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견적서 : 로맨스 편

들어가며

1부 설정

1. 로맨스가 시작하는데 필요한 다섯 가지 요소
2. 로맨스가 펼쳐질 두 가지 무대
3. 로맨스에 등장하는 사람

2부 플롯

1. 도입
2. 소개
3. 만남
4, 엮임
5. 임무
6. 성공
7. 균열
8. 봉합
9. 결전
10. 종전

마치며

로맨스 시나리오의 주인공은 아이 같은 어른들 사이에 고립된 어른 같은 아이가, 몸과 마음 그리고 사회-경제적으로도 어른이 되는 과정을 겪어요. 그리고 이 성장은 계급 상승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계급 전복으로도 제시될 수 있지요. 혁명 그리고 로맨스!
그렇다면 로맨스 시나리오의 주인공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주어진 셈이에요. 하나는 사회적인 성공이고 다른 하나는 당연히 로맨스에서의 성공. 그리고 이 두 가지 과제는 전개를 위해 하나로 뭉쳐있는 경우가 많아요. 주인공이 직장이나 업계에서 성공을 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연인과 경쟁을 하거나 협동을 하며 사랑도 키워나가는 거죠.
스토리를 어떻게 짜느냐에 달린 문제이지만, 이 둘 중 하나는 해피엔딩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러니까, 로맨스는 실패해도 된다는 말이지요. 일반적으로 주인공은 연인과 완벽하게 맺어지며 끝나는?것이 평범한 로맨스의 엔딩이라고 여겨지지만 의외로 로맨스라는 장르에서 로맨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성장과 독립이거든요. 주인공은 얼마든지 연인보다 더 높은 신분이 되거나 아예 별개의 주체로 독립해서 언제라도 이 연인을 차버릴 수 있는 지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두 사람의 완벽한 맺어짐이 아닌 긴장 관계의 유지로 끝나는 작품들도 많고요. 관계에서 완벽한 주도권을 획득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그 다음이에요.

애초에 초안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는 프로로 데뷔한 작가들도 흔히 겪는 상황입니다. 시나리오는 ‘썰’과는 많이 달라요. 썰이 순간적인 한 장면, 씬 하나를 소비하는 것에 비해 시나리오는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일관된 논리를 도출해내야만 완성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전개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쌓이고 그 고민에 작가도 영향을 받게 되면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작가의 손을 떠나 자유롭게 흘러가게 되거든요.

저는 이 견적서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지도를 찾고 동선을 짜는 그런 정도의 준비가 되었으면 해요.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 지도가 있으면 편하지만, 지도에 맞춰서 다니라는 법도 없지요. 지도가 있어도 헤매는 경우도 있고요. 여행의 가치는 지도를 얼마나 충실하게 따라갔느냐에 달린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저는 이 책이 창작이라고 하는 세상 어느 무엇보다도 즐거운 여정에서 여러분들에게 표지판 정도의 역할만이라도 해내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