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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91125660682
· 쪽수 : 140쪽
책 소개
목차
누구의 그림일까요? _ 8
1. 나의 살던 고향은? _ 14
2. 일곱 살에 따라 그린 <몽유도원도> _ 22
3. 벼슬길의 꿈을 버린 아버지 _ 30
4. 치마폭에 그린 포도 그림 _ 38
5. 안타까운 외할머니의 죽음 _ 46
6. 손가락을 잘라 바친 어머니 _ 52
7. 연지곤지 찍고 시집가던 날 _ 60
8. 차라리 머리를 깎고 중이 되리라? _ 70
9. 놋쟁반 위에 활짝 핀 매화 _ 79
10. 귀한 아기를 얻을 신비한 꿈 _ 90
11. 나도 밤나무? 너도밤나무! _ 98
12. 떡잎부터 다른 아이 _ 108
13. 한양으로 떠나는 마지막 길 _ 114
14. 아들과 남편을 바른길로 이끌어 _ 122
15. 이 세상과의 영원한 이별 _ 130
책속에서
“큰일이네. 잔칫집에 오느라고 빌려 입고 온 옷인데!”
부인은 집안이 가난하여 밖에 외출할 때 입을 변변한 옷 한 벌이 없었어. 그래서 이웃집에서 비단 치마를 빌려 입고 온 거야. 그런데 비싼 비단옷에 얼룩이 졌으니 보통 큰일이 아니었지. 그냥 돌려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새로 치마를 사 줄 형편은 더더욱 못 되었으니까.
부인은 반찬 자국이 남아 있는 치마를 쳐다보며 한숨을 지었어. 다른 사람들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어. 나는 이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다 슬며시 부인 곁으로 다가가 말했지.
“부인, 걱정 마시고 저를 좀 따라오세요.”
부인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를 따라왔어. 부인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말했지.
“어서, 그 치마를 벗어서 주세요.”
“이 치마를 어떻게 하려고?”
“좋은 수가 있습니다. 잠깐이면 되니까 어서 주세요.”
“……?”
부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가 시키는 대로 치마를 벗어 내밀었어. 나는 치마를 방바닥에 종이처럼 쭉 펼쳤지. 그런 다음 먹을 갈아 붓끝에 듬뿍 묻혔어. 부인은 내가 하는 모양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지.
나는 곧 얼룩진 곳에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 먼저 올망졸망한 포도송이를 그린 뒤 입과 줄기를 그렸어. 얼마 지나지 않아 멋진 그림 한 폭이 완성되었지.
“세상에……. 저, 정말 감쪽같군그래!”
부인은 입이 쩍 벌어져 다물어지질 않았지. 탐스러운 포도송이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 싱싱한 모습이었거든.
“이 그림을 시장에 내다 파세요. 아마 새 치마를 살 만한 돈쯤은 마련할 수 있을 거예요.”
부인은 그 길로 포도송이가 그려진 치마를 들고 시장에 나갔어. 치마 속의 그림을 펼쳐 보이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 그들은 서로 사겠다고 아우성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