜버렸고, 이어서 블라우스 밑으로 들어온 손은 등을 돌아 브래지어 후크를 톡 풀어버렸다.
브래지어가 스르르 밀려 올라가며 눌려 있던 가슴이 해방됐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얇은 블라우스 아래의 자유일 뿐이었다.
왜 단추를 끄르고 시원하게 그녀의 가슴을 드러내지 않는 걸까?
머리 속에 열이 몰려 폭발 직전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이상하다……. 정말로 독특하다. 아니, 거의 해괴하기까지 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그녀를 희롱한다. 은밀한 부위는 전혀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옷을 모두 벗어던진 것처럼 수치스럽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그것이 서영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얇은 블라우스 아래로 흥분으로 인해 꼿꼿하게 솟아오른 유두의 윤곽이 너무나 선연하게 드러났다. 지혁이 그것을 만족스럽게 내려다보다 이윽고 엄지손가락으로 그 끝을 살짝 튕겼다.
“허억.”
몸이 사정없이 뒤로 휘었다. 마치 그의 손바닥에 올려진 장난감이 된 기분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허벅지 사이가 뻐근할 정도로 조여 왔다.
아아, 이건 말도 안 된다. 자신이 이렇게 음란한 여자였단 말인가.
“하지 말…….”
“정말로? 정말 그만두라고?”
그가 묻는다. 날카롭게 뻗은 눈가에 사악한 장난기가 묻어 있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모습에 서영은 분노보다 수치심을 먼저 느낀다. 그리고 실제로도 지혁이 멈추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그가 그녀를 마음껏 가지고 놀아줬으면 좋겠다. 그녀를 희롱하고, 짓이기고, 철저하게 망가뜨려줬으면 좋겠다……!
“아……학!”
새카맣고 숯이 많은 그의 머리가 서영의 젖가슴께로 내려왔다. 보랏빛 실크 블라우스와 그 아래 고개를 내민 유두를 지혁이 한꺼번에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유두와 블라우스가 습기에 휘감기고, 옷 위로도 느껴지는 말캉하고도 뜨거운 살에 몸 안 어딘가가 활짝 벌어지고 말았다.
아아, 이것. 이 감각.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망각 속에서 흘려 보내버렸던 그것에 전율이 피 대신 몸을 타고 흐르고, 날카로운 통증이 단단히 질러진 빗장 문을 일시에 부수고 지나가며 몸 전체를 와해시킨다.
그의 손가락이 더듬더듬 가슴골 사이를 지나 서영의 턱 끝으로 다가왔다. 굵은 손가락. 불붙은 것처럼 뜨겁고, 땀이 배어나 습기로 번들거리고 있다. 지혁이 그 손끝을 살며시 서영의 입술에 대며 속삭였다.
“핥아.”
입술 끝이 바르르 떨렸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마치 주인에게 포박당한 노예의 모습처럼 굴욕적이다. 주인의 욕망에 반응하고,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그러나…… 그것이 꼭 지혁만이 원하는 것일까? 사실은 그녀도 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 증거로, 입술을 벌려 그녀의 입 안 가득히 그의 손가락을 받아들이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온몸에 치밀어 오르고 있지 않은가.
“싫으면 지금 말해. 물러날 테니까.”
지혁의 목소리 역시 흥분으로 인해 잔뜩 가라앉아 있다. 사포로 한 꺼풀 문지른 것처럼 거친 목소리. 그가…… 그런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싶다. 그녀가 지혁으로 인해 흥분한 것처럼, 그 역시 서영으로 인해 흐트러지는 것을 보고 싶다.
서영은, 순간 일어난 욕망에 굴복하고 말았다. 살짝, 발갛게 달아오른 입술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벌어졌다. 하지만 지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검지와 중지 손가락 끝을 서영의 입술 사이로 밀어 넣었다.
순식간에 밀려들어온 두 개의 손가락이 서영의 입 안을 가득 채웠다. 숨이 너무 가빠서 이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다. 단지 손가락 두 개가 입으로 들어온 것뿐인데도, 숨이 막힐 것처럼 지독한 욕망이 온몸에서 파도를 치고 현기증처럼 밀려오는 흥분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지만…….
하지만 더 이상은 가만있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간만큼은 몸에 새겨 넣은 금욕의 윤리와 도덕이 모두 힘을 잃었다. 날것 그대로의 욕망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서영의 몸을 꼭두각시처럼 마음껏 조종했다.
“으음.”
혀를 내밀어 그의 손끝을 사르르 휘감자 지혁의 얼굴에도 흥분이 깃들었다. 마치 서영의 입안에 밀어 넣은 것이 손가락이 아니라 그의 성기이고, 그를 받아들인 것은 입이 아니라 그녀의 끈적끈적한 질인 것 같다.
음란하고도 음란한 유희. 은밀한 곳으로부터 몇 마일은 떨어진 듯한 이역(異域)의 입구에서, 성교보다 더 짙은 행위가 이뤄지고 있었다. 그저 몸의 작은 일부분을 결합하고 있을 뿐인데도, 몸 전체를 담근 것보다 끔찍한 흥분이 밀려왔다.
“더…… 더 세게.”
지혁이 나지막하게 채근하자 서영이 몸을 살짝 일으켜 세우며 그의 손가락을 이 끝으로 아프지 않게 물었다. 그리고 두 개의 기둥을 혀로 휘감으며 기둥뿌리부터 끝까지 뜨겁게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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