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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249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9-09-3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작가의 말
우리 형은 주몽
수레 만드는 집
꿈이 없는 아이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
조금 달라도 괜찮아
동맹제, 하늘이 열리는 날
비통한 소식
하늘로 간 사람들
낯선 손님
사람을 살리는 수레
넌 할 수 있어
달려라, 무열의 수레바퀴
《고구려 하늘에 쏘아 올린 화살》 제대로 읽기
리뷰
책속에서
우리 형은 주몽
활쏘기 연습장이 시끌벅적하다. 동맹제를 앞두고 실력을 점검하는 대회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열이도 형 유열이를 응원하러 나섰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몽’인 형은, 이번에도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하며 모든 화살을 명중시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무열이는 형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약한 자신과 비교되어 자기 자신이 더더욱 작게 느껴진다.
유열이 형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몽’으로 꼽혔다. 경당의 활쏘기 대회에 나가 날아가는 새를 잡은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박이나 씨름도 잘했지만, 활쏘기만큼은 유열이 형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유열이 형은 어린 시절부터 전장에 나가 공을 세우는 꿈을 키워 왔다. 이번 동맹제를 손꼽아 기다린 이유도 바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고구려는 언제나 전쟁 중이었다. 당나라 태종은 호시탐탐 고구려를 침략할 틈을 노렸다. 고구려만 물리치면 한반도를 손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걸핏하면 육지와 바다, 양쪽으로 공격을 해 댔다. 지난 5월에는 결국 개모성과 비사성, 요동성, 백암성이 당나라의 손아귀에 넘어가고 말았다.
(중략)
동맹제를 앞두고 안시성에서 들려온 승전 소식은 백성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큰 기쁨을 안겨 주었다. 고구려 백성이라면 누구랄 것 없이 한껏 기세등등해 있었다.
유열이 형도 그랬다. 승전보(전투에서 승리했다는 소식)를 듣고는 “역시 고구려군은 최고야. 나도 양만춘 장군처럼 멋진 장수가 돼서 그 누구도 고구려를 함부로 넘보지 못하도록 굳건히 지킬 테야.”라며 의지를 다졌다.
무열이는 유열이 형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폭 내쉬었다. 무예가 뛰어나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형과 달리, 자기는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무열이는 너무나 작고 초라한 자신이 싫었다.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
형과 달리, 무열이의 관심사는 수레에 꽂혀 있다. 눈썰미도 좋고 섬세한 무열이는 아버지를 도와 수레를 만드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동네 아이들과의 놀이에서 그런 취미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둔한 무열이 때문에 축국 시합에서 진 경당 동무들은 무열이를 유열이와 비교하며 크게 책망하고, 마음이 상한 무열이는 속상해하며 홀로 북쪽 성벽을 찾는다. 그때 어디선가 아름다운 뿔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대장간 앞에서 본 얼굴이 하얀 여자아이, 그 아이가 서 있다!
“어? 저 아이는…….”
무열이는 걸음을 멈추고 뿔피리를 불고 있는 여자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지난번에 대장간에서 봤던 그 아이였다. 그 아이는 넓은 들판을 바라보며 뿔피리를 불고 있었다.
(중략)
무열이는 홍화를 빤히 바라보았다. 얼굴이 하얘서 그런지 차가운 바람이 스친 자리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너도 얼굴색이 다른 아이랑은 친구를 안 하니?”
홍화가 자기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무열이를 향해 물었다. 무열이는 머뭇거리다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중략)
무열이가 한참 동안 말이 없자, 홍화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뿔피리를 챙겨 자리를 뜨려 했다.
“넌 활도 못 쏘고 축국도 못하는 남자아이랑 친구 하니?”
무열이 말에 홍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친구가 되는 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렇다면 나도 상관없어.”
무열이 말에 홍화가 환하게 웃었다. 무열이도 왠지 슬며시 웃음이 났다.
무열이가 보기엔 피부색이 하얀 홍화나 사내답지 못한 무열이나, 고구려 사람답지 않은 건 매한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