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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26442928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18-04-27
책 소개
목차
Chapter 7. Red And Mad (1)
저자소개
책속에서
얼굴을 덮고 있던 손을 떼자 곱게 눈이 감긴 얼굴이 드러났다. 피곤했는지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나도 미동 하나 없었다. 람은 그녀를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여자의 희멀건 피부에 닿은 시뻘건 안광이 어둠 속에서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과거로 가는 ‘문’이라…….”
조용히 인간 여자를 내려다보던 남자가 음산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여자가 ‘문’을 말했다. 벌써 두 번째로 하는 ‘문’에 대한 언급이었다. 처음은 도망칠 수 있는 ‘문’, 그리고 두 번째는 바로 과거로 가는 ‘문’……. 이 어리석은 인간 여자는 제가 그런 말을 내뱉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 테지.
“발칙한 것.”
인간 여자의 깜찍한 행태에 람은 점점 상황이 재밌어진다는 것을 느끼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는 느릿하게 웃었다.
그는 이내 몸을 돌려 침대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탁자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방 내부가 어둠에 잠긴 탓인지 물을 머금은 뤼미에르 꽃송이들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환히 빛나고 있었다.
탁자 앞에 커다란 장신이 우뚝 멈춰 섰다. 어느새 변해 버린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꽃송이에 못 박혔다. 고운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너.”
람이 꽃에게 말을 던졌다.
“거슬려.”
그는 제 턱을 매만지며 뤼미에르가 놓인 탁자 주변을 한 바퀴 휘익 돌았다. 꽃은 여전히 밝게 빛났다. 그 빛이 마치 인간 여자가 사라질 때 종종 보이던 그 빛 같아서, 람은 심기가 더욱 불편해졌다.
“아무리 봐도 거슬린단 말이지.”
당과를 잔뜩 안겨 줘도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올려다보던 계집이, 고작 이깟 들꽃을 받고 그 애송이에게 그토록 환하게 웃어 주었단 말이지.
환하게 빛나는 꽃을 든 채 꽃보다 더욱 해사하게 웃던 인간 여자의 얼굴이 눈앞에서 쉬이 가시지 않았다. 이깟 것이 뭐라고. 이따위 들꽃이.
“요망한 것.”
람이 씹듯이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검은 눈에서 번쩍 이채가 돌았다. 그 시선에 닿은 하얀 꽃 잎사귀 끝에서 작은 불똥이 일었다. 그 불똥은 조금씩 꽃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더니, 이내 주먹만 한 화마가 되어 뤼미에르를 집어삼켰다.
-3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