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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91156753759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23-05-24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4
작가의 말 6
쇠당나귀, 달리다! 11
여기가 대한민국 임시 정부? 22
독립은 빨간 구두처럼 33
김구 선생님의 구구단 수업 44
상화 오빠의 꿈 54
프랑스 공원의 일본인 64
특별한 임무 74
쪼그라드는 용기 84
언젠가 그날이 오면 96
《임시 정부의 꼬마 신부》 제대로 읽기 108
리뷰
책속에서
“우리 아버지는요. 뭐든지 아버지 혼자 정하면 끝이었어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해 준 적도 없고요. 나는 그게 언제나 서운했어요. 그런데 오빠도 아버지하고 똑같아요.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나만 몰랐어!”
서러움이 북받쳐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미안해, 옥림아. 미리 말하면 오는 동안 내내 불안해할 것 같아서 그런 거야. 언제 어디서 검문당할지 모르잖아. 그렇지만 약속할게. 앞으로 네 일을 내 맘대로 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정말이야.”
오빠가 쩔쩔매며 열심히 설명했다. 목소리와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떨구었다. 손에 쥔 베개에 눈이 미치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칼자국을 따라 실밥이 너덜너덜했다.
괜찮아, 괜찮다고. 베개야 말끔하게 기우면 되지. 이미 이곳에 왔고 앞으로가 중요했다. 어떡하든 힘을 내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득 김구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우람한 덩치만큼이나 먹성도 좋았다. 배 속에 먹깨비라도 사는지 고봉밥을 퍼 주어도 금세 뚝딱이었다. 칫! 도깨비는 방망이라도 있지, 맨날 공짜로 먹기만 하고.
“그런 건 아니지만…….”
나는 속마음을 숨기며 말끝을 흐렸다. 솔직히 너무 아까웠다. 상하이에 올 때 가져왔던 돈뭉치와 패물들도 생각났다. 평생 구경도 못 할 큰돈이었는데 그 돈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독립에는 정말 돈이 많이 드는 것 같았다. 다들 거지꼴을 겨우 면한 걸 보면.
“옥림아, 상하이에 조선 사람이 얼마나 사는 줄 알아?”
“아니요.”
“작년까지만 해도 오백 명 정도였어. 그러다 올해 임시 정부가 세워지면서 각지에서 독립운동에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몰려왔지. 그 바람에 지금은 두 배로 늘어났고. 이게 뭘 뜻하는지 아니?”
“아니요.”
나는 같은 대답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알아듣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상하이 조선 사람 천 명 중 절반은 직업이 독립운동가라는 뜻이야. 임시 정부 살림이 빠듯하니 찾아오는 독립운동가들을 먹이고 재울 여유도 없고.”