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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86419847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2-09-26
책 소개
목차
머리글
부마 민주 항쟁, 그때 그 시절을 아시나요?
방학 숙제
1970년대 여름 방학은 어땠을까?
형과 누나
잘살아 보세, 새마을 운동
새로 온 담임
호미를 씻어 걸어 두는 날
효자는 데모 안 한다
웅변 잘하면 고생문이라고
우리 몸에는 빵보다 밥이 좋다
유신 헌법이란 무엇일까?
전화로 온 소식
큰누나와 부른 노래
삼각 우유와 뜻밖의 만남
처음 보는 할머니와 고등어찌개
부산의 공기
유신 철폐! 독재 타도! 부마 민주 항쟁
시월의 편지
리뷰
책속에서
그런데 올해는 아무도 오지 않고 여름이 다 지나갔다. 나만 기다린 게 아니었다. 초여름부터 아버지와 엄마도 새 다리 건너 버스 정류소 쪽을 건너다보느라 목이 늘어날 지경이었다. 새 다리는 원래 새마을 다리인데, 동네 사람들은 줄여서 새 다리라 불렀다.
이달 초에 형은 편지만 보내왔다. 이번 여름 방학엔 도서관에서 공부에 힘쓸 작정이라 못 온다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읽자마자 엄마는 내게 답장을 쓰라고 시켰다.
“명준이는 효자라 절대 데모는 안 할 테니 그것만 해도 얼마나 좋아요?”
그제야 엄마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아유, 데모라니요. 그랬다가는 참말로 자식도 아니지요.”
나도 덩달아 마음이 밝아졌다. 형이 편지를 못 해도 몸이 아프다 해도 데모 같은 나쁜 물이 안 드는 게 최고였다. 나 역시 우리 형만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굳게 믿었다.
“네가 우체부 하면 되지. 부산까지!”
“헉, 내가?”
“네가 키도 엄마만큼 크고 글도 엄마보다 더 잘 쓰고 읽는데, 왜 못 가? 걸어가는 것도 아니고 차가 데려다줄 건데.”
“…….”
“못 갈 이유가 하나도 없잖아. 안 그러냐?”
내가 멍하게 있으니 엄마가 다그쳐 물었다.
순간 당황하기는 했지만 가만 따져 보니 딱히 못 갈 이유는 없었다. 나는 잠자코 큰누나를 보았다. 큰누나도 엄마와 같은 생각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큰누나는 자신감을 북돋워 주었다.
“명호야, 너 형 입학식 때 부산 가 봤잖아? 충분히 혼자 갈 수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