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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386314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12-10-26
목차
시인의 말 5
1부
민들레 치과 12
채송화 13
봄 14
잠자리 15
장마 16
오일장 17
모과나무 1 18
모과나무 2 19
모과나무 3 20
고들빼기 21
장독대 옆 앵두나무 22
물고기 치과 23
삼월 24
시간을 먹는 모과나무 25
2부
오래된 서랍 28
구둣방 털보아저씨 30
종이 32
살구이야기 1 34
살구이야기 2 36
목욕탕 풍경 1 37
목욕탕 풍경 2 39
목욕탕 풍경 3 41
목욕탕 풍경 4 42
목욕탕 풍경 5 43
목욕탕 풍경 6 44
길 1 45
길 2 47
길 3 48
3부
빈집 50
망초꽃 51
개울가에서 52
한여름의 꿈 53
탱자나무를 태우며 54
세탁소 풍경 56
골목 58
폭풍이 지나고 난 뒤 59
가로수 몸으로 말하다 60
담 61
소음들 62
거미 길을 내다 63
구병산 64
겨울비 66
산 67
4부
가뭄 1 70
가뭄 2 72
중이염 73
염전鹽田 74
소싸움 75
감기 76
대청호 77
종기 78
추억 79
다림질을 하며 80
느티나무 1 81
느티나무 2 83
느티나무 3 84
느티나무 4 85
해설●그리움, 길 그리고 침묵으로 말 걸기●권희돈 88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가 촘촘히 박힌 민들레꽃이 탐나 치과에 찾아간 날, 마취주사 한방에 아프다는 말 한 마디 못하고 노란 똥을 싸야했다. 붉은 혈관을 타고 노랗게 흐르던 피, 한참을 흐르고서야 온전하게 꽉 움켜쥘 수 있었던 신경 줄, 한동안 시달렸던 통증 여기저기 하얀 씨앗 묻어놓고 두고두고 씹어 보는
쌉쌀하거나 노랗고 하얀 말. 말. 말.
----[민들레 치과] 전문
운보 집에 갔는데
아주 어릴 적 그 였을 것 같은
채송화를 보았다
햇살 좋은 날
그가 그림자처럼 툇마루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았을 그 꽃을
허리 굽혀 만져본다
엄지와 검지 사이
그가 풀어 놓은 색깔이 묻어났다
채송화인 듯
그림인 듯
바람인 듯 그는 보이지 않고
손끝에선 자꾸만 그의 음성이 묻어났다
운보의 집에 가면
발자국마다
그림이 된다
--- [채송화] 전문
장롱 서랍을 가만히 열고
경전을 듣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다 들춰 꺼내 볼 수 없는 간절함으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며
귀 기울여 보는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르고
차곡차곡 접혀진 세월을 펴보는 일
기쁘거나 혹은 가혹한 일이라도
한 장 한 장 넘겨야만 들리는 법문이라니
서랍은 언제나 닫혀있어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다고 믿었던 어리석음
이제는 찾을 수 없는 흔적들
삶의 무게에 쉽게 흔들리고 지워져도
칸칸이 얌전하게 손잡이를 접고
닫혀있는 서랍은
묵. 언. 수. 행으로 잘 다듬어진
오랜 기다림이다
----[오래된 서랍]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