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6442829
· 쪽수 : 644쪽
· 출판일 : 2018-03-27
책 소개
목차
2. 대답하지 마십시오. 내 마음대로 생각할 거니까.
3. 있다 못해 흘러넘칩니다, 그 사심.
4. 이혜나 씨도 알겠지만, 난 잘 참는 편이니까.
5. 밤새도록 같이 쎄쎄쎄나 할까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언제나 그랬듯이 사장은 그날도 이불을 뒤집어쓴 채 찌질거렸다.
남들은 보통 3개월, 3년을 주기로 출근하기 싫어지는 위기가 온다는데, 사장은 3주 만에 뺀질거리기 시작했다.
“출근 안 하면 안 됩니까? 어차피 회사에 나가 있으나 집에 있으나 하는 일은 똑같은 것 같은데.”
이건 뭐 교장이 출근하기 싫다며 학교에 안 가겠다는 격이었다.
“가셔야 합니다, 사장님.”
“난 집이 좋단 말입니다. 밖은 힘들어요.”
“평생 집 밖으로 안 나갈 거 아닌 이상 적응하시죠.”
고치에 틀어박힌 누에처럼 이불에 쏙 들어가 있는 사장을 끄집어내기 위해 혜나는 안간힘을 썼다. 이불을 붙잡고 혜나가 사장과 아옹다옹 실랑이를 벌이던 차였다.
“으앗!”
힘에서 밀린 혜나가 이불과 함께 사장에게로 끌려가 반 바퀴를 빙그르르 돌았다. 정신을 차리니 혜나는 침대에 누워 있고, 사장은 혜나의 위에 자리 잡고 있었다. 눈 깜짝할 새 벌어진 일이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남녀가 한 침대에 누워 서로를 마주 보게 된 상황.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혜나는 화등잔만 해진 눈으로 사장을 올려다보았다.
등 뒤로 느껴지는 푹신한 매트의 감촉, 그녀를 가두듯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남자의 존재감.
자연스럽게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박동이 거세졌다. 위기감인지 설렘인지 알 수 없는 감정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
잘생긴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보기는 처음이었다.
‘사람이…… 이렇게 생길 수도 있구나.’
무결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반듯한 눈매와 높은 콧대, 매끄러운 입술.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었다. 그토록 각자 특출한 이목구비가 무엇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리는 게 참으로 경이로웠다.
이윽고 긴 속눈썹이 장막처럼 드리운 검은 눈이 혜나에게로 꽂혔다.
혜나는 표본실의 나비처럼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흑암 같은 눈에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간다.
숨조차 쉴 수 없다. 이 기류가 깨질까 봐.
사장의 얼굴이 점점 아래로 내려왔다. 혜나는 눈을 감았다. 거부해야 한다는 생각은 아예 할 수 없었다.
- 1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