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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55114223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15-08-20
책 소개
목차
Chapter 1. 이끌림 9
Chapter 2. 욕심 31
Chapter 3. 허기 49
Chapter 4. 질투 67
Chapter 5. 달콤한 꿈 89
Chapter 6. 뜻하지 않은 인연 119
Chapter 7. 끝나지 않은 터널 143
Chapter 8. 초아 이야기Ⅰ 171
Chapter 9. 건영 이야기 Ⅰ 195
Chapter 10. 초아 이야기 Ⅱ 221
Chapter 11. 초아 이야기 Ⅲ 243
Chapter 12. 건영 이야기 Ⅱ 271
Chapter 13. 초아 이야기 Ⅳ 293
Chapter 14. 건영 이야기 Ⅲ 317
Chapter 15. 재회 345
Chapter 16. 필연 367
Chapter 17. 오직 한 사람 393
에필로그 417
저자소개
책속에서
저 입술에 키스를 하면 어떤 느낌일까?
아무래도 중증인 건 알겠는데 왜 자꾸만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그녀로서도 알 도리가 없었다. 건영이 뭔가 특별히 그녀에게 섹스어필을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그런 여지를 주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대체 왜 이러는 것인지 그녀로서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알았어.”
초아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네?”
건영 역시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도 왜 나에게 잘해 주는지 모른다며.”
“…….”
“그건 알아들었으니…… 팔 놔줄래?”
“나갈 거예요?”
“어?”
“지금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아.”
“나갈 거예요?”
“아니, 그러니까 팔 놔줘.”
그제야 건영이 그녀의 팔을 놓고 뒤로 잠깐 물러났다. 그러다 느닷없이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녀를 확 끌어당겨 안았다. 단단한 그의 가슴에 부딪힌 초아는 커다랗게 눈을 떴다. 잠시 얼얼해하다가 정신을 차리고선 버둥거렸다.
“잠시만요.”
“뭐 하는 거야.”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어 봐요.”
“놔 달라고.”
버둥거리면 버둥거릴수록 그의 팔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아주 잠시면 돼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야겠으니까.”
그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뭐?”
잠시 버둥거리다가 초아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나도 왜 이렇게 심장이 뛰는지 알아야겠으니까,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요.”
심장이 뛴다. 그녀의 귓가에 들리는 심장소리가 그의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았다. 그에게서 들리는 소리면 좋겠다. 그게 자신의 심장에서 나는 소리면 고개조차 들지 못할 것 같으니까.
마침내 건영이 그녀의 어깨를 잡아 살짝 밀었다.
“배고프죠?”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물었다. 초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가 이내 다시 흔들고는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배고프다고 해요.”
“…….”
“아니면 내가 지금 나쁜 짓할지도 몰라요.”
“배고…….”
초아의 눈이 이번에는 더 커다래졌다. 그녀는 휘둥그레 뜬 눈으로 눈꺼풀만 깜빡였다. 그가 입술을 밀어붙인 것이다.
“늦었어요.”
그녀의 입술을 누른 그가 그녀의 입술 위에서 나직이 속삭였다. 초아는 눈만 깜빡이다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저 가벼운 입맞춤이었는데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 같고, 온몸에서 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건영이 반사적으로 몸을 굽히며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아니, 괜찮지 않아.”
초아는 고개를 흔들며 그를 보았다.
“저…….”
“배고파.”
“네?”
“배고프다고.”
“아.”
“그 봉 무슨 파스타, 언제 먹을 수 있는 거야?”
“지금, 곧.”
건영이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뭐 해?”
초아는 그를 똑바로 보았다. 그의 입매는 단단했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 스친 감촉은 예상만큼, 아니 그보다 더 부드러웠다. 아니, 생각해 보니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정말 생각만큼 부드러웠을지 궁금했다.
“아, 그냥.”
“날 굶길 생각이야?”
초아는 그의 입술을 눈으로 핥으며 물었다.
“아뇨, 지금 준비해…….”
