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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550051
· 쪽수 : 184쪽
책 소개
목차
중명전 박 상궁
처음 맛본 가배차
경부선 기차
부산항
아버지
화륜선에서 만난 남학생
블라디보스토크의 동포들
고려인 학교
시베리아 횡단 열차
미행꾼
오얏꽃 서찰
만국평화회의
태평양 건너
리뷰
책속에서
“봄나물 반찬도 못해서 서양 사람한테 부탁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게 말이다, 궁녀란 여염집 사람과 다르잖니. 황제가 계시는 궁에서 일하는 분이니까 네가 이해하렴. 황제께서 아라사 공사관에 머물다가 궁으로 오신 뒤에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미국 선교사나 헐버트 선생님이 돌아가며 음식을 해서 궁으로 들여가는 거고.”
“아, 궁녀가 들고 온 놋쇠 찬합에 큼직한 자물쇠가 달렸던 이유가 있었네요?”
“허어, 자세히도 봤구나. 음식을 담은 후에 잠그고 열쇠는 따로 헐버트 선생님이 가져가지. 직접 황제 폐하 앞에서 열고 드시게 한단다.”
“어쩌다 임금님께서 수라도 제대로 못 드시게 되었어요?”
“우리나라가 미처 힘을 기를 새도 없이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둘러싸여서 그렇단다.”
소만이 책보와 빨아 둔 커튼까지 챙기고 나니 아버지는 인력거를 끌고 나섰다.
“소만아, 타거라.”
“네? 제가 왜 인력거를 타요?”
“오늘은 다른 사람이 타자고 하면 곤란하니 어서 타. 서둘러 가야 한다.”
아버지의 말투가 전에 소만을 혼낼 때처럼 단호했다. 소만은 할 수 없이 인력거 의자에 올라앉았다. 소만이 인력거를 타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버지가 끄는 인력거를 타려니 엉덩이를 바닥에 편히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인력거 옆자리에는 못 보던 큼직한 가방도 실려 있었다.
“미안해할 거 없어. 나 때문에 천 리를 따라왔는데, 내가 미안하지.”
걷지도 못하는 보영 언니가 한사코 가방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소만이 억지로 뺏어 들었다. 가방은 생각보다 묵직했다. 가방 안에는 보나 마나 정혼자에게 전할 편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소만은 보영 언니가 편지를 쓰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애타는 보영 언니의 마음을 적은 편지를 전달해 달라고 아버지께 꼭 부탁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