몸을 일으키려는 그의 목에 팔을 둘러 확 끌어당겼다. 쪼그리고 앉아 있던 건영은 그대로 그녀에게 무너졌다. 초아는 그의 입술을 가만히 눌렀는데, 건영이 그만 폭주하고 말았다. 느닷없이 숨결이 거칠어지더니 그녀의 입술을 가르고 안으로 들어와 치아를 건드렸다.
혀가 안으로 들어온 것은 그녀에게 참으로 급작스러운 일이었지만 초아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다. 오히려 입을 벌려 그를 맞았다. 물밀 듯 밀려드는 그의 혀가 그녀의 입안에서 꿈틀꿈틀 살아 움직였다.
그의 혀끝이 안쪽 살을 더듬고 깊숙이 춤을 추듯 들어와 구개를 쓰다듬고 동그랗게 그녀의 혀를 휘감아 빨아 당기는 동안 초아는 눈을 감은 채로 그의 입술, 그의 혀, 그의 타액, 그의 숨결을 음미했다.
입안 가득 들어오는 사내의 향기에 취해 기분이 몽롱해졌다. 어느새 초아의 상체가 뒤로 넘어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바닥에 누워 그의 목을 휘감아 안고는 자신의 입안을 구석구석 어루만지는 노골적인 감촉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하아!”
그의 입술이 떨어지고 그 입술이 미끄러진 순간에 와서야 초아는 자신의 모든 숨을 그에게 빼앗기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가슴을 들먹이며 눈을 떴다. 누워 있었음에도 눈앞이 휘청거렸다. 초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사이 그의 입술은 턱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아무…… 아무래도.”
초아는 가슴을 들먹이며 간신히 말을 토해 냈다. 건영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숨결과 입술이 동시에 그녀의 피부에서 떨어졌다.
“밥은 먹어야 할 것 같아.”
초아는 눈을 살짝 감았다가 힘겹게 숨을 몰아쉰 뒤 뜨고는 그를 보았다.
“아, 저런…….”
“미안해.”
허기를 느낀 적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의 기억에는 여태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잠을 잔 기억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굶어도 초아는 허기를 단 한 번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허기를 느낀 것이다. 단지 그의 입술을 조금 맛보았을 뿐인데도 배가 고파 미칠 지경이 되었다.
“배가 너무 고파.”
그녀의 말에 건영이 벌떡 일어났다. 초아는 휘청휘청 상체를 간신히 일으켜 그를 보았다.
“미안해요. 잊고 있었어요.”
“오늘 안에 뭔가 먹을 순 있을까?”
“그럼요. 잠시, 좀 혼란스러워서.”
건영이 허둥지둥했다. 그를 올려다보던 초아의 시선에 불룩해진 그곳이 들어왔다.
“그런 눈으로 날 올려다보지만 않는다면.”
그제야 시선을 들어 건영을 올려다보았다.
“부탁인데, 그런 눈 하지 말아요.”
“알았어.”
사실 정확히 무슨 뜻인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시 허기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의 입술만 가득 들어와 뱃속을 채웠다. 그 맛과 향기가 입안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밖에서 뭘 먹은 거야?”
“네?”
“네 입술 맛.”
“아…… 커피.”
“커피 향이 그런 거야?”
“아마도.”
“달콤했어.”
초아는 몽롱하게 말했다.
“아우, 젠장.”
처음으로 그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와 초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배고픈 거 맞죠?”
건영이 손을 들어 머리를 쥐어뜯으려다 마는 듯했다.
“그래.”
“그럼 그런 눈으로 그런 말하지 말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굽어보다가 확 몸을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무슨?”
초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 그…….”
“네 입술이 달콤했다는 말? 사실인데.”
“헉!”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없어. 그리고 그것도. 다 맛있었어. 커피도, 입술도.”
초아는 건영을 빤히 보았다.
“그러니까 더 배가 고프다고.”
“배가 고프면 제발 좀.”
건영이 발을 동동 구를 것처럼 말했다.
“알았어. 잠시 방에 들어가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